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틴아메리카와 아마존
아마존에는 ‘아마존’이 있는가? 결론적으로 아마존에는 서구식 세계관의 ‘아마존’이 있다. 하지만 라틴아메리카 세계관은 아마도 다른 이름으로 그 지역을 그리고 그 ‘원’주민을 칭했을 것이다. 본서는 아마존과 결부된 객관적이고 정량적인 ‘크로노스’적 시간의 흐름 가운데 주관적이며 동시에 결정적 순간인 ‘카이로스’를 담고자 한다. 이와 같은 카이로스적 여러 겹의 시간의 흐름 속에 작금의 아마존은 어떠한 의미이며, 기후변화와 연동된 글로벌 위기 가운데 라틴아메리카적 혜안을 모색하고자 한다.
인간의 ‘오래된’ 물질적 욕망이 아마존을 이 지구상에 선보였다. 그리고 아마존이라는 거대한 자연은 인간의 오래된 욕망으로 역설적으로 품고 있다는 것이다. 그 크로노스적 시작은 스페인의 정복시대, 피사로(Francisco Pizarro) 정복자는 그의 사촌동생 오레야나(Francisco de Orellana)와 함께 지금의 에콰도르 나포강에 도착하는데서부터 시작한다. 안데스 산맥을 넘어 지금의 아마존으로 들어가기 위한 피사로의 군대들은 그렇게 나포강에서부터 황금의 땅(El Dorado)과 계피를 찾기 위해 동진을 시작한다.
이윽고 오레야나를 필두로 하는 일부 스페인 병사들이 ‘아마존’과 조우한다. 오레야나와 병사들의 눈에는 그리스 신화에 등장하는 ‘가슴 없는 활 쏘는 여전사’[아마존 = ‘아’ (없다) + ‘마존’ (가슴)]가 본인들의 눈앞에 펼쳐진 것이다. 오레야나 정복자와 병사들은 ‘아마존’ 즉 활쏘는 여전사와 일전을 치른 후 대서양을 통해 이베리아반도의 스페인으로 귀국하게 되었으며 이 지역을 추후 ‘아마존’이라고 부르게 되었다고 한다. 스페인을 필두로 하는 유럽의 정복시대와 식민지 시대는 이렇게 아마존을 통해 라틴아메리카가 ‘소개’되었다. 갈레아노(Eduardo Galeano)가 라틴아메리카를 가리켜 ‘절개된 혈관’으로 표현한 것처럼, 그 수탈과 식민의 시대가 열린 것이다. ‘아마존’과 만나면서... 아마존에는 고무가 있나? 있다. 그리고 아마존 현지인들은 고무를 놀이 문화로 사용하였지만 서구인들은 산업화의 초석으로 활용하며 인간들의 ‘움직임’을 견인하는 동력으로 사용했다. 아마존의 두 번째 카이로스는 고무나무와 서구인들의 만남이다. 아마존은 열대우림(熱帶雨林) 지역으로 더운(熱), 적도 근처(帶)의 비(雨)가 많이 내리는 숲(林)이다. 고무나무가 자라기 위해 가장 적합한 환경이다. 비가 올 때 장맛비처럼 많은 비가 순식간에 내리며, 또 더울 때는 아주 무더운 날씨가 반복되는 이러한 환경이 고무나무가 자라는 최적의 환경이라는 것이다. 쉐링게로(Sheringero)라는 고무액 채취자(rubber tapper)가 고무액인 라텍스(latex)를 채취하기 위해 나무에 금을 그으며 고무나무를 훼손했다. 그리고 고무액은 추후 황과 결합해 오늘날 고무가 탄생하게 된다.
고무가 산업화를 거치며 자동차 대량생산으로 고무산업이 활성화 되었다. 자동차의 대중화는 타이어의 보급으로 가능하게 되었지만 동시에 아마존의 파괴와 황폐화로 이어진다. 아마존이 품고 있던 고무나무가 인간과 ‘어울리며’ 산업화를 견인했지만 동시에 아마존은 고무나무 수액 ‘눈물’을 흘렸다.
아마존에 소가 있나요? 있다. 소도 인도 ‘출신’의 소를 볼 수 있다. 아마존이 소를 ‘키우는’ 것이 또 다른 카이로스다. 실은 아마존은 브라질, 볼리비아, 에콰도르, 콜롬비아, 베네수엘라, 가이아나, 수리남 그리고 프랑스령 기아나 등 모두 9개 국가가 공유하고 있는 지역이다. 인도와의 접점이 없는 아마존에 소가 출몰한다. 그리고 그 소로 인해 아마존의 주인공이 고무나무 채취자(쉐링게로)에서 소로 바뀌고, 이 ‘새로운’ 주인공이 아마존의 또 다른 시련을 가지고 온다. 경제적인 면에서 볼 때 브라질을 풍요롭게 하는 매개체가 소다. 브라질의 1위 수출 품목은 대두와 아울러 소고기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소를 방목하며 그 공간의 확보를 위해 나무를 태워 버린다. 목초지 확보를 위해 삼림이 유실되며 더욱이 전 세계적으로 소고기 소비량이 증대되며 소의 개체수는 더욱 증가하게 된다. 원주민들은 도시로 내어 몰리며, 도시 빈민화률을 증가시키고 동시에 아마존의 삼림은 지속적으로 파괴된다. 아마존은 인간이 ‘심어’ 놓은 소로 인해 우리들의 ‘배’는 살찌우지만 아마존은 메말라 가고 있다. 그리고 우리들은 기후변화를 맞이하고 있다.
나가며
아마존은 또 다른 크로노스가 될 수 있다. COVID-19로 촉발된 전 지구적 문명 전환여부 또는 그 문명 전환의 정도의 고민 속에서 아마존이 대안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게임의 룰이 바뀌고 있다. 신에서 인간으로 옮겨간 우리들의 문명이 이제는 자연으로 그 중심축이 옮겨 가야 함이 가시화 되고 있다. 자연과 인간 중심의 ‘상생화법’을 온전히 고민하고 실천해야할 때이다. 인간은 지속적으로 진보하고 발전하는 질주 관성을 가지고 있다. 따라서 인간의 성장욕구를 유지하기 위해서는 자연과 온전한 파트너십(partnership)을 이룰 때 온전한 지속가능한 발전을 성취할 수 있다. 아마존의 또 다른 이름은 인류 최초의 에덴동산이며 또한 자연의 보고이다. 근대화의 ‘옷’을 입은 우리가 아마존의 원주민적 삶을 구가하고 구현할 수는 없다. 하지만 자연이 온전히 ‘숨’을 쉬어야 우리 인간이 호흡할 수 있음을 확인하는 크로노스와 카이로스가 교차하는 지금, 아마존의 다층적 의미를 돌아보며 인간과 자연의 통합과 조화로운 관계를 모색할 때이다.
이태혁 부산외국어대학교·중남미지역원
미국 UCLA에서 중남미지역학, 조지워싱턴대학교에서 국제정치학을 전공으로 석사학위를 받았으며, 영국 York 대학교에서 국제정치학 박사학위를 취득했다. 현재 부산외대 중남미지역원의 HK연구교수로 있다. 논문으로는 “중국의 ‘일대일로구상’, 편승과 균형사이의 라틴아메리카”, “Within and/or Beyond Perception and Ideology: The U.S., China and Their Relationship towards Latin America” 외 다수가 있으며, 저서로는 《라틴아메리카, 세계화를 다시 묻다》(공저), 《라틴아메리카 지역통합의 정치화》(역서, 근간)가 있다.
출처 : 대학지성 In&Out(http://www.unipress.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