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구주제 | 브라질 사람들과 소통하기 | ||
개설자 | 임두빈 | 개설일 | 2011-01-13 |
소개글 | 브라질과 사람 읽기 |
작성자 : 임두빈 | 작성일 : 2011-07-06 13:18:12 | 조회수 : 291 |
브라질 노동당의 지난 집권 8년의 의미 임두빈 (부산외국어대학교 중남미지역원) 브라질하면 가장 먼저 연상되는 말, ‘대조의 나라’. 브라질은 선진국과 후진국의 모습을 동시에 지니며 기회와 위험이 상존한다. 과거, 현재, 미래가 동시에 존재하는 입체적인 나라이다. 그래서 선진국, 후진국, 개발도상국이라는 개념으로 접근할 때 소속이 모호한 곳이 바로 브라질이다. 그리고 EnGhana, BelIndia, BRICs. 한글로 읽자면, 순서대로 엔가나, 벨린디아, 브릭스. 사실 모두 브라질과 연관된 합성어이다. 모두 전 세계에서 가지고 있는 브라질에 대한 관심의 표명이라 볼 수 있다. 먼저, ‘엔가나’는 영국과 가나를 합친 말이다. 세금은 영국수준으로 그 혜택은 아프리카의 가나 수준으로 받는다는 의미이다. 실제로 1인당 소득 수준이 우리의 3분의1에 불과한 브라질에서 소비자 가격은 두 배에서 많게는 네 배까지 차이가 난다. 환율 탓도 있지만 과도한 세금(간접세) 탓에 물건 값이 비싼 것이다. 벨린디아는 벨기에와 인도를 합친 합성어이다. ‘벨린디아’는 1974년 브라질 경제학자, 에드마르 바샤(Edmar Bacha)가 브라질이 작지만 부국인 벨기에와 크지만 빈곤의 폭이 큰 인도의 모습을 동시에 가지고 있다는 의미에서 부르기 시작했다. 엔가나, 벨린디아. 이 합성어들이 가져다주는 공통적인 의미는 브라질이 제1세계와 3세계의 모습을 동시에 띠고 있다는 것이다. 사실, 브라질에 대한 비관적 전망 중 가장 가시적인 부분은 양극화의 문제이다. 우리나라도 점차 양극화 현상이 사회적인 논쟁을 불러일으키지만 지니계수(Gini Index)를 통해 볼 때 세계 10위권을 고수하고 있는 브라질과는 비교할 바가 아니다. 1인당 소득이 7천 달러에 육박한다고 하지만 전체 국민의 13페센트 정도가 하루 1달러 이하의 생활을 하고 있다. 전체 국토의 46퍼센트를 1.6퍼센트가 소유하고, 경작지의 3분의2를 인구의 3퍼센트가 소유한 나라이기도 하다. 반면에 브릭스는 주지하다시피 브라질에 대한 긍정적, 희망을 보여주는 대표적인 아이콘이다. 브릭스는 앞선 엔가나, 벨린디아가 브라질의 비관적 전망을 보여준다면 브릭스는 거대한 영토와 인구, 풍부한 지하자원 등 대국으로 발전할 수 있는 브라질의 밝은 미래상을 보여주는 긍정어의 대명사라고 할 수 있다. 외신뿐만 아니라 한국에서도 ‘브라질’에 대한 관심의 정도는 점점 커가고 있다. 2008년 말 선진국발 글로벌 경제위기 안에서 회복 속도도 다른 나라보다 더 빨랐다. 전통적인 외채대국에서 순채권국으로의 전환. 투자등급의 상승, 자원부국효과, 각지에서 평가하는 브라질의 성공사례 논의, G20를 위시한 국제무대에서 발언권의 확대, 2014년 월드컵, 2016년 올림픽 개최 등, 누가 봐도 브라질은 이제 수십 년간 동안 사용된 수식어 ‘미래의 나라’가 아닌 ‘현재의 나라’로 다가온다. 이런 모든 변화들은 어떻게 이루어졌을까? 브라질 내외에서 이루어진 대부분의 분석은 외부적인 호재뿐만 아니라 브라질 정부가 고수한 정책의 일관성에 그 무게를 실고 있다. 브라질의 급부상이 우연이 아닌 ‘노력’의 결과라는 얘기이다. 바로 그 정책의 일관성의 가운에 지구상에서 가장 인기 있는 정치인인 ‘룰라’대통령과 브라질 노동당(PT)가 있다. 신자유주의가 본격적으로 도입된 최근 10년간, 기대와는 달리 브라질의 성장률은 낮았다. 오히려 좌파정당의 수장이었던 룰라 대통령의 집권기(2002-2010)에 브라질의 가치가 고평가되었다. 룰라의 집권기는 실제로 중국 특수, 자원전쟁에서 유리한 위치, 바이오 연료사업, 심해유전 발굴 등 브라질 판 대국굴기에 다름 아니었다. 이런 외부적 요인을 차지하고도, 전문가들은 브라질 노동당이 쌓아온 내력과 룰라 대통령의 지도력은 브라질 가치 고평가의 직접적인 요인으로 분석하고 있다. 라틴아메리카가 겪은 민주화의 결과로 탄생한 새로운 지도자들이 출현하게 되었고 룰라 대통령도 그 중의 한 인물이다. 멕시코는 NAFTA 체결로 인해 미국에 저항하는 라틴아메리카 지도자의 위치를 상실하게 되었다. 그로 인해 멕시코는 계속적으로 친미적 노선을 유지할 수밖에 없는 한계를 지니게 되었다. 그와 반대로 베네수엘라의 우고 차베스는 ‘미주를 위한 볼리바르적 대안’ 가장 강력한 반미 노선을 구축하고 있다. 브라질은 룰라대통령의 집권을 시작으로 멕시코와 베네수엘라와는 다른 독자적인 행보를 통한 대국외교를 통해 미국과의 관계뿐만 아니라 지구촌에서 자신의 자리를 재정립하는 획을 그리게 되었다. 4번의 도전 끝에 2002년 대통령에 당선되었을 당시, 군부에 대항하고 좌파정당의 창시자이자 금속노조 위원장이었던 룰라에 대한 세상의 시각은 그를 중심으로 부상하는 라틴아메리카의 거대좌파 국가의 탄생이었다. 그러나 그 예상은 보기좋게 빗나갔고, 빈민구제 정책을 비롯하여 대선 당시 비판의 주 대상이었던 까르도주 전 대통령의 경제정책을 이어나감과 동시에 국제적 약속을 착실하게 이행해나갔다. 이 때문에 전통적인 좌파들은 룰라를 배신자라고까지 부른다고 한다. 집권여당의 이념은 달랐지만 지난 8년간 국가의 기틀을 잡아온 까르도주 정권의 업적은 인정하고 국가대계를 위해 특유의 카리스마와 리더십을 더해 정책의 일관성을 유지시킨 것이다. 좌파들이 느끼는 환멸의 근원과 룰라가 선택한 노선과의 차이는 단순하다. 룰라는 마르크스를 공부한 지식인 출신이 아니었다. 책으로 현실을 대신하지 않은, 다시 말해서, 이상으로 똘똘 뭉친 이데올로기 맹신자가 아닌 현장 노동자 출신으로 마르크스의 생각에 동의한 노조지도자이자 실용적인 현장 정치가였던 것이다. 빈곤 가정의 8남매 중 막내로 태어난 룰라 대통령은 초등학교 5학년 수학이 최종 학력이다. 가방끈이 짧아서 연설할 때 문법에 맞지 않는 표현을 한다고 지식인들과 야당의 비난을 받지만 바로 그가 사용하는 ‘언어’가 바로 대부분의 ‘유권자’인 서민들이 사용하는 ‘언어’였다. 집권 중간에 대형 스캔들이 터졌지만 ‘기아제로’ 등 빈민층에 대한 지원 확대를 통해 전통적인 지지율 외에도, 국정의 투명성, 투자의 증대를 통한 점진적인 변화에 주력한 국정 운영은 점차 외국투자 증대, 국가신인도 상승이라는 결과를 낳게 되었다. 그 결과 빈곤층뿐만 아니라 중산층, 상류층 역시 룰라를 신뢰하게 되었고 집권 말기에 흔히 생기는 ‘레임덕’ 징후는커녕, 90 퍼센트에 육박하는 전 세계에 유례가 없는 대통령 지지율을 보여준 것이다. 룰라 대통령의 능력은 이렇게 집안 단속뿐만 아니라 대외적인 관계에서도 크게 두각 되었다. 사실 브라질은 아메리카에서 북미는 미국이, 남미는 브라질이 종주국이라는 행보를 걷고 있다. ‘남미공동시장’(Mercosur), ‘남아메리카국가연합’(Unasur)를 통해 역내입지를 굳이는 것 외에 유엔 평화유지군 파견, 인도, 브라질, 남아공(IBSA) 포럼을 통한 남남협력 강화, 아랍과 아프리카를 아우르는 대국외교 드라이브를 걸고 있다. 이런 움직임을 통해 전 세계 개도국들의 이익에 부합되고 입장을 대변하는 행보를 통해 국제무대에서 브라질의 지위를 격상시키고 목소리에 무게감을 실어주고 있는 것이다. 룰라대통령 이후 사실상 개도국의 대표 역할을 맡게 된 브라질은 유엔 안전보장 이사회에서 상임이사국의 지위를 얻고자 하는 노력을 지속적으로 경주중이다.
이러한 야심찬 브라질판 대굴국기의 완성은 2014년 월드컵, 2016년 올림픽, 2022년 독립 200주년을 시간의 축으로 진행되고 있다. 다가오는 10월 3일 브라질은 룰라 대통령이 맡아온 지난 8년간의 국정을 이어갈 대통령을 선택하여야 한다. 룰라의 후임자인 호세피 후보는 에너지 장관, 정무장관직을 통해 국민들 앞에 섰지만 그 정치이력은 야당 후보인 세하 후보에 비할 바가 아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현재 출구조사에서 우위를 보이는 것은 호세피라는 일개인에 대한 지지가 아니라 룰라 대통령과 집권당인 브라질 노동당에 대한 절대적 지지와 신뢰의 반증이다. 물론 선거 결과에는 선거 당일 가장 큰 변수로 작용하는 20 퍼센트에 달하는 부동표가 관건이다. 중요한 것은 누가 당선이 되던, 룰라 대통령이 지난 8년간 이뤄온 일관성 있는 국정 기조가 그대로 지속될 것이라는 믿음이 브라질의 안과 밖에서 공감한다는 사실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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