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성자 : 라키스 작성일 : 2011-05-16 11:06:03 조회수 : 854

아이티 지진참사.부정선거 오명 속 임기 마무리
역사상 유일한 민주 대통령 '평화적 정권교체'
결정력 부족에 대외 의존도 커지며 실권 평가도

(멕시코시티=연합뉴스) 양정우 특파원 = 14일(현지시간) 아이티에서 '인기 팝가수' 출신의 미셸 마르텔리 대통령이 공식 취임하면서 그간 아이티를 이끌어왔던 르네 프레발(68) 대통령이 권력의 뒤안길로 물러나게 된다.

   2006년 두 번째로 대통령에 당선됐던 그는 임기 동안 지진참사와 갱단범죄, 폭동, 정치적 비난 속에도 꿋꿋이 살아남았지만 평가에는 부정적인 목소리가 많다.

   그는 작년 1월 지진참사로 최소 23만명이 목숨을 잃었을 때 대책을 발표하는 기자회견마저 주저하는 모습을 보이다 리더십이 무너지는 절체절명의 위기를 맞았고 일명 '무기력남'이라는 별명은 임기 후반까지 꼬리표처럼 따라다녔다.

   올해 대통령 선거 동안에는 자신이 후계자로 지명했던 집권당 후보가 부정선거 논란에 휩싸이다 끝내 낙마하면서 그나마 남아있던 정치적 공신력마저 땅에 떨어지는 최악의 위기 상황에 몰리기도 했다.

   부정선거 논란이 한창이었을 때는 그가 비행기를 타고 해외로 야반도주할 것이라는 얘기까지 흘러나왔다.

   하지만 쏟아지는 악평에도 그를 긍정적으로 바라보는 시각도 없는 것은 아니다.

   특히 아이티 정치사의 맥락에서 보면 그는 오히려 돋보이는 인물이기도 하다.

   미국 지역 일간지인 마이애미 해럴드에 따르면 그는 아이티가 1804년 프랑스에서 독립한 이후 민주적 절차로 두 번이나 대통령으로 당선돼 임기를 마친 유일한 인물이자 오랫동안 국민 열망이었던 평화적 정권교체를 실현한 정치인이다.

   과거 대통령들이 인권침해와 부패혐의로 투옥과 추방을 거듭했던 아이티에서 첫 번째 대통령 임기를 무사히 마치고 15년 뒤 다시 국민 지지를 받아 대통령직에 오른 대중적 정치인이자 경제적으로는 붕괴 직전의 아이티를 구해냈다는 평가도 나온다.

   에드몬드 물레트 유엔(UN) 아이티 안정화지원단장은 "프레발 행정부 동안 언론 자유에 제한이 없었다. 결코 위협이나 누구에게도 침묵을 요구하지 않았다"며 "스스로 재물에 대한 욕심도 없어 부패 음모에도 연루되지 않았다"고 말했다.

   하지만 이런 평가에도 그가 결국 국민과 국제 사회로부터 외면을 받게 된 배경으로 '소통방식'에 문제가 있었다는 지적이 나온다.

   물레트 단장은 그가 국민과 대화하지 않으려는 태도를 보이고 있었다며 심지어 지진참사 이후 국민이 국가 지도자를 열망했던 순간에도 그랬다고 말했다.

   특히 '무기력남'이라는 별명을 갖게 된 데에는 그런 태도와 함께 지도자로서 위중한 순간에 아무런 결정 없이 침묵하는 모습이 한몫했다는 지적이다.

   이는 반대파는 물론 지지자들마저 지치게 했고 국제 사회가 보기에는 국가를 통치할 능력이 없다거나 무언가 계략을 꾸미는 것 아니냐는 의심을 할 수밖에 없게 했다는 것이다.

   여기에 지진참사 이후 원조를 위해 뛰어든 국제사회의 개입과 아이티의 대외의존도가 너무도 커지면서 프레발은 과거 누렸던 권력에 대한 지지, 국가 통치력을 사실상 잃어버렸다는 분석도 나온다.

   eddie@yna.co.kr

<저작권자(c)연합뉴스. 무단전재-재배포금지.>             2011/05/14 09:15 송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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