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선서 좌파 곤살레스에 낙승…곤살레스 "결과 믿기 어려워·재검 요청"
당선인 임기 5월부터 4년간…韓과의 무역협정 발효 속도 낼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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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멕시코시티=연합뉴스) 이재림 특파원 = 정치적 라이벌 간 '리턴매치'로 펼쳐진 남미 에콰도르 대선에서 중도우파 다니엘 노보아(37) 대통령이 좌파 루이사 곤살레스(47) 후보를 누르고 재선 고지를 밟았다.
에콰도르 선거관리위원회(CNE)는 13일(현지시간) 치러진 대선 결선에서 개표율 92.00% 기준 국민민주행동(ADN) 소속 노보아 대통령이 55.88%를 득표했다고 밝혔다.
시민혁명운동(RC)의 곤살레스 후보 득표율은 44.12%를 기록했다.
득표수는 100만 표 이상 차이를 보였다.
선관위는 "개표·득표율 상 돌이킬 수 없는 추세"라며 노보아 대통령 당선을 기정사실로 했다.
지난 2월 1차 투표에서 곤살레스 후보에 득표율에서 불과 0.17%포인트 앞섰던 노보아 대통령은 이날 '초박빙 승부'를 예상했던 현지 언론들의 관측과는 달리 개표 내내 선두를 내주지 않았다.
노보아 대통령은 "유권자들 뜻에 따라 제 소임을 다하겠다"면서 지지자들에게 감사를 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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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곤살레스 후보는 '예상 밖 낙선'에 승복하지 못하겠다고 반발했다.
그는 이날 저녁 자신의 지지자들 앞에서 한 연설에서 "진실보다 거짓을, 평화보다 폭력을 선호하는 사람들이 더 많다는 것을 믿기 어렵다"면서 "개표 결과를 받아들일 수 없으며, 선관위에 재검표를 요청할 것"이라고 말했다.
앞서 1차 투표 때는 반대로 노보아 대통령 당선인이 '너무 적은 득표율 차'에 문제를 제기하며 부정선거 의혹을 제기한 바 있다.
두 사람은 앞서 2023년 탄핵 위기를 맞은 기예르모 라소 전 대통령의 조기 퇴진 결정에 따라 이 나라 역사상 처음으로 치러진 보궐 성격의 대통령선거에서도 맞붙었다.
당시 노보아 대통령은 1차 투표에서 2위로 결선 투표에 진출한 뒤 곤살레스를 상대로 '깜짝 역전극'을 펼치며 전 세계 최연소 국가 정상에 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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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87년 11월생인 노보아 대통령은 바나나 무역으로 큰 성공을 거둔 부자 가문 출신이다. 그의 부친은 과거 5차례 대권 도전에 나섰으나 고배를 든 알바로 노보아(74) 전 국회의원이다.
노보아 대통령은 '쿨한' 이미지와 안보 매파적 성향으로 마약갱단 폭력에 시달리는 에콰도르에서 인기 있는 정치인 중 한 명으로 자리매김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하버드대와 뉴욕대 스턴경영대학원 등 주로 미국에서 공부한 그는 현재 에콰도르 정계에서 대표적인 '친미국 성향' 정치 지도자로 꼽힌다.
특히 이번 대선 유세 과정에 몇 차례 미국을 찾으며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과 친밀감 형성에 주력하는 모습도 보였다.
현지 일간 엘우니베르소는 노보아 대통령이 당파적 정책 수립을 지양함으로써 전통적 정치 문법에 대한 거부감이 큰 청년과 중산층 내에서도 인기를 확보했다고 분석했다.
그러나 노보아 행정부는 잦은 정전, 개선되지 않은 실업률 지표, 베로니카 아바드(48) 부통령과의 정쟁 등으로 비판받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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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보아 대통령은 기업 친화적 정책 강화와 부패 척결, 군경을 동원한 강력한 치안 유지 등을 주요 공약으로 내세우고 있다.
외교적으론 미국과 관계를 중시하는 기조를 유지할 것으로 관측된다. 2000년부터 달러를 자국 공식 통화로 쓰는 에콰도르는 미국과 연대 강화에 중점을 두는 대표적인 중남미 국가다.
다만, 중국과도 2024년 발효된 자유무역협정(FTA)을 기반으로 아시아 시장으로의 교역 확대를 모색할 것으로 보인다.
노보아 대통령 당선으로 한국-에콰도르 전략적경제협력협정(SECA) 발효에도 속도가 날 것으로 예상된다. 두 나라는 2023년 10월에 FTA와 비슷한 SECA 협상 타결을 공표하는 공동선언문에 서명했다.
노보아 대통령은 오는 5월 24일부터 '온전한' 임기 4년을 시작한다. 현재 그는 중도 퇴진한 대통령의 잔여 임기를 2023년 11월 23일부터 1년 6개월간 채우는 형태로 집권 중이다.
에콰도르 선관위는 이날 대선 결선 투표율을 83.76%로 잠정 추산했다. 전체 유권자 수는 1천373만2천194명(인구 1천800만명)이었다. 에콰도르는 의무 투표제를 시행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