차경미(중남미지역원)
지난 10여 년 동안 라틴아메리카지역은 교육의 효율성 확보를 위해 학교운영 권한의 자율화와 국가 개입의 최소화를 전제로 교육개혁을 단행했다. 이에 따라 각 정부는 교육에 대한 각종 규제를 철폐하고 학부모에게 교육의 선택권을 부여하며 공교육의 민영화를 추진해왔다. 1970년대 수출하락으로 인한 경제위기는 라틴아메리카지역 각 정부가 공교육에 대한 투자를 확대하기 어려운 상황을 낳았다. 따라서 각국 정부는 기존의 고등교육기관보다 비용소요가 적은 새로운 형태의 공립 고등교육기관 설립을 추진했다. 그러나 이러한 방안은 고등교육 확대라는 대중의 요구를 수용하는 측면에서 한계에 직면했다. 따라서 1980년대 말부터 대학교육의 확대를 중심으로 고등교육개혁정책이 활발하게 진행되었다.
이러한 과정을 통해 1990년대 중반 이후 라틴아메리카의 고등교육은 급속한 양적팽창을 초래했다. 본격화된 고등교육의 대중화는 라틴아메리카 교육의 변화를 주도하였다. 이와 함께 경제개방은 고등교육의 국제화를 촉진하였다. 이러한 상황에서 고등교육의 경쟁력 강화는 라틴아메리카 지역 각국 정부의 중요한 과제로 부각되었다. 라틴아메리카에서 대중은 고등교육을 사회와 경제의 변화를 위한 도구로 인식하였고 고용불안이 심화되자 생존전략의 일환으로 교육 참여기간을 늘려갔다.
교육의 민영화를 통한 고등교육기관의 확충과 다양화는 공립고등교육에 대한 국가의 재정적 부담을 줄이는 동시에 고등교육 확대에 기여했다. 그러나 급속한 사립고등교육기관의 양적 팽창은 한편으로 교육기관의 질 저하 문제를 야기했다. 고등교육의 국제화는 정부가 교육에 대한 책임을 떠맡게 됨으로써 지역의 각국 정부는 교육규제 방안으로 고등교육 평가인증제도를 실시하고 있다.
2012년 경제협력개발기구 OECD에서 운영하는 학생평가국제프로그램(Programa Internacional de Evaluación de Estudiantes:PISA) 결과에 따르면 칠레학생은 모든 학습능력 평가 영역에서 지역 국가 중 가장 우수한 수준을 기록했다.
2012년 라틴아메리카 학생평가 결과
출처 : 2012년 OECD 통계
다양한 통계에서 중남미지역 정부의 교육에 대한 투자는 점차 증가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그리고 주요 국제교육개발지표에서도 일정한 성과가 있었음을 알 수 있다. 아래 그래프를 살펴보면 칠레는 지역의 다른 국가와는 달리 국내총생산 대비 사교육에 대한 비용지출이 가장 높으며 경제개발협력국가의 평균보다도 높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그 뒤를 이어 콜롬비아, 페루 그리고 도미니카공화국이 사교육비용 지출이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러한 국가들은 지역의 다른 국가보다도 교육개혁정책을 통해 고등교육이 민간영역으로 좀 더 확대된 결과라고 볼 수 있다.
그래프2)국내총생산 대비 공교육과 사교육비용
출처: 2011년 UNESCO 통계자료
지난 10년 동안 라틴아메리카 지역 각국은 교육의 기회 확대 및 교육 서비스 향상을 위해 다양한 노력을 기울여 왔다. 이러한 노력의 일환으로 지방교육자치 및 중등교육 기회의 확대, 국가평가 체제 구축 및 사적 영역의 교육 참여가 추진되고 있다.
라틴아메리카 지역 국가별 교육정책의 방향을 간단하게 살펴보면 우선, 과테말라의 교육정책은 소외된 계층에 대한 교육기회 확대 및 국민의 기초학력 증진에 중점을 두고 추진되고 있다. 볼리비아는 민족주의를 바탕으로 원주민언어를 통한 2중 언어 교육실현 및 기술교육강화를 기초로 교육정책이 운영되고 있다. 콜롬비아의 교육정책은 중등교육의 기회확대와 계층 및 지역 간 교육격차 해소를 목표로 진행되고 있다. 또한 페루의 경우 교육의 질 향상과 계층 간 교육 불균형을 중요한 정책적 목표로 삼고 있다. 그 외 다른 국가 역시 공통적으로 교육의 질 개선과 계층 간 교육격차를 교육정책의 주요 과제로 인식하고 있다.
라틴아메리카 대부분의 국가에서 고등교육에 대한 국가의 재정지원은 공립 고등교육기관에 집중되고 있다. 공립 고등교육기관이 일반적으로 무상교육을 실시하고 있는 현실을 감안한다면 고등교육에 대한 투자는 더욱 증대하여야 할 상황이다. 그러나 신자유주의 경제정책의 도입과 함께 추진되고 있는 고등교육개혁정책은 공교육에 대한 공적지원을 약화시켰다. 또한 교육이 민간영역으로 이전함에 따라 사교육기관으로의 기금이전이 증가되었다.
결국 교육의 민영화를 중심으로 추진된 교육개혁정책으로 공교육이 담당해야할 공공성은 위축되었다. 또한 대다수의 주민이 빈곤하게 살아가는 라틴아메리카 현실에서 계층 간 차별적으로 제공되는 교육서비스를 통해 사회적 불평등은 심화되었다. 다시 말해 고등교육이 개인의 경제적 능력에 따라 차별적으로 제공됨으로써 교육의 질 불균형이라는 결과가 초래되었다.
그동안 추진된 라틴아메리카의 교육개혁정책은 고등교육의 양적 팽창이라는 성과에도 불구하고 많은 문제가 누적되었다. 과거 어느 때보다 고등교육을 받는 학생비율은 증가했으나 사회 경제적 상황에 따라 학생의 교육적 경험으로부터 비롯되는 간극은 더욱 심화되고 있다. 고등교육 참여의 확대가 정치와 경제를 지배할 수 있는 지식에 쉽게 접근하는 계층과의 좁혀진 거리를 의미하지 않았다. 교육의 질 향상을 위해 무엇보다도 고등교육기관의 자체적인 재원확보가 중요한 과제로 대두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