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성자 : 라키스 | 작성일 : 2023-08-25 10:36:33 | 조회수 : 484 |
관련링크 : https://www.kookje.co.kr/news2011/asp/newsbody.asp?key=20230822.99099006848 | ||
원문요약 : 부산외대-국제신문 공동기획 글로벌 핫이슈의 맥을 보다 <16> 결선투표 2023 에콰도르 대선 후보, 암살로 국가 비상사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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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콰도르 대통령 후보인 루이스 곤잘레스가 선거일인 지난 20일 연설하고 있다. 로이터 연합뉴스
지난 20일 치러진 에콰도르 대선에서는 결정적 승리자가 나오지 않아 새 대통령의 얼굴을 보기 위해서는 오는 10월 15일 결선투표 결과를 기다려야 하는 상황이다. 1위 후보가 과반을 득표하거나, 40% 이상을 득표하고 2위와 10% 이상의 차이를 벌릴 때는 1차 투표에서 대통령이 결정되지만, 그렇지 못한 때에는 상위 후보 두 명이 결선투표를 한다는 선거 규정 때문이다. 그동안 발표된 여론조사에서 줄곧 1위 자리를 놓치지 않았던 ‘시민혁명운동’의 루이사 곤살레스 후보가 1차 투표에서 1위를 차지했다. 전직 국회의원이자 라파엘 코레아(Rafael Correa) 전 대통령의 최측근 인사로서 유일한 여성 후보이다. 그동안 혼전을 거듭하던 2위 자리를 다니엘 노보아(Daniel Noboa)가 차지한 것은 커다란 반전이라고 할 수 있다. 줄곧 여론조사 순위에서 후미 그룹을 형성하던 그는 대선 후보 토론회에서 젊고 스마트한 이미지를 보여주면서 두각을 나타냈다. 결선투표일까지 탈락한 후보들이 둘 중 어느 후보를 지지하느냐, 그리고 정당들의 합종연횡(合從連衡)의 결과에 따라 최종 대통령이 결정될 것이다. 따라서 그 때까지는 혼란스런 대선 정국이 계속될 가능성이 매우 크다. 문제는 이번 선거가 정국 혼란과 국가 비상사태 상황에서 치러지고 있다는 점이다. 특히 투표를 10일 앞두고 발생한 비야비센시오(Villavicencio) 대선 후보의 암살 사건은 유권자들에게 큰 충격을 안겼다.
에콰도르는 다른 중남미 국가들과 달리 몇 년 전까지만 해도 상당히 치안이 안정적인 국가 중 하나였다. 테러 폭력 마약 등의 문제에서 비교적 자유로운 국가로 평가받았다. 그러나 최근 몇 년 사이에 급격히 치안이 나빠지기 시작했다. 여기에는 몇 가지 중요한 요인이 있다. 우선 반복적인 사회 혼란과 정치 위기라는 문제가 있다. 기예르모 라소(Gullermo Lasso) 정부는 지난 2년간 여러 차례 국가 비상사태를 선포했다. 게다가 올해 5월 16일에는 전격적으로 의회를 해산하고, 조기 대통령 선거와 총선을 실시한다고 밝혔다. 이런 극약 처방이 나오게 된 배경에는 여소야대 상황에서 대통령의 자금 유용 혐의와 비리 문제가 불거져 탄핵 상황이 전개되고 있었기 때문이다. 의회 해산이란 극단적인 처방으로 라소 대통령은 새 대통령이 선출될 때까지 자신의 권한을 행사할 수 있게 되었다. 이 과정을 통해 적어도 정치적으로 모욕적인 탄핵이라는 과정을 피할 수 있다고 판단한 듯하다. 그러나 의회 해산과 정국 불안정은 시민을 당혹스럽게 만들었다.
비야비센시오 대선 후보의 암살은 이것이 우발적 사건이나 단순 살인이 아니라 최근 몇 년 사이 점증하는 폭력과 치안 공백, 그리고 국가의 시스템의 붕괴를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사건이라는데 그 의미가 있다. 그의 사망으로 인해 일부 후보들은 대선 유세 활동을 축소하거나 중단했다. 하비에르 에르바스(Xavier Hervas) 대선 후보는 부통령 후보와 함께 유세 활동을 전면 중단한 채 선거를 치렀고, 선거를 나흘 앞두고 비야비센시오 후보의 대체 후보 자격으로 대선에 뛰어든 크리스티안 수리타(Christian Zurita) 후보는 줄곧, 방탄조끼와 헬멧을 착용한 채 유세에 참여했다. 투표일 대선 후보들이 방탄조끼를 착용한 채 투표하는 모습을 지켜보는 유권자들은 악화되는 치안 현실에 탄식할 수밖에 없었다. 선거 당일 군인과 경찰도 중무장 한 채 투표장 100m 거리에서부터 안전을 위한 통제 조치를 강화했다. 국가 시스템에 대한 불신과 치안 부재의 상황은 선거에 참여한 후보뿐 아니라 유권자들의 심리를 위축시켰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유권자의 82,26%가 투표에 참여한 것은 붕괴하는 국가 시스템을 바꾸어야 한다는 의지를 보여준 것으로 평가할 수 있다.
몇 년 전부터 멕시코 카르텔과 콜롬비아 갱단들은 에콰도르를 단순 마약 밀매 경유지에서 마약 거래를 위한 네트워크 중심지로 활용하기 시작했다. 이처럼 국제적 마약 공급망 재구성 과정에서 에콰도르의 치안은 더욱 악화되었다. 인접국인 콜롬비아에서 이루어진 마약 밀매에 대한 강력한 처벌 정책도 영향을 미쳤다. 상대적으로 마약관련법이 덜 엄격한 에콰도르가 마약 밀매 활동의 중심지로 변모한 것이다. 이 과정에서 카르텔 간의 세력 확장으로 인한 충돌과 분쟁이 치안 상황을 악화시키고 있다. 또한 에콰도르가 2000년부터 도입한 경제의 ‘달러화’ 정책이 범죄 집단의 돈세탁을 용이하게 한다는 점도 국제 범죄 집단에게는 매력적인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폭력과 강력 범죄는 마약의 경유지인 과야킬 만타 에스메랄다와 같은 항구 지역에 집중되고 있다. 이 상황을 개선하려는 정치가들과 범죄조직 간의 충돌도 빈번히 발생하고 있다. 몇 달 사이 항구 도시의 시장과 국회의원 후보가 암살되었다. 부패와 비리를 고발하는 기자 출신인 비야비센시오 후보는 마약 카르텔과 범죄에 대해 강경한 입장을 피력하는 후보로 유명세를 탔다. 이 후보는 멕시코 시날로아 카르텔과 연계된 에콰도르 초네로스(Choneros) 갱단의 간부에게서 살해 협박을 받아왔다.
에콰도르에서 정부의 통제력과 관리 능력 부재를 가장 잘 보여주는 곳은 교도소이다. 무법천지인 교도소에는 빈번히 살인, 무기 반입, 마약 거래 등이 발생하고 있다. 2020년 이후 거의 500명이 이 나라의 교도소에서 폭력으로 사망했다. 법집행기관의 부패와 비리는 사법 체계까지 붕괴시키고 있다. 이처럼 마약 밀매의 확산과 국가 조직의 부재는 에콰도르에서 범죄와 폭력의 증가를 설명하는 두 요소이다. 그리고 이런 상황에서 두려움을 느끼는 시민이 주요 희생자가 되고 있다. 이들은 코로나19로 인해 긴 격리 기간을 보냈지만, 이제 치안 부재와 폭력의 증가로 밖에 나가는 것을 두려워하면서 스스로 집안에 머물기를 선택하고 있다. 이를 농담 삼아 ‘2차 자가 격리’라고 부른다. 에콰도르에서는 올해 상반기만 해도 3500건의 살인 사건이 발생했다. 국가 비상사태와 치안 불안은 시민의 활동을 위축시키고 그들의 삶을 봉쇄하는 결과를 낳고 있다. 폭력은 살인 외에도 강탈, 납치, 폭발물 설치 등 다양한 양상을 보인다. 이번 대선에서 가장 중요한 이슈로 부상한 것은 경제 발전 문제가 아니라 국가 안보와 치안 문제였다.
에콰도르의 시민은 법집행기관의 부패와 국가의 미약한 대응에 분노하고 있다. 오는 10월 15에 루이사 곤살레스 후보와 다니엘 노보아 후보 중에서 새 대통령이 결정되겠지만, 누가 대통령이 되던 ‘에콰도르 = 무너지는 국가’ 이미지를 바꿔야 하는 어려운 과제를 떠안게 될 것이다. 새 대통령이 국민 앞에 성과를 보여주기에는 라소 대통령이 남겨준 18개월 잔여 임기는 너무 짧아 보인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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