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성자 : Latin America 작성일 : 2016-10-06 11:15:36 조회수 : 609
국가 : 베네수엘라 언어 : 한국어 자료 : 경제
출처 : 한국일보
발행일 : 2016.10.03
원문링크 : http://www.koreatimes.com/article/1015191
거대한 유전 굴착기 한 대가 주요 부품 한 개 때문에 오랫동안 작동을 멈춘 채 방치돼 있다. 

다른 굴착기는 갱단이 습격해 빼 갈 수 있는 부품은 모두 가져갔다. 유전에서 일하는 많은 노동자들은 임금을 받지 못해 굶주림에 시달리고 있다. 힘이 없어 혹여 높은 곳에서 떨어질까 봐 서로를 지켜봐야 하는 상황이다. 

한때 방대한 수입으로 사회주의 혁명의 원동력이 됐던 베네수엘라의 석유산업은 나락으로 떨어지고 있다. 설상가상으로 베네수엘라 정부는 한때 철천지원수였던 미국에 도움의 손길을 요청해야 할 지경에 있다. 

유전노조 위원장인 루이스 센테노는 “우리는 그들을 제국이라 부른다 ”며 미국을 언급한 후 “그럼에도 우리는 그들의 석유를 사야 하는 형편”이라고 말했다.

추락하고 있는 석유산업은 베네수엘라 경제 위기의 가장 시급한 국면이 되고 있다. 원유는 베네수엘라 수입의 절반을 차지하고 있다. 유고 차베스 전 대통령은 석유를 “국가 발전의 동력”이라고 언급했을 정도다. 국영 석유회사는 2001년부터 2015년 사이 총 2,500억달러가 넘는 수익을 식품 수입과 사회복지 프로그램에 투입했다.

그러나 관리실패와 2년에 걸친 유가 하락으로 이런 수익은 모두 사라졌다. 우방 쿠바에 지원하던 원유도 점차 줄어들고 있으며 쿠바는 싼 원유를 찾아 러시아로 눈길을 돌리고 있는 실정이다. 차베스와 그의 후계자인 현 니콜라스 마두로 대통령에게 석유로 인한 부는 국가 정체성과 주권에 필수적인 것이었다. 

미국의 영향력에서 벗어나 지역에서의 영향력을 늘리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미국은 늘 베네수엘라 원유의 거대 시장이 돼 왔다. 그러나 베네수엘라 석유기업이 휘청거리면서 이제는 미국으로부터 석유를 사와야 하는 처지가 됐다. 올 초 미국은 하루 5만배럴 이상의 경질 원유를 베네수엘라에 수출하기 시작했다. 경질 원유는 베네수엘라가 원유를 생산하는 데 필요하다.

이런 생명선도 현재는 아주 미약한 상태다. 베네수엘라 국영 석유회사인 PDVSA는 외국산 원유 대금 지불에 어려울을 겪고 있다. 일부 유조선은 대금 지불을 기다리며 항구에 2주 이상 정박하기도 한다. 

베네수엘라 하루 원유 생산량은 지난해보다 35만배럴이 줄어든 240만배럴로 떨어진 상태다. 차베스가 권력을 잡았던 1998년보다는 거의 100만배럴 이상이 줄어든 것이다. 베네수엘라는 한 때 석유수입으로 어렵지 않게 수입하던 옥수수와 쌀 등을 수입하지 못함에 따라 식량부족에 시달리고 있다. 

항생제 같은 필수의약품도 동 난 상태다. 경제성장률은 10% 떨어질 것으로 예상되며 인플레율은 이미 세 자리 수를 넘어섰다. 한 달 사이에 빵값은 두 배로 폭등했다. 많은 지역에서 한 덩이 당 50센트에 달한다. 반면 인플레 때문에 유전 노동자들은 하루 1달러도 벌지 못하고 있다. 

푼타 데 마타 유전의 수퍼바이저인 페드로 벨라스케스는 “실질적으로 돈을 받지 않고 일하는 것과 마찬가지”라고 말했다. 국영 석유회사가 부채에 시달리면서 석유 수출의 3분의 2는 중국 등 채무국으로 간다. 그러면서 외국에서 데려 온 기술자들과 자국 근로자들에게 지급할 돈이 마른 상태다. 

워싱턴의 라틴 아메리카 에너지 전문가인 리사 비스시디는 “베네수엘라 상황은 날로 악화되고 있으며 투자할 돈은 점점 없어지고 있다”고 진단했다. 베네수엘러 국영회사 사정은 국제 원유 거래업자들의 우려를 자아내고 있다. 베네수엘라가 무너질 경우 과잉공급 상태인 원유시장이 요동칠 수 있기 때문이다. 

2002년과 2003년 초 노동쟁의로 베네수엘라 원유생산이 수주간 중단됐을 때유가는 30% 이상 폭등했다. 이후 국제 유가는 10년 이상 계속 상승했다. 베네수엘라의 국제 원유시장 점유율은 떨어졌지만 아직도 수출량은 세계 생산량의 2%를 차지하고 있다. 

베네수엘라 수출이 줄어들고 특히 나이지리아와 이라크 위기와 맞물린다면 유가는 다시 폭등할 수 있다. 로열뱅크 오브 캐나다의 경제전문가인 헬리마 크로프트는 “베네수엘라의 붕괴는 유가 상승을 가속화 시킬 것”이라며 “베네수엘라는 말 그대로 폭삭 내려앉은 상태”라고 진단했다. 그러면서 현재 베네수엘라처럼 빠르게 그리고 극적으로 붕괴되고 있는 산유국은 없다고 덧붙였다.

베네수엘라 북동부 엘 푸리알의 방대한 유전을 가 보면 베네수엘라가 현재 처한 문제점들이 고스란히 보인다. 전성기에 엘 푸리알은 하루 45만3,000배럴의 원유를 생산해냈다. 에콰도르 전체 생산량의 80%에 해당하는 양이다. 

하지만 지난 2009년 차베스는 더 많은 원유 생산을 위해 천연가스를 주입하는 기술을 가진 미국 콘소시엄 윌프로를 국영화 했다. 그러면서 이곳의 원유 생산은 절반 이상 줄었다. 

엘 푸리알의 근로자들은 그동안의 침체와 경영부실에 대해 푸념한다. 굴착기계의 부품 하나가 배달되지 않아 기계가 수주동안 작동하지 못하고 있다. 이 부품만 있으면 하루 3,500배럴을 생산해 낼 수 있는데 말이다. 언제 고쳐질지 아무도 모르는 상황이다. 하지만 근로자들을 가장 힘 빠지게 하는 것은 식량 상황이다. 

한 유전의 근로자는 현재 거의 아무 것도 먹지 못하고 있어 다른 근로자들이 쓰러지지나 않을까 서로 살펴야 하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수년 전 200파운드 나갔다던 한 근로자는 힘든 노동과 하루 한 끼 식사로 현재 체중이 145파운드로 줄었다고 하소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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