따꼬, 나초, 데킬라, 끝? 멕시코를 더 먹자!
요즘은 한국에서도 멕시코 음식 먹기가 어렵지 않다. 다양한 따꼬 전문점이 곳곳에 문을 열고 나초와 치즈 소스는 영화관에서도 손쉽게 살 수 있다. 소금과 함께 마시는 음용법이 재미있는 데킬라도 인기다. 간식이나 외식 분야뿐만 아니라 한식 깊숙한 곳에서도 멕시코의 흔적을 찾을 수 있다. 멕시코는 토마토, 고추, 옥수수, 감자의 원산지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한국요리를 김치와 불고기만으로 다 설명하지 못하듯이 멕시코 음식도 마찬가지다. 위에 열거한 음식만으로 멕시코의 다양한 맛을 안다고 하면 큰 오산이다.
우유의 풍미가 짙고 부드러운 프레쉬 치즈 께소 빠넬라(Queso panela), 자기에 원두를 넣고 달여 마시는 달콤하고 진한 카페 데 오야(Caf? de olla), 질 좋은 쇠고기 덩어리를 무려 26시간 동안 구워 고기 본연의 맛을 살린 라틴 아사도(Latin asado) 등 『멕시코를 맛보다』가 소개하는 진짜 멕시코 음식은 따꼬만으로는 부족한 독자의 식욕과 호기심을 동시에 자극해줄 것이다.
▶코스로, 지역으로, 키워드로 두루 맛보는 멕시코
우선 1장 <멕시코 음식문화>를 통해 멕시코 음식문화의 전반을 살펴보자. 멕시코 음식은 원주민 문명과 스페인 및 유럽, 아랍의 요소가 모두 섞인 다양함이 특징이다. 패스트푸드로 미국 등지에서 사랑받고 있는 따꼬처럼, 최근 멕시코 음식은 대체로 저렴함이나 간편함을 앞세워 사람들의 입맛을 친근하게 사로잡는다. 또한 이 장에서는 멕시코 요리의 핵심이라고 볼 수 있는 소스 살사(Salsa)에 한 절을 할애해 멕시코 음식에서 살사가 어떤 위치인지, 종류는 무엇이 있으며 어떻게 만드는지 등을 자세하게 설명한다.
2장 <코스별 멕시코 음식>은 이 책의 뼈대라고 할 수 있다. 애피타이저와 음료, 고기, 생선, 샐러드, 후식에 이르는 식사 순서에 맞춰 그에 속하는 멕시코 음식을 이야기한다. 한국에서는 멕시코 맥주라고 하면 코로나 정도가 유명하지만 현지에는 외국 맥주의 인기가 시들할 정도로 다양하고 질 높은 맥주들이 있다. 와인은 아직 완벽히 산업화되지는 못했으나 고기와 궁합이 좋은 와인이 많으며, 돼지 육수를 기반으로 한 스프 스타일의 요리를 총칭하는 뽀솔레(Pozole)는 지역의 특색이 살아 있는 음식이다. 멕시코는 또한 고기 소비량이 높고 다양한 고기 요리법을 자랑하는데 새끼 돼지 통구이인 레촌(Lech?n)의 이미지는 한국 독자들에게 익숙할 것이다. 고기에 비해 소비량은 상대적으로 적지만 반 이상의 주가 바다에 접해 있는 만큼 해산물도 주재료로 즐겨 쓰이며 대체적으로 약간 맵다. 다만 하천에서 잡은 고기는 거의 먹지 않는다. 빵부터 아이스크림까지 후식도 다양한데 사탕수수 농사가 활성화된 지역이니만큼 한국인의 입맛에는 아주 달게 느껴지는 디저트를 선호한다.
3장 <지역별 멕시코 음식>은 여행객들에게 특히 유용할 장이다. 멕시코 31개의 주와 1개의 특별주를 떼완떼? 지협, 멕시코의 중앙고원, 태평양 연안 유럽풍의 중앙고원 지역, 북부 미국과 인접한 국경지대 등 음식의 동질성을 지닌 지역별로 구분하고 각 지역과 대표 음식, 추천 식당을 소개한다. 여행자에게도 좋은 참고가 되겠지만 음식을 통한 멕시코 각 지역의 특색을 알 수 있어 일반 독자들에게도 재미있는 공부가 될 것이다.
4장 <키워드로 보는 멕시코 음식과 문화>는 음식에 느낌을 더해주는 향신료처럼 책의 내용을 채워준다. 1, 2, 3장과 같이 내용을 관통하는 큰 주제는 없지만 대신 감귤류인 레몬, 라임, 리몬, 스다치를 비교한다거나 살사와 함께 멕시코 음식의 처음과 끝을 담당하는 몰레(Mole)를 소개하는 등 아기자기한 에피소드들로 이루어졌다.
▶ 맛보고 나면 만나자, 음식보다 중요한 사람이기에
나는 멕시코를 사랑하는 것 같다.
사실 좋아한다는 표현과 사랑한다는 표현 중에서 약간 고민했다.
그런데 난 아무래도 멕시코를 사랑하는 것 같다. 그것도 아주 오래된 연인들과 비슷한 것 같다. (중략) 멕시코에 만 6년 동안 살면서, 정말 다양하고 많은 것들을 먹고 마셨다. 그러다 내가 멕시코를 위해 한 것이 별로 없으며 내가 멕시코를 위해 할 수 있는 것이 무엇이 있을까를 고민하게 되었다. 그리고 자연스레 음식을 소개하는 것이라는 결론에 도달했다. 어쩌면 멕시코 역사에 대한 소개 또한 그 애정의 한 방법이 될 수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무언가 더 직접적이고 쉬우며 확실한 것은 바로 음식에 대한 소개일 것이다. 또한 그것은 멕시코의 자연에 대한 소개의 방법일 것이며 정치, 경제 그리고 사회적 문제와는 다른 문화적 소개가 되기를 바란다. 함께 음식을 먹는 것만으로 완벽하게 ‘식구食口’가 되었다고 할 수는 없을 것이나 적어도 어떤 호감과 환대를 서로 교감한다고는 할 수 있을 것이다. 맛있는 외국 음식은 그 지역에 대한 나쁜 선입견을 없애며 호감을 갖게 할 수도 있다. -본문 중에서
먹는 방송의 줄임말인 ‘먹방’이라는 말이 유행이다. 음식을 맛있게, 또는 많이 먹는 모습을 보여주는데, 보통 한 사람의 모습을 크게 클로즈업하여 먹는 행위를 단순하게 강조한다. 그러나 식사에는 영양소를 섭취함으로써 삶을 유지하는 필수적 욕구 충족뿐 아니라 음식을 같이 먹으며 교감하고 소통하고자 하는 바람도 있다. 『멕시코를 맛보다』를 읽다 보면 밥을 함께 먹는다는 것의 의미, 단순한 동석을 넘어 음식을 만들고 먹는 사람과 함께하려는 마음을 새삼 깨닫게 된다. 저자는 책의 처음부터 고백한다. 멕시코를 사랑하는 것 같다고. 서반아(西班牙)의 뜻도 모른 채 스페인어학과에 입학해 공부하다 처음 먹어본 따꼬의 맛에 반해 스페인어를, 나아가 멕시코를 사랑하게 된 저자 최명호가 멕시코에서 6년간 먹고 마시며 쓴 『멕시코를 맛보다』를 통해 아름다운 나라 멕시코의 맛을 ‘함께’ 느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