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틴아메리카, 어떻게 이해할 것인가? : ② 라틴아메리카와 차이나 아메리카 (이태혁HK연구교수)
작성자 : 임두빈 | 작성일 : 2020-05-08 16:16:28 | 조회수 : 1,898 |
관련링크 : http://www.unipress.co.kr/news/articleView.html?idxno=489 | ||
원문요약 : 연재를 시작하며 대학지성 이번 호(2020.01.05)부터 부산외국어대학교 중남미지역원(IIAS) HK+사업단의 <라틴아메리카, 어떻게 이해할 것인가?>를 월 1회 연재한다. 부산외대 중남미지역원은 2008년부터 2018년 8월 31일까지 10년간 라틴아메리카의 세계화를 분석하는 인문한국(HK) 사업을 성공적으로 완수했다. 이후 인문한국플러스(HK+) 사업에 다시 선정되어 2018년 9월1일을 시작으로 향후 7년간 연구 아젠다 “신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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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틴아메리카와 ‘차이나(China)’ 아메리카
대서양을 가로지른 구세계와 신세계 ‘은폐’의 부산물이 라틴아메리카라면, 태평양을 ‘연결’시키는 ‘Made in China' 등장의 현실이 ‘차이나’ 아메리카다. 이와 같은 인식에 대해 라틴아메리카와 ‘차이나’ 아메리카는 근대성/식민성이라는 프레임을 통해 살펴볼 수 있다. 먼저, 근대를 어떻게 정의하고 또 그 기점이 언제인가를 두고 학자들마다 입장이 사뭇 다르다. 이런 가운데 두셀(Enrique Dussel)은 근대의 시작을 1492년 신대륙의 정복에서 찾고 있다. 유럽의 근대를 만들고 유지해줄 물적 기반이 아메리카 대륙에서 나왔다고 본 것이다. 근대가 유럽에서 자생적으로 시작되었다기보다는 아메리카 대륙의 수탈에서 기인했다는 주장이다. ‘엘도라도’를 위시로 한 채굴주의에 기댄 유럽의 근대화 그리고 ‘콜럼버스의 교환(Colombus Exchange)’으로 양 대륙 간 다층적 교류 가운데 근대성의 밑바닥에는 식민성이 은폐되었다는 것이다. 즉, 근대성의 추진력이자 동시에 결과물이 타자(他者)의 식민화에 기인한 것으로 근대성 아래 은폐된 식민성이 있다. 근대성과 식민성이 동전의 앞뒷면과 같은 모습으로 이해될 수 있다. 이와 같은 관점에서 라틴아메리카에 유럽을 대신했던 미국에 견주어 ‘새로운’ 행위자가 등장한다. 일명 ‘워싱턴 컨센서스’와의 다른 접점에 있는 ‘베이징 컨센서스’를 위시로 한 중국의 출현이다. 신자유주의의 첨병이자 매뉴얼인 워싱턴 컨센서스에 함몰되어있던 라틴아메리카는 21세기에 접어들며 역내외적으로 두드러지는 두 가지 현상에 직면하게 된다. 그중 하나는 온건 사회주의 물결, 가칭 ‘핑크 타이드(Pink Tide)’가 차베스(Hugo Chavez)의 베네수엘라를 시작으로 라틴아메리카 전역을 휩쓴 것이다. 그리고 또 달리 두드러지는 현상은 앞서 잠시 언급한 중국의 등장이다. 중국과 라틴아메리카의 관계는 1950~60년대 미국을 겨냥한 반제국주의 연대(Anti-imperialist solidarity)로 마르크스-레닌-마오 사상의 전파와 교류를 위시로 한 문화외교가 주를 이룬다. 하지만, 상대적으로 인적, 물적 교류는 미비했던 지난 반세기를 달리하며, 21세기는 중국-라틴아메리카 간 획기적인 관계의 단계로 접어든다. 새 천년, CHINAMERICA의 도래 21세기를 시작하며 중국 4세대 수장 후진타오 정부는 중국기업의 해외진출 전략을 독려하는 ‘저우추취(Going Abroad)’ 정책과 더불어 지속적 경제성장의 동력인 자원의 안정적 수급 일환으로 라틴아메리카에 적극적으로 등장한다. 즉, 중국이 자국의 성장과 발전을 위해 라틴아메리카에 기댄 정책을 강화하는 가운데 부시 미 행정부는 9.11발 중동에 함몰되고, 오바마 행정부는 ‘아시아로의 귀환’(Axis to Asia), 그리고 트럼프 현 정부는 자국 우선주의 하의 보호무역주의 강화와 더불어 반 이민정책이 작금 진행되고 있다. 다시 말해, 21세기 미국이 對 라틴아메리카와의 관계가 ‘소원’해 진 가운데 중국이 적극적으로 이 지역에 세를 확장하고 있는 형국이다. 특히, 2005년 미국과 라틴아메리카 간 지역협력 경제 통합을 위한 미주자유무역지대(Free Trade of Agreement of America, FTAA)가 결렬된 이후, 상대적으로 중국과 라틴아메리카 간 경제협력이 급속히 확대되었다. 덧붙여 미국발 글로벌 위기가 한창인 2008년 후진타오 전 중국주석의 라틴아메리카 방문 준비를 계기로 라틴아메리카 정책보고서(China's Policy on Latin America and the Caribbean)라는 최초의 외교백서가 발표되었다. 이 백서에 따르면, 중국은 라틴아메리카의 국가들과 유사한 발전단계에 있다고 밝히며, ‘평화 공존 5대 원칙’ (영토와 주권의 상호 존중; 상호 불가침; 상호 내정 불간섭; 상호 평등과 호혜; 평화 공존)에 기반을 두고 라틴아메리카와 포괄적인 협력을 모색한다는 방향성을 제시했다. 같은 해 중국은 미주개발은행(Inter-American Development Bank, IDB)에 가입하며, 3억 5천만 달러를 라틴아메리카 공공 및 민간 부분 프로젝트에 투자하기로 발표한다. 중국과 라틴아메리카 관계의 또 다른 중요한 해는 2014년이다. 시진핑 주석은 2014년 7월 17일 브라질의 수도 브라질리아에서 개최된 중국-라틴아메리카 국가공동체(Community of Latin American and Caribbean States, CELAC) 정상회의에서 제도적 기틀을 마련한다. 특히, 시 주석은 중국-CELAC의 운명공동체 관계의 수립을 제안하며, ‘1+3+6’ 협력 프레임워크를 제시했다. ‘1’은 1개의 계획을 뜻하며 포용적 성장 실현 및 지속가능한 발전을 목표로 하는 ‘중국-CELAC 협력 계획, 2015~2019’를 의미한다. ‘3’은 3개의 큰 엔진을 뜻하는 것으로 ‘무역, 투자, 금융’의 경제적 협력을 원동력으로 하는 발전을 추진한다. ‘6’은 6개의 협력 분야를 뜻하는 것으로, ‘에너지, 인프라, 농업, 제조업, 과학기술혁신, 정보기술’을 의미한다. 이를 구체화하기 위해 중국-CELAC 포럼이 2015년부터 개최되었는데, 이 포럼은 중국-아프리카협력포럼(FOCAC), 중국-아세안 정상회담과 비견할 만한 것이다. 특히, 2015년 1월 중국에서 개최된 본 포럼에서 시 주석은 다양한 협력협정서와 함께 향후 10년 내 교역 규모를 5,000억 달러로 확대하고, 투자를 2,500억 달러를 달성하자는 경제협력 비전을 제시했다. 1+3+6의 협력 프레임과 CHINAMERICA ‘1+3+6’ 협력 프레임워크의 경제협력부문인 ‘3’ (무역, 투자, 금융)에서의 협력을 강화하고 있다. 중국과 라틴아메리카 간 무역 규모는 2000년 120억 달러에서 시작해서 2018년 3,060억 달러로 20년이 채 안 되는 기간 동안 무려 약 25배 증가했다. 2014~2016년에는 중국경제 성장세가 둔화와 맞물려 국제 원자재가격이 하락하면서 중국과 라틴아메리카 간 교역 규모가 소폭 감소함을 아래 [그림 1]에서 확인 할 수 있다. 하지만, 2017~2018년에는 원자재 가격이 소폭 반등하면서 교역 규모도 다소 증가세로 전환되었다. 한편, 중국과 라틴아메리카 간 무역 부문에서 주목해야 할 부분은 전형적인 산업간 무역의 형태이다. 즉, 라틴아메리카는 주로 1차 산품을 수출하고, 그에 반해 중국은 공산품을 수출하고 있는 것이다. [그림 2]에서 확인할 수 있듯이, 라틴아메리카의 주요 對 중국 수출 품목은 원유, 철광석, 구리, 대두 등이며, 중국은 기계류와 전자제품, 섬유와 의류 제품 등이다. 유럽을 위시로 한 서구권을 통해 명명된 ‘라틴아메리카’에서 확인할 수 있는 근대성/식민성이라는 동전의 양면의 모습이 무역 부분과 더불어, 중국의 對 라틴아메리카의 투자와 금융 부분에서도 확인할 수 있다. 중국의 對 라틴아메리카 투자는 [그림 3]에서 알 수 있듯이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 2009~2018년 동안 중국의 對 라틴아메리카 직접투자 규모(FDI)는 1,245억 달러로 라틴아메리카로 유입된 전체 FDI의 7.1%를 차지한다. 특히, [표 1]에 따르면, 중국의 對 라틴아메리카 투자는 용지를 직접 매입하고 공장 또는 사업장을 지으며 현지 국가의 고용창출 효과가 큰 Greenfield 방식보다는 에너지와 자원 개발 부문에 함몰된 가운데 M&A 방식의 Brownfield 투자방식을 취하고 있다. 이 부분 역시 근대성, 또는 발전이라는 미명하에 중국의 개발 정책을 엿볼 수 있다. 중국의 對 라틴아메리카 금융협력도 근대성/식민성이라는 프레임이 확인된다. 표 2에서 확인 할 수 있듯이, 중국의 對 라틴아메리카 차관은 에너지와 인프라 부문에 집중되어 있다. 에너지 개발 사업 2005~2018년 간 모두 35건 969억 달러로 68.7%를 차지함을 볼 수 있는 가운데 특히 대금 결제 시 화폐를 사용하지 않고 재화를 대신하는 구상무역(barter trade)을 확인 할 수 있다. 석유차관(Loan for Oil)이다. 즉, 중국의 對 라틴아메리카 차관을 담당하고 있는 중국개발은행(CDB) 또는 중국수출입은행(China Exim)이 석유 수출국간의 대출계약 그리고 중국 국영석유회사와 석유 수출국의 국영석유 회사 간 석유 판매계약을 연계하여 차관을 제공하고 원리금은 석유로 상환하는 방식이다. 환전에 대한 손실을 예방하고, 상호동반자적 관계 구축이라는 미명하에 라틴아메리카의 자원에 대한 중국의 개입을 확인할 수 있는 대목이다. 즉 신식민지주의(neo-colonialism) 행태이다. 앞서 설명한 바 있는 중국은 지속가능한 개발을 위해 저우추취(Going Abroad) 정책을 시행함에 따라, 원자재 확보의 필요성이 대두되고 이를 위한 파트너(?)가 라틴아메리카인 것이다. 이와 같은 중국의 대 라틴아메리카에 대한 근대성/식민성의 접근에 대해 라틴아메리카 로컬 차원의 반작용이 감지되고 있다. Chinamerica와 지역민심 중국은 페루의 구리광산 개발, 에콰도르의 꼬까꼬도 수력발전 댐 건설 및 야수니 ITT 석유개발, 멕시코의 대형 쇼핑몰 건설, 그리고, 바하마의 호텔 건설 등 중국발 인프라 및 에너지 개발과 관련해서 환경오염 문제를 유발하며 지역사회와의 마찰을 빚고 있다. 특히, 중국자본은 2006년 중국국영 정유회사인 CNPC와 Sinopec이 Andes Petroleum과 PetrOriental 현지화한 법인을 통해 에콰도르 석유채굴 지불권을 구입하면서, 에콰도르 아마존이 중국자본에 잠식되기 시작했다. 중국 국영 정유회사들 (Andes Petroleum, PetroOriental)의 에콰도르 아마존 내 전방위적 채굴활동 자행에 대한 지역주민들의 시위가 일고 있다. 해외 언론 및 각종 보고서에 따르면, 중국 정부는 對 라틴아메리카 개발과 관련하여 환경 및 사회 영향에 대한 지침(Guideline) 등의 규제기준을 마련했다. 하지만, 정부 차원에서 제시한 것(de jure)과 실질적(de facto)으로 로컬에서 이행되고 있는 것은 엄연한 간극이 있다. 중국은 석유 등과 관련된 에너지안보 뿐만 아니라 식량안보와 결부되어서도 아마존 삼림황폐화를 야기하고 있다. 즉, 브라질의 대두 생산량 대비 80% 이상을 중국에 전량 수출하고 있는 가운데 중국의 대두 소비를 충당하기 위해 아마존 지역의 불법 농지 개간을 자행하고 있다. 중국의 소, 돼지 등 육류소비가 증대된 대에 따른 대두가 사료로 사용되고 있기 때문이다. 중국의 지속가능한 개발, 즉 근대화의 또 다른 이름인 개발/발전을 위해 라틴아메리카는 ‘신’식민지적 모습이 구현되고 있다. 나가며 1492년 유럽중심주의적 사관에 빗대어 신대륙이 발견되고 라틴아메리카라는 이름이 붙여졌다. 스페인을 위시로 한 유럽이 이 풍요로운 대지의 수탈을 통해 근대화를 이루며 이 지역은 ‘강제적’ 세계화에 직면하게 되었다. 그리고 1823년 먼로주의 이후 21세기 중국이 자국의 지속가능한 발전을 위해 저우추취(Going Abroad) 정책을 시행함에 따라, 앞서 살펴 본 바와 같이 라틴아메리카에 적극적으로 등장한다. 국제체제의 주요 행위자 중국의 5세대 시진핑 주석은 중국몽을 실현하기 위해 전방위적으로 노력하고 있다. 라틴아메리카는 어떠한 행보 및 입장을 취해야 할 것인가. 15세기와 작금의 국제체제가 다른 만큼 근대성/식민성이라는 제한적 프레임으로만 현상을 해석하는 데는 한계가 있다. 불확실성이 확대되는 작금의 국제체제 가운데 라틴아메리카는 라틴아메리카 지역 단위의 협력기구 및 남남협력(South-South Cooperation)을 통해 국제사회의 적극적 행위자가 될 필요가 있다. 더욱이, 라틴아메리카를 사이에 두고 미국과 중국의 국제질서의 복잡한 세법이 있는 만큼, 양 국가를 지렛대(leverage) 삼아 라틴아메리카 역내 단위의 실익과 국익을 동시에 취할 수 있는 길을 모색해야 할 것이다. 이태혁 부산외국어대학교·중남미지역원 미국 UCLA에서 중남미지역학, 조지워싱턴대학교에서 국제정치학을 전공으로 석사학위를 받았으며, 영국 York 대학교에서 국제정치학 박사학위를 취득했다. 현재 부산외대 중남미지역원의 HK연구교수로 있다. 논문으로는 “중국의 ‘일대일로구상’, 편승과 균형사이의 라틴아메리카”, “Within and/or Beyond Perception and Ideology: The U.S., China and Their Relationship towards Latin America” 외 다수가 있으며, 저서로는 《라틴아메리카, 세계화를 다시 묻다》(공저), 《라틴아메리카 지역통합의 정치화》(역서, 근간)가 있다. 저작권자 © 대학지성 In&Out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출처 : 대학지성 In&Out(http://www.unipress.co.k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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