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성자 : 라키스 | 작성일 : 2014-01-23 13:21:44 | 조회수 : 1,919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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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nvergence자녀의 성인식 선물은 ‘동침 허용’브라질 문화의 비밀임두빈 부산외대 중남미지역원 HK교수2013.11.25
필자가 정의하기에 ‘문화’는 우리가 인식하는 세상을 어떤 의미로 ‘이해’할지 그 지침을 제시하는 것이다. 어떤 경험에 대해 의미를 부여하는 과정을 ‘이해’라고 한다. 동(同)문화든 이(異)문화든 간에 ‘문화 이해’에 관해 명백한 사실은 우리가 이야기하는 내용 대부분이 우리의 경험과 문화의 범위를 벗어나지 못한다는 것이다. 문화가 다르면 어떤 것에 대해 말을 하는 방식도 바뀐다. 우리는 항상 우리가 지닌 문화의 경험과 가치 안에서만 말하는 셈이다. 내가 브라질 문화를 얘기하고 있지만 여기서 얘기하는 ‘브라질 문화’가 독자가 생각하는 ‘브라질 문화’가 아닐 수 있다는 얘기이다. 부모가 만든 그릇을 좋아서 깨는 아이 그렇다면 모든 면에서 우리와 다를 것 같은 지구 반대편 사람들은 어떻게 살아가고 있을까? 동서양이라는 이분법적 구도만으로 혼종 문화를 지닌 브라질이라는 나라와 그곳에 사는 사람들을 이해하기에는 한계가 있다. 다른 문화에 다가가는 최초의 접근 방법을 ‘차이’를 전제로 하거나 ‘비슷함’을 전제로 할 수 있는데 근대 이후 공고히 된 민족주의 세례와 방법상의 편이성으로 인해 우리는 이미 ‘차이’를 전제로 한 다른 문화를 보는데 익숙해져 있다. 심리학자들의 말에 따르면 경험과 그에 다른 감정이 결합되면 ‘각인’이 이루어진다고 한다. 이렇게 이루어진 각인이 사람들의 사고 과정을 강하게 규정하고, 미래의 행동들을 만들어내며, 집단정체성을 형성한다. 이는 곧 각 개인이 결합되어 사람들을 정의한다는 얘기와도 같다. 지난 2010년 다큐 사상 최고 시청률인 20%(22.5%, TNS 미디어코리아 전국 기준)를 돌파하며 연일 화제를 모은 ‘아마존의 눈물’을 통해 아마존에서의 삶을 접해 볼 수 있었다. 하지만 우리가 직접 개인이 아마존에 사는 원주민을 만나 보거나 얘기한 것은 아니다. 문화는 우리가 이야기하는 내용을 이해하는 방식에 매우 중요한 기준을 제시한다. 한 예로 아마존의 한 원주민이 흙으로 토기를 빚고 있다. 그런데 그릇을 다 빚어내는 족족 어린아이가 바닥에 던져 깨 버린다. 자, 우리는 보통 어떤 반응을 보일까? 철없는 어린아이가 그런 행동을 여러 차례 반복한다면 혼을 내거나 아이를 위하는 마음에서 아이가 놀다 지쳐 잠들면 다시 그릇을 빚는 게 낫다는 판단을 할 것이다. 그러나 정작 아마존 원주민이 한 대답을 들어 보자. “저는 아이가 그릇을 깨는 걸 좋아하기 때문에 이 일을 그만둘 수 없어요. 그 애가 다른 곳으로 가면 저는 이 일을 그만둘 겁니다.” 이렇듯 문화가 다르면 어떤 것에 대해 하는 말의 방식도 변한다. 이처럼 우리는 항상 우리가 지닌 문화의 경험과 가치 안에서만 말할 수 있다고 볼 수 있다. 그렇다면 브라질이란 나라에 대한 간접 문화 경험이 앞에서 언급한 ‘아마존의 눈물’이 유일한 경우 ‘브라질’이란 나라는 그 사람에게 어떻게 각인될까? 브라질은 라틴아메리카에서 유일하게 포르투갈의 식민 지배를 받은 나라로, 26개 주와 1개 연방특구인 수도 브라질리아로 구성되어 있다. 전체 면적은 854만 7403㎢로 세계 제5위의 대국이자 남미대륙의 47.3%를 차지하는 중남미 최대 국가임과 동시에 남미 전체 국내총생산(GDP)의 70% 이상을 차지하고 있다. 남미의 전부라 할 수 있는 브라질 요즘 우리나라에서 ‘브라질’의 가치는 연일 상한가를 치고 있다. 방송국에서는 2014년 월드컵과 2016년 올림픽을 앞두고 이야깃거리를 찾아 나서고 있고, 기업들도 사업거리와 인력을 찾느라 분주하다. ‘브라질은 새로운 미국이다(2013)’라는 책이 출판되기도 하고, 마치 집단 최면에 걸린 듯 장밋빛 전망으로 가득 차 있다. 이런 경향이 앞서 얘기한 ‘각인’으로 우리사회에 작용하고 있다. 물론 이런 현상은 전공자로서 반가운 일이다. 그러나 독배를 마신 경험이 있는 사람에게 브라질은 결코 녹녹한 곳이 아니다. 현재 우리에게 미미하게 각인된 수준을 훨씬 뛰어넘는 모습 역시 우리가 알아야 할 필요가 있다. 우리가 이문화권 사람들에게 ‘우리 문화’를 알려주는 방법 가운데 흔히 택하는 방법이 탈춤, 부채춤, 태권도와 같은 우리의 ‘전통 민족문화’로 설정된 부분을 선보이는 것이다. 이러한 방식의 ‘자기소개’는 우리 민족의 정체성을 ‘민속 문화’라는 문화적 지형의 일부에 투영시킨 것에 불과하다. 이러한 접근은 요즘같이 모바일 기기의 발달과 그에 연동된 소셜네트워크(SNS)를 통해 실시간으로 개인 간 정보 교환이 가능한 세상에서 한계를 띤다. 예를 들어 우리 문화를 외국인에게 알려준다고 탈춤이나 부채춤을 소개하고 그 공연장으로 안내해 줄 수는 있지만 사실 안내하는 그 한국인조차 ‘부채춤’이나 ‘탈춤’에 관한 지식 또는 이해도가 친숙감의 차이일 뿐 여느 외국인과 크게 다르지 않다. 그렇다면 오늘날처럼 세계화되고 다문화 이해가 강요되다시피 하는 시대에 다른 지역의 문화, 즉 다른 지역의 ‘사회 모습’이나 다른 지역의 사람들이 ‘살아가는 모습’을 좀 더 잘 이해하기 위한 방법에 대한 고민이 필요해진다. 이른바 인간과 세상을 바라보는 새로운 안경을 준비할 시간이다. 자본주의를 바탕으로 팽창한 세계화 시대에서 이런 질문에 대한 접근은 ‘일상문화’에 대한 이해를 통해 시도해 볼 수 있다. 역사와 언어 및 문화가 다르지만 우리도 있고 그들도 누리는 공통의 것, 즉 ‘일상’의 것들을 통해 상대를 이해하려고 하는 시도인 셈이다. 다시 말해서 스펙터클하고 무엇인가 눈에 띄는 놀랄만한 일이 아닌 평범한 일상 속에서 양쪽 문화가 지닌 문화 ‘코드’를 살펴보자는 얘기다. 사실 오늘날 이러한 문화 코드는 오늘날 기업마케팅에서 중요한 연구 대상이 되어 있다. 전 세계 대기업 총수들이 구성원들의 인문학적 소양을 강조하고 나서는 이유도 바로 이 부분에 있다고 볼 수 있다. 전 세계에 스마트 기기 열풍을 선도한 애플의 경우 스티브 잡스는 신제품을 출시할 때 다음과 같은 말을 했다. “우리가 아이폰과 아이패드를 만든 건 애플이 늘 기술과 인문학의 갈림길에서 고민해 왔기 때문입니다. 그동안 사람들은 기술을 따라잡으려 애썼지만 사실 반대로 기술이 사람을 찾아와야 합니다.” 잡스가 강조하는 것은 단순하게 기술과 인문학의 융합이 아니다. 과학문명의 발달이 사람을 기계에 의존하게 만들었지만 궁극으로 기술은 인간을 위한 것이며 인간의 니즈에 맞도록 쉽게 사용이 가능하고 재미가 있어야 한다는 점을 강조한 것이다. 첨단 문명이 판치는 21세기에 오히려 우리 사회에서 필요성이 역설되는 ‘인문학의 부흥’ 역시 순수한 학문 발전을 위해서라기보다 경제 발전과 부의 창출 역시 인간의 ‘마음’ 및 ‘감정’과 유리될 수 없다는 차원에서 바라보고 있다는 부분이 크다는 사실을 고백할 수밖에 없다. 흔히 쓰는 ‘인문학이 살아남기 위해서’라는 표현 자체가 그러한 시대 상황을 반영하고 있다. 하지만 인문학적 소양을 쌓는다는 것은 앞서 얘기한 것처럼 단순하게 기업이 필요로 하는 인력 배양소 역할만을 위한 것이 아니라는 점도 잊어서는 안 될 것이다. 그렇다면 이제 우리와 다를 바 없는 일상 속이지만 우리와 다른 풍경과 해법을 하나 살펴보기로 하자.
18세가 되면 동침 허용하는 더블침대 선물 브라질 중상층에서 자녀가 18세(한국 나이 19세)가 되고 대학에 진학하면 자동차를 사 주는 것이 일반 관례로 되어 있다. 자녀를 독립된 사회체로 인정한다는 그네들의 성인식 선물인 셈이다. 물론 경제 여유가 있는 계층에 국한되어 있지만 이런 선물로 대체하는 새로운 전통 풍속도가 현재 브라질에서 일어나고 있다. 사업가 아버지와 치과의사 어머니를 둔 카밀라는 18세가 되는 생일에 더블침대를 선물 받았다. 그리고 그 침대에서 남자친구와 동침할 수 있는 권리도 주었다. 우리 입장에선 “말세로군”이라는 반응과 함께 엽기가족 소개처럼 보인다. 그렇다면 과연 이런 더블침대 선물이 브라질에서도 보기 드문 엽기 선물일까? 아니면 날로 급속하게 변하는 오늘날 그네들의 풍속도를 대변해 주는 상징물일까? 과연 자가용 대신 더블침대를 받은 카밀라의 반응은 어떠할까? 다행히 카밀라 본인에겐 아주 필요한 선물이었다고 한다. 그 선물 덕분에 그 또래에 흔히 이루어지는 차 안에서의 데이트와 불안한 치안 상태로 인해 빠질 수 있는 위험에서 드디어 해방될 수 있게 된 것이다. 덤으로 용돈 지출의 큰 몫을 차지하던 모텔비를 절약할 수 있는 일거양득의 극히 실용성 있는 선물이었다고 한다. 카밀라는 모텔은 좀 더 목표지향(?) 성격인 반면에 집은 이성 친구의 가족들과 좀 더 친해질 수 있고 섹스 외에도 여러 가지 다른 것을 이성 친구와 함께할 수 있는 것이 장점이라는 의견을 당당히 밝힌다. 총이 난무하는 외부 치안도 큰 이유 물론 이러한 신풍속도가 브라질 전체 문화를 대변한다고 볼 수는 없지만 이미 브라질의 대도시 소재 중상류층 사이에선 새로운 뉴스가 아니다. 브라질 설문·통계조사 기관인 Ibope가 브라질 전 지역 795명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 결과 중상층 자녀들의 34%가 부모 동의 아래 집에서 이성 친구와의 성관계를 허락받고 있다고 응답한 것으로 나타났다. 지역별로는 주로 백인계 유럽 출신 이민자들을 기반으로 한 남부지방이 35%로 가장 높은 수치를 보여 주고 있고, 가장 낙후된 지역으로 꼽히는 북동부 지역에선 단지 11%만이 이러한 신풍속도와 관련되어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보수나 개방 성향 차원을 떠나 경제성을 기준으로 한 사회계층에 따른 차이도 존재한다. 그 이유로 다름이 아니라 집 안에서 자녀들의 애정 행위를 허용해 줄 만한 여유 공간이 없다는 것이 주된 요인이라고 한다. 주제가 주제인 만큼 설문 대상자는 18세 이상으로 정했지만 이러한 신(新)문화가 16세 이상부터 적용된다고 보는 것이 더 현실적인 시각이라고 한다. 설문조사 기관에 따르면 부모들이 집 안에서 성관계를 허용하는 이유의 1위는 바로 집 안에서 허용된 성관계가 총기 위험이 발생하는 바깥보다 안전하기 때문이다. 2위는 자녀들의 성생활에 대한 통제와 파트너에 대한 압력 행사가 부모 입장에서 더 용이하다는 의견이다. 3위는 자녀들의 요구, 4위는 건전한 성관계를 위한 차선책 등의 이유였다. 이처럼 자칫하면 어떤 소수의 특정한 정보에 ‘각인’되고 자기 문화 기준에서 읽히는 다른 나라의 문화는 ‘선입견’과 ‘고정 관념’에 덧붙여져 왜곡된 문화 읽기가 도출되기 쉽다. <본 기사는 머니투데이 TECH&beyond 제7호(2013년11월) 기사입니다> <저작권자 ⓒ 머니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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