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거지 개발로 서식지 위협…개체수 조절 놓고 주민 찬반 엇갈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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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멕시코시티=연합뉴스) 이재림 특파원 = 온순한 성질과 외형을 본뜬 캐릭터 상품의 인기로 최근 지구촌 곳곳에서 주목받는 있는 동물 카피바라가 아르헨티나 한 부촌에서는 천덕꾸러기 취급을 받고 있다.
17일(현지시간) 미 일간 뉴욕타임스(NYT)와 아르헨티나 일간 라나시온 등에 따르면 아르헨티나 부에노스아이레스 수도권에서 부자 동네로 꼽히는 노르델타에서는 카피바라 개체수 조절을 위한 '불임 백신' 접종 시범 활동이 진행 중이다.
이는 카피바라의 잦은 출몰로 주민들이 일상생활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는 항의에 따른 것으로 알려졌다.
몸집은 크지만, 온순하고 친화력이 좋은 동물로 알려져 있다.
인형과 액세서리 등 카피바라 외형을 본뜬 제품들이 미국, 멕시코, 한국, 중국, 일본 등지의 어린이와 청소년들 사이에서 인기몰이하고 있다.
노르델타에 있는 카피바라 무리도 사람을 공격하진 않지만, 개와 싸우거나 교통사고를 유발했다는 민원이 5∼6년 전부터 크게 늘어났다고 한다.
덩치 큰 카피바라가 줄지어 길을 건너거나 집 마당까지 들어와 쓰레기통을 뒤지는 모습을 담은 사진과 동영상이 현지 사회관계망서비스에 게시되기도 했다. 배구 코트 근처 모래밭에서 휴식하거나 인공 석호에서 물놀이하는 카피바라 가족의 모습도 공유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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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만5천여명이 거주하는 노르델타에는 1천 마리가량의 카피바라가 있는데, 이는 2년 전에 비해 거의 3배 이상 늘어난 수치라고 NYT는 전했다.
주민들의 민원을 접수한 노르델타 부동산 개발 업체는 지방정부 승인을 받은 뒤 수의사를 고용해 시범적으로 '불임용 백신 주사'를 놓고 있다. 해당 업체는 외부인 출입을 제한하고 있는 이 주택 단지의 관리도 맡고 있다.
현지에서는 그러나 노르델타가 카피바라 서식지를 파괴한 게 더 큰 문제라는 지적도 나온다.
파라나강 습지 위에 지어진 노르델타는 2000년께 건설 당시부터 환경운동가들의 반발을 불러온 바 있다.
주민들 의견도 분분한 모양새다.
펠리포 콘티지아니는 NYT에 "카피바라는 도시에 살게 된 야생 동물일 뿐"이라고 주장하며 개체수 조절을 지지한 반면, 실비아 소토는 "카피바라의 귀여움은 생존을 위한 종 자체의 전략이며, 대체 서식지 마련이 우선"이라고 피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