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성자 : 라키스 | 작성일 : 2014-01-23 13:27:17 | 조회수 : 1,777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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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두빈 부산외대 중남미지역원 HK교수2013.12.23 ?
귀한 그릇이나 음식도 손님용으로 모셔 두는 것이 아니라 가족을 위해 사용한다. 가족끼리 몇 시간이고 앉아서 얘기하는 것을 좋아하는 브라질 사람들의 모습은 한 집에서 모두 TV만 뚫어져라 쳐다보는 우리와 대조를 이룬다. 대화가 많은 만큼 이들 가족은 서로에 대해 잘 안다. 그리고 아이들도 가족과 함께 있는 자리에서 잠깐 자리를 비울 때 “잠시만 실례할게요(com licenca)”라고 예의를 갖춘다. 크리스마스 행사는 한여름의 크리스마스이고 눈이 없는 동네여서 ‘꿩 대신 닭’이라고 모래가 있는 해변에서 주로 열린다. 해변에서 열리는 남반구 여름의 크리스마스 매년 크리스마스 축제 때 리우데자네이루(Rio de Janeiro) 코파카바나(Copacabana) 해변에서 열리는 퍼레이드는 규모야 훨씬 작지만 형태는 영락없는 삼바 카니발 행렬 모습을 띤다. 산타할아버지와 루돌프도 당연히 약방의 감초처럼 행렬 속에 등장하지만 미니스커트를 입은 산타아가씨도 빠질 수 없다. 그나마 2월에 열리는 삼바 무희들보다는 훨씬 더 갖춰 입은 편이다. 크리스마스 퍼레이드를 봐도 브라질은 역시나 집단 군무와 행렬 문화의 지존이다. 브라질은 언뜻 보기에 서구 사회처럼 개인주의 사회이고 무질서한 사회로 연상되지만 실상은 집단주의 문화 전통이 강하고, 역설이지만 무질서 속에서 또 하나의 질서를 유지하는 나라다. 리우(Rio)에서 또 하나의 볼거리는 하트 모양으로 생겨서 이른바 ‘리우데자네이루의 심장’으로 불리는 ‘호드리구 지 프레이타스’(Rodrigo de Freitas)호수에 떠 있는 세계 최대 크기의 크리스마스트리 점등식이다. 1995년에 처음 세워져 높이 85m, 542톤의 육중한 몸매에 300만 개 이상의 전구로 장식된 이 트리는 매년 12월 1일 8분 간의 현란한 불꽃놀이와 함께 점등돼 1월 6일 점멸된다. 리우의 명물인 거대 예수상(Cristo Redentor)과 더불어 한여름의 크리스마스에 볼 수 있는 브라질만의 특별한 볼거리다. 리우데자네이루와 라이벌 격인 상파울루(Sao Paulo)를 비롯해 대부분의 도시들은 12월 초를 기점으로 낮과 밤의 도시 모습이 달라진다. 가정집과 아파트는 물론 대로의 빌딩들까지 거리 전체에 형형색색의 루미나리에의 향연이 펼쳐진다. 대로를 걷다 보면 낮에 본 도시가 마술에 빠진 듯 다른 도시가 솟아난 것 같은 착각을 불러일으킨다. 크리스마스가 최대 명절이면서 연말에 받는 13번째 월급, 즉 상여금이 전국에서 풀리는 시기이기에 소비시장에서도 최대 대목이다. 노는 날이 길어지는 만큼 냉장고에 채워 넣어야 할 음식도 충분해야 한다. 사실상 크리스마스 전후를 시작해 새해가 밝아도 브라질은 아직 대휴가 기간이어서 나라 전역이 조용하다. 나라 덩치만큼 휴식도 거하게 취한다. 학교도 쉬고 대부분 기업들도 휴가를 즐기느라 마치 전국이 멈춰선 것 같다. 2월 카니발축제까지 쉬는 날 많아 1월을 지나 쉬는 게 지겨워질 만하면 2월에 카니발 축제가 돌아온다. 국제자문기관의 조사에 따르면 전 세계에서 근로자들에게 가장 많은 공휴일이 주어지는 국가가 브라질이라고 한다. 브라질은 국경일과 휴가를 포함해 일 년 동안 근로자에게 주는 휴일이 총 41일이다. 물론 비공식 휴일과 자체 휴일을 포함하지 않은 공식 휴일이다! 이처럼 브라질에서 실제 새해는 3월부터라고 보는 게 맞다. 근래 들어 브라질도 국제 기준에 맞추려 노력하고 있지만 1월이나 2월에 비즈니스 미팅을 고려하면 재고가 필요할지 모른다. 우리의 새해맞이는 다소 스트레스가 수반된다. 새로운 다짐도 하지만 지난 시간들에 대한 반성과 자숙을 바탕으로 미래에 대한 스트레스(‘새해에는 반드시’, ‘시집 안가니?’ 등)가 깃든 새해를 맞이하는 우리네와 달리 브라질 사람들은 지난해를 멋있게 보내고 새해를 화려한 축제와 파티로 맞이한다. 지나간 과거는 애써 돌이켜보지 않는다. 그저 “Tudo vai dar certo(모든 게 잘 될 거야)”라는 긍정의 마인드로 새로운 미래를 맞이하면서 새로운 출발을 꿈꾼다. 과거 집착이 없다는 점이 일견 부럽기도 하다. 12월 31일 밤에는 가족이 모두 모여 맛있는 음식과 선물을 주고받으며, 1월 1일 0시에 샴페인을 터뜨린다. 동시에 브라질 전역에서 경쟁하듯 밤하늘에 터져 올라가는 폭죽은 시각 상 장관을 이루지만 콩 볶는 것 같은 소리와 함께 거의 전시 상황에 이르는 소음을 수반한다. 좀 더 여유가 있는 사람들은 바닷가로 나가 새해를 맞이한다. 이때 통상 속옷을 포함해 모두 흰옷을 입는 것이 전통이지만 오늘날 필수는 아니다. 아프리카에서 유입된 문화 영향으로 흰옷은 ‘빛’을 상징하고 가톨릭에선 ‘정화’를 상징한다. 새해가 시작되는 1월 1일 밤 10시부터 흰옷을 입는 행위는 평화 기원과 영혼의 ‘정화’로 새로운 삶을 기리는 의식 행위다. 이들에게 새해는 부활의 시기를 상징하기도 한다. 새해 첫날은 하나의 생과 사의 통행길인 것이다. 이들은 흰옷을 입고 바닷가에서 브라질에 유입된 아프리카 토속신앙에 등장하는 바다의 여신 이에만자(Iemanja)에게 꽃을 바치는 의식을 벌인다. 바다여신에게 꽃을 바침으로써 삶에 큰 역경 없이, 거친 파도 없는 바다를 순탄하게 항해할 수 있도록 기원하는 의식이다. 주로 야자나무 꽃을 바다 물결에 던지면서 새해 소망을 기원한다. 겉에 입는 흰옷이야 굳이 가톨릭과 브라질에 유입된 아프리카 토속신앙과 연관시키지 않더라도 평화와 정화를 상징하는 색깔로 짐작할 만하다. 그렇다면 속옷은? 멋 내기 좋아하는, 그래서 허영심이 높다고 비판도 받는 브라질 여성들은 새해를 맞으면서 자신의 소망을 기원하는 색깔의 속옷을 선택해 입는다고 한다. 흰색-새해에 모든 게 평온하기를 기원. 파란색-조화와 평온함을 기원. 신규 사업을 시작하는 사람에게 강력하게 추천. 노란색-행운과 금전 운을 기원. 새해에 성공을 원하는 자, 노란색을 입어라! 분홍색-새해에 연인을 찾는다면 당연히 분홍색 속옷을 선택해야지! 빨간색-쟁취해야 할 사랑이 있는 여자라면 당연히 선택! 녹색-희망, 평온, 건강을 기원. 보라색-번영을 누리고 존경받기를 기원 검은색-고급스러움 자기 신뢰, 활력을 기원 이렇게 겉옷과 속옷을 갖춰 입은 다음 해변으로 가서 파도를 일곱 번 뛰어넘는다. 이 또한 아프리카 토속신앙이 가톨릭에 융합된 브라질 민간풍습에서 기원한 것으로, 이 행위가 지니는 의미는 새해를 맞아 과거의 때를 벗고 앞으로 펼쳐질 장애물을 극복한다는 다소 주술 성격의 의미다. 바다의 여신 ‘이에만자’와 바다 신 ‘오리샤 두 마르’(a orixa do mar)가 몸을 정화시켜 주고 어려운 일이 닥칠 때 용기를 준다는 민간풍습이다. 파도를 연속으로 일곱 번 껑충 뛸 때 일곱이라는 숫자는 일주일의 7일 또는 행운의 숫자를 상징한다고 한다.
렌칠라스 스프 먹으며 새해 시작 이제 마지막으로 먹을거리를 살펴보자. 새해 첫날 먹는 전통적인 음식으로 ‘렌칠라스’(Lentilhas)가 있다. 새해 첫날 먹는 음식으로, 콩을 기반으로 야채를 곁들여 먹는 스프의 일종이다. 이탈리아에서 넘어왔다고도 하고 포르투갈 이민자들로부터 유입된 음식이라고도 한다. 그리스 신화 대지의 여신 ‘데메테르’에서 유래됐다고 한다. 이 여신의 이름은 ‘곡물의 어머니’라는 의미를 지니며, 곡식의 수확에 연관된다. ‘렌칠라스’를 요리할 때 콩의 부피가 팽창하게 되는데 이러한 모습에 비유해 새해를 맞아 ‘성장’과 ‘수확’이란 의미를 부여한다고 전해진다. 브라질도 크리스마스이브에 여타 서양 풍습처럼 칠면조요리를 즐긴다. 이는 칠면조나 닭 같은 조류가 뒤쪽으로 먹이를 찾는 습성이 있기 때문에 과거의 일을 되돌아본다는 의미로 연말에 등장하는 주 메뉴가 됐다고 한다. 새해 첫날에는 돼지고기를 먹는데 아프리카에서 유입돼 브라질에 토착된 풍습의 하나라고 한다. 돼지는 항상 땅을 파는 습관이 있고, 그래서 보통 야생 돼지들이 서식하던 땅은 비옥하다고 한다. 연말 요리의 재료인 칠면조, 닭과는 반대로 돼지는 앞으로만 전진하는 습성이 있다고 해서 ‘전진’과 ‘번영’이란 의미를 부여받기 때문에 새해 요리상에 단골 메뉴가 됐다고 한다. 또 새해를 맞이하면서 석류 씨를 자신의 행운 숫자 또는 보편의 행운 숫자인 7번씩 입으로 빠는 풍습이 있다고 한다. 이런 풍습은 두 가지 의미를 담고 있는데 하나는 석류 씨가 재물을 끌어들인다는 의미로 그 씨를 지갑 안에 보관한다. 석류와 마찬가지로 자신의 소망을 기원한 후 포도를 빨아먹는 풍습도 있다. 석류와 달리 12번을 빠는데 이는 한 해를 구성하는 12달을 의미한다. 포도는 그리스신화에서 등장하는 주신 ‘디오니소스’와 관련된 가톨릭 전통에서 ‘부활’, ‘행운’, ‘번영’을 의미한다. 석류 씨와 마찬가지로 지갑 안에 넣어 한 해 동안 보관한다. 이 밖에도 그리스와 로마시대에 승자에게 씌울 관을 만드는데 사용됐고, 태양의 신 ‘아폴로’와 관계되는 월계수가 승리와 고수익 배당률을 상징하기 때문에 그 잎을 또한 지갑에 넣고 일 년 내내 간직하는 풍습도 있다. 미국의 저명한 인류학자 에드워드 홀(Edward Hall)에 따르면 인간은 스스로의 약점을 보완하기 위해 자기 외부의 연장물, 즉 ‘문화’로 명명되는 것을 진화시켜 왔다. 그리고 인간은 그 문화가 제공하는 편리함에 젖어 무의식으로 구속된다. 오히려 자신이 누리고 있는 문화나 습관을 오히려 모른다. 그래서 소크라테스가 “너 자신을 알라고”한 모양이다. 우리가 다른 문화를 알고 싶어 하는 이유 속에는 당연시된 자기 삶에 생동감과 새로운 인식을 부여하기 위해 대조와 차이라는 틀이 필요하기 때문일 것이다. <저작권자 ⓒ 머니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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