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성자 : 정이나 | 작성일 : 2015-10-29 14:38:56 | 조회수 : 2,209 |
국가 : 과테말라 | 언어 : 한국어 | |
구분 : 칼럼 | ||
발행일 : 2015.10.29. | ||
이번에 치러진 과테말라 대통령 선거에서 ‘쌩뚱맞게’ 코미디언이 당선되었다는 소식을 인터넷으로 접했다. 내가 과테말라를 떠나 온지 1년이 훌쩍 넘은 지금 이 같은 소식을 듣는 순간 왜 순간적으로 허경영을 떠올렸을까?. 사실인 즉 이렇다. 물론 과테말라의 정치인들을 폄하할 생각이나 의도 따윈 없다. 그들에 대한 평가는 내가 아니라 과테말라 국민들이 내려야 하는 것이니까. 내가 과테말라에 거주하는 약 2년여 동안 그곳에서는 하루가 멀다 하고 영양실조로 고통 받는 아이들과 거리에서 총격으로 죽어가는 수많은 청소년들의 주검 사진은 신문에 실렸고, ‘생계형’ 범죄자들의 목숨 건 물건 갈취와 도둑질은 흔한 일상이었다. 이 같은 서민들의 고단한 삶에 관심을 가지지 않는 것은 오로지 국회와 대통령 궁에 있는 정치인들 뿐인 것 같았다. 그들은 호화스러운 저택에서 살며, 방탄이 되고 밖에서 차 안이 전혀 보이지 않도록 가장 어두운 썬팅 필름을 입힌 단단한 SUV 를 타고 다니는 사람들이었다. 신문의 일면에는 서로 아무 득이 없는 정치공방과 부패, 탈세, 청탁 등에 연류된 정치인들을 보는 것쯤은 이제 일도 아니었다. 그런데, 얼마 전 현직에 있던 대통령이 탄핵되었다는 소식을 들었다. 그리고, 그의 오른팔이자 부대통령이던 록사나와 함께. 참고로 록사나 대통령은 얼마 전 한국의 모 대학을 방문하였고, 그때 동 대학의 명예 박사학위를 받았다. 그리고 과테말라로 돌아가서 얼마 되지 않아 쇠고랑을 차는 신세가 되었던 것이다. 물론 이들의 혐의는 ‘부패혐의’란다. 어느 나라이든 마찬가지겠지만 과테말라의 복잡한 정치역학을 가만하면 이들의 탄핵 원인으로 알려진 부패 스캔들은 새삼스럽기까지 하다. 수면으로 드러난 몇 가지 혐의가 마치 이들 정치꾼들이 ‘저지른’ 범죄의 전부인 듯 다루어 지는 것 조차 심히 기만적이니까. [사진 1] [사진 2]
사진 1. 탄핵된 Otto Perez 대통령(오른쪽)/부대통령 Roxana(왼쪽) 사진 2. 2015년 당선된 Jimmy Morales 대통령(부패하지 않았고, 도둑도 아니다 라는 대선 슬로건과 함께) 그리고 이번 대선에서 지미 모랄레스 개그맨이 대통령으로 당선되었다는 소식을 들었다. 올해 초부터 선거전에 뛰어든 모양인데 불과 몇 달 만에 판세를 뒤집고 전혀 예상치 않았던 인물이 대통령이 된 것이다. 이번 대선을 위해 몇 년간 준비해 온 당시 최고 야당의 대표주자였던 마누엘 발디손은 이참에 정계 은퇴를 선언한 모양이다. 정치판에서 최고 야당으로서 대선을 노리며 인지도를 굳히기 위해 추진했던 온갖 출판 기념회와 더불어 불거진 박사학위 논문 표절 의혹까지 ‘관중’들에게 심심치 않은 기사거리를 제공해주었던 인물이었다. 하긴 이쯤 되면 정치인으로서 ‘자존심’이 상했을 것 같기도 하다. 내가 이번 과테말라 대선에서 해성같이 등장한 개그맨이 대통령이 되는 결과에 주목하는 이유는 다음과 같다: 과테말라 국민들이 기존 정치판에 느끼는 환멸이 전해졌기 때문이다. 아무런 정치적 이력이나 경험은 고사하고, 기존 정치권 밖에서 그것도 개그맨 출신인 그가 대통령이 되었다는 사실에 내가 놀라지 않을 수 없었던 이유는, 바로 정치에 전혀 관심이 없는 어쩌면 현실에 매몰되어 하루하루 살아가는 것조차 버거워하던 과테말라 국민들이 실은 가장 무서운 힘을 가진 민중이었다는 사실을 깨달았기 때문이다. 나는 감히 모랄레스 대통령을 통해 허경영 ‘스타일’의 희극배우의 모습을 보고자 하는 것이 결코 아니다. 나의 관심은 대통령이 된 개인적인 인물 모랄레스 대통령이 아니라 그를 선택한 과테말라 사람들의 동기와 이유, 즉 그들이 선택한 정치적 ‘행동’과 ‘판단’에 함축된 메시지를 읽고 싶은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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