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라질의 미래, 환경과 지속가능성 약 80년 전부터 브라질은 미래의 땅이었다. 1941년 오스트리아의 유대계 소설가·극작가·전기 작가인 슈테판 츠바이크(Stefan Zweig)가 「브라질: 미래의 땅(Brazil: Land of the Future)」이라는 기행문을 발표한 이후 ‘미래의 나라’는 브라질을 나타내는 아이콘으로 자리 잡았다. 어떤 새로운 사건, 경제 발전과 기술혁명 등이 일어날 때마다 미래의 나라 브라질이 날개를 달았다는 평가가 쏟아졌다. 그러나 지금까지 브라질의 미래라고 평가되었던 거의 모든 것들은 일시적인 현상으로 사라져버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브라질의 미래는 여전히 자연환경이다. 처음 브라질이 미래의 땅으로 명명되었던 것도 역시 자연환경이었다. 역설적이게도 포르투갈인들이 브라질에 도착했던 1500년 이후 자연은 브라질의 미래였다.
환경은 항상 인류와 함께 해왔다. 그러면서 시대에 따라 인간과 환경의 관계는 지속적으로 악화되어 왔다. 또한 환경 친화적인 인류는 점점 환경파괴적인 인간으로 변모해왔다. 그래서 얼마나 환경과 멀리 떨어져 있는가가 그 사회의 발전 정도를 평가하는 척도가 되었다고 해도 과언은 아니다. 초기 인간과 환경은 상호 보완적인 관계에서 발전했다. 그러나 서구 자본주의가 세계체제를 형성한 이후 인간이 환경에 가하는 인공적인 것들이 둘 관계를 일방적이고 대립적이며 공격적인 관계로 발전시켰다. 이런 관계 변화는 브라질의 인간과 환경의 관계에서도 마찬가지이다. 식민 초기 브라질의 인간과 환경의 관계는 브라질 염료 나무(Pau-Brasil)로 설명된다. 포르투갈인들이 도착하기 이전 상대적으로 자연 친화적인 원주민들이 안정적이고 지속가능한 환경을 만들어왔다면, 포르투갈인들이 도착한 이후 환경은 개발의 도구로 전락하게 되었다. 그 관계는 인간과 자연의 관계뿐 아니라 인간과 인간의 관계를 지배와 피지배의 관계로 변화시켰다. 이때부터 만들어진 종속적 관계가 현재까지 큰 변화 없이 지속되고 있다. 지배집단이 유럽인에서 브라질인으로 바뀐 것 뿐이다. 식민과 독립을 거치면서 농지개간을 위한 개발에 국한되었던 것이 이제는 산업화 과정을 거치면서 그 관계가 더욱 악화되었다. 따라서 이전의 관계보다 훨씬 복잡한 구조로 변모했다.
따라서 브라질이 안고 있는 환경 문제도 포르투갈인들이 도착한 이후 발생한 것과 산업화 이후 파생된 것으로 구분할 수 있다. 식민 초기 시작된 삼림 벌채, 불법 야생 동물 교역, 불법 밀렵, 공기, 토지 황폐화 및 채광 활동은 여전히 그 형태와 규모만 바뀌었을 뿐 여전히 지속되고 있다. 지난 2019년에 전세계적인 문제로 부각되었던 아마존 지역의 산불도 이런 점에서 역사성을 지닌 사건이다. 불법 야생 동물 교역과 불법 밀렵도 식민 시대에 시작되었다. 물론 당시에는 야생동물들이 풍부했고 자연 환경 파괴에 대한 인식이 형성되지 않았기 때문에 불법으로 간주되지는 않았다. 많은 역사책에서 유럽인들이 브라질을 비롯한 아마존에서 희귀 생물들을 유럽으로 가져갔다는 기록들을 발견할 수 있다. 환경이 악화되면서 이런 행위들이 불법화되었을 뿐이다. 결국 식민 초기에 만들어진 자본주의 세계체제를 벗어나지 못하기 때문에 관계를 변화시키는 것이 현실적으로 매우 어렵다. 따라서 환경문제는 식민의 유산이라고 할 수 있다.
브라질인들이 산업화 과정에 발생시킨 문제들은 수질 오염, 습지 파괴, 살충제 사용 및 심각한 유류 유출, 대기오염과 같은 것들이다. 지역적으로 구분하면 농촌과 도시지역으로 구분된다. 농촌지역에서는 대농장을 중심으로 수확량을 늘리기 위해 살충제 사용을 늘리고 있고, 지나친 살포로 인해 하천과 강으로 유출되는 경우가 빈번하게 발생하고 있다. 또한 목장지역을 확대하면서 오폐수 유출로 하천이 오염되기도 한다. 더 넓은 토지를 확보할 계획으로 기업농들이 습지 뿐만 아니라 열대 우림을 파괴하는 것도 심각한 환경 문제가 되고 있다. 그리고 육가공 및 농가공 공장들이 이 지역으로 확대되면서 또 다른 문제를 양산하고 있다. 브라질에서 농촌지역은 대농장이 있는 곳과 열대우림지역으로 구분해서 접근할 필요가 있다.
도시지역도 많은 환경 문제들로 골머리를 앓고 있다. 우선은 상하수와 시설을 비롯한 쓰레기 처리를 포함한 도시 계획이 이루어지지 않아서 변두리 지역을 중심으로 발생하고 있는 오폐수와 쓰레기 처리 문제들이다. 이 지역에는 빈민층이 거주하면서 환경오염에 그대로 노출되어 건강을 위협하고 있다. 상파울루를 비롯한 일부 지역에서는 대기 오염도 심각하다. 넓은 국토면적으로 대기 오염에서 자유로울 것으로 보여지지만 실상은 산업단지가 집중되어 있는 상파울루와 ABC지역에서는 자주 미세먼지가 발생하고 있다.
일반적으로 브라질은 자연환경이 풍부하고 다양한 식생을 보유한 자연 부국이라고 한다. 이런 주장의 이면을 생각해보면 자연 환경이 풍부하다는 것은 많은 환경 파괴가 이미 진행되고 있다는 것을 의미하며 다양한 식생을 보유하고 있다는 것은 그 많은 생물들이 환경 파괴로 위협을 받고 있다는 것을 의미할 수도 있다.
따라서 브라질에서 환경 문제를 해결하고 지속가능한 사회로 발전하기 위해서는 역사성이 있는 자연 파괴를 멈추고 친환경적인 경제 활동이 가능해야 한다. 그런데 식민기에 시작된 삼림 벌채, 불법 야생 동물 교역, 불법 밀렵들을 방지하기 위해서는 수요와 공급 관계를 단절시키는 것이 필요하다. 이런 행위가 시작된 것이 자본주의 체제의 시작에서 비롯되었기 때문이다. 직접적으로 수요와 공급을 단절시키는 것은 매우 어려운 일이다. 주로 브라질이 공급자의 역할을 하고 있으니 불법이 발생하는 지역에 대안적인 경제활동을 제안하는 것이 필요하다. 또 하나 그동안 이런 관계를 통해 이익을 얻은 기업들이 경제적 지원을 통해서 개입해야 한다. 다국적 기업들이 불법적인 활동을 통해 수익을 창출하고 있기 때문에 더 적극적으로 나서야 할 것이다.
산업화가 야기한 환경 파괴는 정부가 직접적으로 개입해야 한다. 도시계획은 주로 연방정부와 주정부가 권한을 지니고 있고, 산업 지역은 두 정부가 관련되어 있을 뿐만 아니라 지자체들도 관계되어 있기 때문이다. 더구나 세금을 징수하고 있기 때문에 직접 개입해서 해결해야 할 의무가 있다. 또한 생산 과정에서 발생하는 환경 오염도 역시 정부 규제를 통해서 조절해야 한다.
대부분의 사회문제들의 피해자들이 빈민층이듯 환경문제도 사회적 약자들에게 더 많은 피해가 발생한다. 아마존에 주로 생활하고 있는 원주민들이 대농장과 기업농들의 진출로 생활 터전에서 쫓겨나고 있고, 살충제 유출로 인해 건강상의 위협을 받고 있을 뿐만 아니라 자신들의 권리를 주장하는 원주민들에게 직접적인 위해를 가하는 일들이 비일비재하게 발생하고 있다. 브라질에서 원주민(Indio)은 주류사회에 동화된 원주민들도 있지만 완전히 분리된 고립 원주민들도 존재한다. 환경 파괴는 두 집단 모두에게 위협으로 작용하고 있다. 도시지역에서는 역시 빈민층들이 가장 큰 피해자들이다. 브라질 도시들은 대부분 파벨라(Favela)라는 빈민촌이 있고, 그 빈민촌은 상하수도, 전기도 제대로 공급되지 않는 상태에서 생활하고 있다. 파벨라들은 주로 도시 변두리나 생활 여건이 열악한 곳에 집중되어 있어 환경 파괴로 인해 발생하는 피해를 고스란히 몸으로 이겨내고 있는 것이다.
김영철 부산외국어대학교·중남미지역원
부산외국어대학교 포르투갈어과를 졸업하고 한국외국어대학교에서 국제관계학으로 박사 학위를 받았다. 현재 부산외대 중남미지역원 교수로 재직 중이다. 주요 저서로는 <브라질의 역사>, <춤추는 축구>, <저항, 새로운 연대, 다문화주의> 등이 있다.
출처 : 대학지성 In&Out(http://www.unipres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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