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성자 : 서성철 | 작성일 : 2014-05-07 00:04:19 | 조회수 : 1,632 |
국가 : 파나마 | 언어 : 한국어 | |
구분 : 중남미 대선특집 | ||
파나마 대선, 어디로 갈 것인가?
서성철(부산외국어대학교 중남미지역원 HK 연구교수)
2014년 파나마 총선이 꼭 이틀 남았다. 5월 4일에 실시되는 이번 선거에서 파나마 국민들은 대통령 및 20명의 중미 국회(Parlamento Centroamericana) 의원, 71명의 파나마 국회의원, 77명의 시장, 648명의 지방의원 등을 포함해 총 1,648명을 선출하게 된다. 이번 선거에서 파나마 역사상 처음으로 3명의 무소속 후보가 대통령 선거에 출마했다는 것도 이례적인 일이다.
전국 6,330개 투표함에서 240만명의 유권자가 참여할 이번 선거에는 여당인 민주변화당(Partido de Cambio Democrático, 약칭 CD)의 호세 도밍고 아리아스(José Domingo Arias), 민주혁명당(Partido Revolucionario Democrático 약칭 PRD)의 후안 카를로스 나바로(Juan Carlos Navarro), 대중당(Partido Popular) 주도로 새롭게 만든 파나마당(Partido Panameñista) 당의 연합후보인 후안 카를로스 바렐라(Juan Carlos Varela), 범민주주의전선(Frente Amplio por la Democracia, 약칭 FAD)의 헤라르도 로페스(Gerardo López), 무소속 후보인 후안 호바네(Juan Jované), 헤라르도 바로소(Gerardo Barroso) 및 에스테반 로드리게스(Esteban Rodríguez)가 후보로 등록돼 대선에 참여하고 있다. 이번 선거는 노리에가 장군의 군사체제를 붕괴코자 1989년 미국이 파나마를 침공한 후, 실시되는 5번째 선거이다.
대통령 선거와 관련하여 가장 유력한 후보군은 집권 여당의 아리아스 후보, 민주혁명당의 나바로 후보, 그리고 파나마당 후보인 바렐라이다. 물론 집권여당의 프리미엄을 업은 아리아스 후보가 선두를 달리고 있다. 그러나 지난 4월 24일 행해진 여론조사의 결과를 보면 이 여당 후보가 야권의 다른 두 후보에 비해 근소한 차이의 우위를 보이는데서 보듯, 이번 대선 결과는 누구도 점칠 수 없는 혼선 그 자체라고 말할 수 있다. 이런 예측 불허의 상황에서 전문가들은 아직 누구를 찍을지 마음을 정하지 않은 유권자들의 표가 이번 대선의 승부를 좌우할 것이라고 보고 있다.
주택성 장관을 역임했던 50세의 아리아스는 현 리카르도 마르티넬리(Ricardo Martinelli) 대통령의 민주변화당이 내세운 기수로서 라프렌사(La Prensa)지와 ‘퀀틱스 파나마’(Quantix Panamá) 컨설팅 회사와 공동으로 실시한 여론조사에서 37.5%의 지지율을 보였는데 이는 지난주에 비해 2% 감소한 것이다. 아리아스의 뒤를 이어 전 파나마시티 시장이자 야당인 민주혁명당 후보인 나바로가 31.5%로 2위를 달리고 있고, 파나마당의 바렐라는 26.3%로 3위를 달리고 있다. 이 조사는 4월19일에서 4월 22일간 2,930명을 대상으로 실시되었고 1.81% 오차범위의 신뢰도를 갖고 있다. 이제 후보자에 대한 여론조사 결과의 공표는 4월 24일부터 할 수 없게 된다.
라프렌사는 이번 여론조사 결과를 분석하면서 아리아스 후보가 최대 경쟁후보인 나바로에 대해 우세를 보이고는 있지만 승리를 장담할 수 없다고 보고 있다. 결국, 13.3%에 이르는 유동층의 표가 대통령 당락을 결정하게 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파나마에는 2차선거라는 제도는 없고 오로지 어느 한 후보가 표를 많이 얻느냐에 따라 대통령의 당선 여부가 판가름 난다. 한편, 텔레메트로(Telemetro) TV와 라에스트레야(La Estrella)지의 의뢰를 받아 ‘입소스'(Ipsos) 기관이 실시한 여론조사에 의하면 나바로는 34.2%, 아리아스는 33.9%, 발레라는 29.1%의 지지를 보여 일견, 누가 우위라고 단정하기 어렵다. 이번 조사는 4월 14일에서 21일까지 약 일주일간의 기간에 걸쳐, 2,580명을 대상으로 실시되었고 오차범위는 1.93%이다. ‘입소스’의 미카엘 파스코(Micael Pasco) 이사는 세 후보 중 누구라도 대통령에 당선될 가능성이 있다고 하면서 아직 후보자를 정하지 못한 20%의 유권자(입소스 추정)가 선거 당일, 누구한테 표를 주는지에 따라 당락이 드러날 것이라고 예상하고 있다. 물론, 나머지 80%는 자기가 결정한 후보를 바꾸지 않고 일관되게 찍겠다는 부동층이다.
정치평론가인 에드윈 카브레라(Edwin Cabrera)는 다양한 여론조사의 결과에는 일관된 흐름이 있는데 그중의 하나는 아리아스의 승리가 확실치 않고, 또 하나는 여론 지지율 3위인 발레라 후보의 지지율은 꾸준히 상승하는 반면에 아리아스와 나바로의 지지율은 떨어지고 있다는 점이다. 카브레라는 세 후보 중 누구라도 당선권 안에 있다고 하면서, 이런 현상은 최근의 파나마 선거 역사상 유례없는 일이라고 언급한다.
파나마 정치계에서 신인이라고 할 수 있는 아리아스는 마르티넬리 현 대통령의 5년 재임 기간 중 이룩한 경제 호황, 그리고 대규모 공공사업의 지속적인 추진에 힘입은 현 대통령의 높은 인기를 등에 업고 그동안 실시된 여론조사에서 줄곧 선두에 있었다. IMF의 평가에 의하면 파나마는 2013년 경제성장률은 8.3%, 국민소득은 8.5% 증가했다. 이런 분위기 속에서 여당이 내세운 신예 후보인 아리아스는 사회의 대대적인 혁신을 공약으로 내세우고 있다. 한편, 파나마시티 시장을 10년간 역임한 52세의 나바로는 이제까지 파나마 대통령이 임기 5년 내내 기업과의 결탁, 주위 인척들의 끝없는 부패 스캔들로 비판에서 자유로운 적이 없었던 점을 염두에 두고 자신의 선거 캠페인 전략을 사회 불안 해소와 부패 척결에 두고 있다. 그리고 파나마인들이 치솟는 물가로 불만이 팽배해 있다는 점을 감안하여 고비용 경제구조를 바꾸겠다고 약속하고 있다. 50세의 발레라는 2년전 마르티넬리 대통령과 결별한 뒤, 기초생필품 가격을 내리는 것을 필두로 적절한 경제정책을 취하겠다고 약속하면서 지지를 호소하고 있다.
이제 파나마 총선이 며칠 남지 않았다. 그러나 선거일이 임박하면서 선거전은 혼탁 양상으로 흘러가고 있다. 그 이유는 아마도 이번 대선에서 확실한 승기를 잡은 후보가 없어서일 것이다. 몇주전부터 각 당은 텔레비전을 비롯한 각종 언론매체를 통해 상대방 후보를 헐뜯거나 깎아내리고, 자기 당 후보는 치켜세우는 광고나 영상물을 내보내고 있다. 아울러 각 당은 경쟁 후보를 비난하는 성명을 연일 쏟아내고 있다. 이번 대통령 선거에 나선 7명의 후보 주자들은 공정하고 오염되지 않은 선거를 치루자는 취지에서 새롭게 마련된 도덕협정에 서명했지만 그것이 지켜질지는 의문이다. 이번 달 초 파나마시티에서 개최된 세계경제포럼 기간 중 야당 후보 중의 하나는 오프더레코드 조건이지만 언론에 공개적으로 상대방 특정 후보를 도둑에 부패한 후보라고 비난하고 나선 것은 그 한 예라고 할 수 있다.
집권 여당의 마르티넬리 현 대통령의 부인인 마르타 리나레스(Marta Linares)가 아리아스의 부통령 러닝메이트로 나선 것도 점점 정치 쟁점화하는 형국이다. 많은 파나마인들은 집권 여당의 이런 행태를 권력의 일가 집중으로 간주하고 있으며, 혹시나 마르티넬리 대통령이 법을 고쳐 나중에 다시 출마하는 것이 아닌가 하는 의구심을 보내고 있다. 한편, 야당은 야당대로 아리아스 후보야말로 마르티넬리 대통령의 꼭두각시에 불과하다고 비난하면서 마르티넬리 대통령의 이런 정치적 술수야말로 전체주의로 가는 길이라고 맹공격하고 있다. 아리아스의 한 측근 인사가 인정한 것처럼, 대통령 부인의 부통령 출마는 결국 여당 후보를 도와주는 것이 아니라 역으로 악재로 작용할 것임이 분명해 보인다.
선거운동이 막바지에 이르면서 선거 열기는 그 어느 때보다도 뜨거워지고 있고 덩달아 흑색선전도 난무하고 있다. 그리고 각 정파 및 각 후보 지지자들 사이의 긴장도 점점 고조되고 있다. 약 7만명의 건설 노동자들이 봉급 인상을 내걸고 총파업에 들어갔고 교사들의 파업 문제도 타결되지 않았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마르티넬리 대통령과 이번 선거를 총괄하는 파나마 선거관리위원회(Tribunal Electoral)간의 불화 및 충돌이 심각한 수준에 이르고 있다. 파나마 선거관리위원회의 에라스모 피니야(Erasmo Pinilla) 위원장은 5월 4일 실시되는 선거에서 부정선거가 치러질 위험이 있다며 경고하고 나섰다. 그러자 민주변화당은 피니야가 야당인 민주혁명당(PRD)과 모종의 관계가 있다고 하면서 그는 이번 선거를 공정하게 치룰 자격이 없다고 비난하면서 선관위원장 직에서 물러가라고 요구하고 나섰다. 한편 야당은 일제히 마르티넬리 대통령이 행정, 입법, 사법 기관 등 국가기관을 총동원하여 선거에 개입하고 있다고 하면서 마르티넬리 대통령이 유일하게 건드리지 못하고 있는 선관위를 끝까지 수호하겠다는 결의를 다졌다.
이번 선거의 특징은 누가 대통령에 당선될지 예측하기 어렵고, 그런 이유로 선거전이 과열 양상에 혼탁 일변도로 흐르고 있다는 점이다. 파나마 사회는 이미 선거가 끝나기 전에 극명하게 양분화 되었다. 지금의 추세대로라면 여당인 보수 민주변화당의 아리아스 후보와 야당인 진보 민주혁명당의 나바로 후보 또는 파나마당의 바렐라가 의외로 당선될 수도 있을 것이다. 이제 며칠만 있으면 누가 파나마의 대통령이 되는지 판가름 난다. 그러나 누가 되던 파나마가 적지 않은 선거 후유증을 앓게 되리라는 것은 분명해 보인다.
출처:
1. ELECCIONES presidenciales en Panamá serán las más reñidas en la historia, El Falconiano(2014.4.25) 2. La tensión entre el oficialismo y la autoridad electoral marca las elecciones en Panamá, El Pais(2014.4.30) 3. Panamá encara la recta final de la campaña electoral sin un ganador claro, El Pais(2014.4.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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