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성자 : Latin America 작성일 : 2016-04-12 13:11:33 조회수 : 556
국가 : 페루 언어 : 한국어
출처 : 연합뉴스
발행일 : 2016/04/12 10:45
원문링크 : http://www.yonhapnews.co.kr/international/2016/04/12/0607000000AKR20160412011600087.HTML
도농ㆍ계층별 표심도 당락에 영향…페루도 좌파 퇴조 대열 동참 전망 

(멕시코시티=연합뉴스) 국기헌 특파원 = 지난 10일(현지시간) 치러진 페루 대선에서 게이코 후지모리(41) 민중권력당 후보가 1위를 차지했지만, 과반을 득표하지 못하면서 2위인 페드로 파블로 쿠친스키(78) 변화를 위한 페루인 당 후보와 결선 투표에서 다시 맞붙게 됐다.

두 사람은 지난 2011년 대선 과정에서 같은 배를 탔지만 이번에 경쟁을 벌이게 됐다.

페루 대선 규정상 1차 투표에서 과반 득표자가 나오지 않으면 오는 6월 5일 1, 2위 후보를 놓고 결선투표가 치러진다.

두 후보의 정치 성향이 비슷해 중 누가 최종 승자가 되더라도 페루의 경제정책 방향은 중도 좌파에서 중도 우파로 수정될 것으로 보인다.

지지자들의 환호에 답하는 게이코 후지모리(EPA=연합뉴스)

 

◇ '반 독재자 딸' 반감이 결선투표 최대 변수

후지모리는 공식 대선 운동이 시작된 이후 각종 여론조사에서 다른 후보들을 두 자릿수 이상 여유 있게 따돌리며 줄곧 선두자리를 고수해왔지만 한 번의 투표로 대권을 바로 거머쥘 수 있는 '마의 지지율 50%'를 넘기지는 못했다.

1990∼2000년 페루 대통령을 지낸 아버지 알베르토 후지모리(78)에 대한 여론이 극명하게 엇갈린 탓이다.

아버지에 대한 향수는 그가 정치인으로서 성장하는 데 밑거름이 됐다. 장녀인 그는 2006년 총선에서 부친의 후광 아래 보수층의 지지를 얻어 정치에 입문했다.

2011년 대선에서 오얀타 우말라 현 대통령에게 결선투표 끝에 근소한 차이로 석패했지만, 정치 신인에 불과했던 그가 전국적인 대권 주자로서 떠오른 것도 아버지가 있었기에 가능했다.

그러나 '독재자의 딸'이라는 낙인이 몰고 온 후폭풍도 만만치 않다.

후지모리 전 대통령은 1990년 처음 대통령으로 선출된 뒤 1992년 친위쿠데타로 의회를 해산하고서 독재를 휘둘렀다. 암살단을 조직해 정치적 반대파를 숙청하는 등 인권침해와 각종 비리를 저질렀다. 이 때문에 25년형을 언도받고 2010년부터 복역 중이다.

도심 지역 중산층을 중심으로 후지모리 후보가 대통령으로 당선된다면 독재가 부활하게 될 것이라는 우려가 크다.

후지모리 후보는 자신에게 드리워진 아버지의 어두운 그림자를 지우기 위해 안간힘을 쓰기도 했다. 지난 3일 열린 대선 후보 방송 토론회에서 아버지의 전철을 밟지 않겠다고 선언하고 트위터에 서명한 문서까지 올리기도 했다.

부동층의 표심을 잡기 위해 아버지와의 '거리 두기'를 시도했지만, 여론은 냉랭했다.

5일에는 수도 리마에서 수만 명이 집결해 후지모리 후보에 대한 반대 시위를 벌였다. 이날은 1992년 아버지 후지모리가 군부 친위 쿠데타를 통해 의회를 해산하고 헌법을 고쳐 장기 집권 토대를 닦은 날이다.

갈수록 후지모리에 대한 반대 여론이 높아지는 상황이라 2개월 뒤에 치러질 결선투표의 향배를 쉽게 점치기 힘든 상황이다.

지금까지는 후지모리 후보가 선두를 달리고 군소 후보들이 2위 자리를 차지하기 위해 표를 나눠 먹으며 추격하는 구도였지만 앞으로는 양자 구도로 전개되기 때문이다.

페드로 파블로 쿠친스키(78) 변화를 위한 페루인당 후보가 부인이 지켜보는 가운데 지지자들에게 손을 흔들고 있다.[EPA=연합뉴스]

 

◇ 지지자에서 경쟁자로 부상한 쿠친스키…페루, 중남미 좌파 퇴조 대열 가세

2011년 대선 1차 투표에서 3위에 그쳐 결선투표에 진출한 후지모리를 지지했던 쿠친스키는 이번 대선에선 후지모리의 대권 재수에 제동을 거는 강력한 경쟁자로 부상했다.

관건은 2위 득표자인 쿠친스키가 반 후지모리 세력을 얼마나 규합하느냐다. 이에 따라 결선투표 결과는 1차 투표와 다른 양상으로 전개될 가능성이 있다.

실제 대선 직전 실시된 입소스의 여론조사에서 쿠친스키가 결선 투표에서 후지모리 후보와 맞붙었을 경우 후지모리 후보를 7%포인트 차로 이기는 것으로 조사됐다. 페루 국민의 51%는 후지모리에게 표를 던지지 않겠다고 밝히기도 했다.

미국 금융권에서의 화려한 경력을 비롯해 경제통으로 불리는 쿠친스키는 지지자들 사이에서 고도 경제성장을 이끌 적임자로 꼽히고 있다. 그는 2001년 7월 출범한 알레한드로 톨레도 집권 시절 재무장관에 이어 2005년 8월 총리에 발탁되기도 했다.

도농 지역과 계층별 표심도 당락을 가르는 변수가 될 전망이다. 전 세계은행 경제학자 출신인 쿠친스키는 온건한 자유시장주의자로 도심 지역에서 인기가 상대적으로 높은 데 비해 후지모리는 보수층과 시골 지역에서 지지기반이 탄탄하다.

반면 후지모리는 아버지의 인권 탄압과 의회 해산 등 독재 탓에 도시 중산층으로부터 반감이 크다. 쿠친스키는 엘리트 집안 출신으로 페루인의 보통 삶과는 동떨어진 귀족적 생활을 해 저소득층의 거부감이 많고 미국 시민권을 가져 이중국적 논란도 제기된다.

유라시아 그룹의 마리아 루이사 푸이그 중남미 분석가는 "후지모리는 저소득 빈민층에 대한 지지기반이 두터워 상대적으로 이들 계층에 지지기반이 약한 쿠친스키를 상대로 신승을 거둘 것"이라고 전망했다.

반면 좌파 성향으로 3위를 차지한 베로니카 멘도사 후보에게 투표했다고 밝힌 학생 호수에 마라비는 "후지모리 후보의 아버지가 자행한 독재 때문에 그녀를 믿지 않는다"며 "이제는 쿠친스키를 지지한다"고 밝혔다.

두 후보 모두 무역과 투자를 통한 경제성장 정책을 표방한 친기업ㆍ친시장주의자다. 누가 당선되든 간에 좌파 성향인 오얀타 우말라(54) 현 페루 대통령의 뒤를 이어 집권할 경우 아르헨티나, 베네수엘라, 볼리비아 등 남미 국가의 좌파 정권 퇴조 경향에 페루도 동참하게 될 전망이다.

penpia21@yna.co.kr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2016/04/12 10:45 송고

Quick Menu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