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성자 : 임두빈 | 작성일 : 2022-04-16 01:02:07 | 조회수 : 720 |
관련링크 : https://www.kdemo.or.kr/blog/world/post/1291 | ||
원문요약 : 이 글은 2017년 민주화운동기념사업회가 발행하는 웹진 민주주의에 실린 글이다. 2016년 대통령 탄핵으로 탄생한 문재인 정부의 5년을 반추하고 올해 새로 출범하는 우리나라 새정부와 올해 말 탄생할 브라질의 새정부를 비교하는 데 의미가 있다. | ||
지난 12월 9일 대한민국 헌정 역사상 첫 여성 대통령인 박근혜 대통령에 대한 탄핵소추안이 가결됐다. 대한민국은 이제껏 가보지 못한 길을 촛불을 밝히며 찾아가고 있다. 2016년 8월, 지구 반대편인 브라질에서도 브라질 헌정 사상 첫 여성 대통령인 지우마 호세프(Dilma Rousseff) 전 대통령에 대한 탄핵 사태가 일어났다. 이 탄핵 사태는 2016년 1월 1일부터 11월 27일 사이에 페이스북에서 가장 많이 논의된 주제들 중 2위로 집계될 만큼 글로벌한 이슈였다. 헌법적 권한 강하지만 의회 지지기반 적은 브라질 대통령 브라질은 의회의 입법권에 대해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하면 이를 막기가 어렵고, 대통령이 ‘임시 조치권’을 통해 대부분의 법안을 추진할 수 있을 정도로 권한이 막강하다. 반면에 고도로 분화된 정당체계 때문에 집권당은 소수당인 경우가 대부분이다. 그래서 브라질 대통령은 주요 정책을 수행하기 위해 대개 연정을 꾸리고 여러 정당에 권력을 나눠주게 된다. 사정이 이러니 브라질 대통령의 인기가 급락했을 때 자칫하면 의회로부터 탄핵을 받을 수 있는 취약점을 항상 안고 있다. 이미 1992년에 브라질 하원의회는 군부독재 이래 30년 만에 직접선거로 선출되었던 페르난두 콜로르 지 멜루(Fernando Collor de Melo) 대통령에 대한 탄핵안을 가결시키기도 했다. 당시 콜로르 전 대통령이 속한 정당의 의석수는 5%에 불과했다. 그러나 몇 년 뒤 대법원은 콜로르에 대한 탄핵 사유에 구체적인 증거가 없다고 판결을 내린 바 있다. 이런 상황에서 브라질 대통령은 정당이나 의회의 지지보다 대중 인기에 의존하려는 경향이 아주 강하다. 브라질을 비롯한 중남미에서 항상 ‘포퓰리즘’ 정치가 비판을 받고 그 부록처럼 부정부패의 문제가 등장하는 데는 이런 속사정이 존재하는 것이다. 포퓰리즘과 부패가 만연한 정치문화 그러나 노동자당과 룰라 정권은 2005년 ‘페트로브라스 비리 스캔들’로 전 국민의 공분을 자아냈다. 결국 이 분노의 총구는 룰라의 정치적 후계자인 호세프 대통령에게 돌아갔다. 대내외 경제 환경의 악화와 부패, 통치자의 무능함이 어우러져 노동자당은 결국 브라질 역사상 민주적으로 선출된 정당으로서는 가장 오래인 13년 132일의 집권 기록을 남기고 한 시대의 막을 내리게 되었다. 야권의 탄핵소추에 몰려 정치적 사형선고를 받게 된 호세프는 탄핵 정국 내내 부당성을 호소하며 “인기가 없다고 대통령을 탄핵하는 법이 어디 있느냐”, “탄핵은 실제 부패 의혹의 주도자들이 벌인 의회 쿠데타이다”라는 변론을 폈다. 그러나 호세프 전 대통령은 자신을 탄핵정국으로 이끈 국민들의 대규모 반정부시위는 ‘자유와 민주주의를 위한 모두의 노력’으로 겸허하게 받아들였다. 사실 브라질이 현재 겪고 있는 혼란의 기원은 보수와 진보의 갈등 문제보다 더 근원적인 곳에 있다. 좌파나 우파 모두 부패의 늪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호세프의 탄핵을 주도했고 현재 대통령직을 수행 중인 우파성향의 테메르 전 부통령 또한 측근들이 줄줄이 각종 비리 의혹에 휩싸이면서 최근 탄핵 위협에 직면해 있다. 몇 번의 탄핵 사태를 거치면서도 아직도 부정부패와 정경유착의 고리를 끊어내지 못했다는 것이 참으로 안타깝다. 그래도 희망적인 사실은 1822년 식민지 독립 이래 사회계층의 고하를 가릴 것 없이 사회적·문화적으로 고착화된 고질적인 부패의식을 거부하고 실종된 국민주권을 바로 세우려는 시민의식이 행동으로 나타나 사회 변화를 요구하고 있다는 점이다. 한국사회에 주는 메시지 이번 박근혜 대통령 탄핵사태에서 우리 시민들이 광장에서 보여준 성숙한 평화적 시위문화는 우리 근대사에서 비교적 최근의 것이다. 브라질은 이러한 평화적인 길거리 시위에 익숙하다. 그 기원은 매년 1~2월에 열리는 카니발 축제에서 찾아볼 수 있다. 브라질 사회의 속살을 들여다보면 의외로 외부의 선입견과 규범으로는 진입할 수 없는 공간이 많다. 사람들은 가문, 학력, 피부색, 거주하는 동네, 인간관계, 권력자와의 친분관계 등에 따라 다른 선택의 여지가 없이 사회적 등급이 매겨져 있다. 브라질 사람들에게 카니발은 모든 것을 정반대로 뒤집고 일상에서 비일상으로 탈출할 수 있는 출구이다. 따라서 브라질 사람들은 도저히 개인의 힘으로 바꾸기 힘든 현실에 대한 저항을 카니발화한 광장시위, 길거리 시위를 통해 표출하는 데 익숙하다. 다만 일상의 역주행이라 할 수 있는 카니발을 일상의 저항으로 옮기는 과제는 그들에게 아직 숙제로 남아있다. 이번 박 대통령 탄핵사태는 우리 사회에 엄청난 충격을 안겨주었지만 동시에 희망의 메시지를 안겨주었다. 우리 국민들이 광장으로 거리로 나와 다채로운 시위문화로 의사를 표현하며 잘못된 현실을 바로잡아 가는 모습은 마치 아름다운 한 폭의 카니발 장면과도 같았다. 탄핵소추 발의가 자진 사임이 아닌 강제 사퇴로 귀결된 사례는, 엄격한 사법체계를 갖춘 선진국보다는 중남미와 동남아시아의 개발도상국에서 주로 발생했다. 이 점을 볼 때 현재 우리나라의 정치 주소는 불안한 좌표 위에 위치한 것처럼 보인다. 우리 사회가 값비싼 대가를 치르고 이룩한 민주화 운동의 역사와 정신을 오히려 주류 정치인들이 퇴색시키는 모습을 바라보는 시민의 마음은 착잡하기 그지없다. |
이전글 | <국제신문> 지구촌 리포트 대통령 피살·지진…혼돈의 아이티, ‘한국형 뉴딜’이 재건 모델 될 수도 (이태혁HK연구교수) |
---|---|
다음글 | <국제신문> 부산외대 중남미지역원, 온라인 학술대회 개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