멕시코 좌파 여성 운동가 출신이자 200년 헌정사 첫 여성 대통령 탄생의 초석을 쌓은 인물 중 한 명으로 평가받는 이피헤니아 마르티네스 하원 의장이 별세했다고 멕시코 하원이 7일(현지시간) 밝혔다.
마르티네스 하원 의장은 지난 5일 숙환으로 세상을 떠났으며, 가족들이 임종을 지켜봤다고 하원은 전했다. 하원은 이날 본회의에서 마르티네스 의장을 추모하는 시간을 가졌다.
레포르마와 엘우니베르살을 비롯한 멕시코 현지 일간은 대체로 향년을 99세로 보도했다. AFP통신은 고인이 94세였다고 전했다. 마르티네스 하원 의장 출생 연도와 관련해 일부 혼선이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마르티네스 하원 의장은 멕시코의 유명 경제학자이자 외교관 출신 정치인이다. 상·하원을 두루 경험했다.
과거에 그는 남성 중심의 마초 문화가 지배적이었던 멕시코 내 학계에서 다양한 여성 인권 운동을 펼친 인물로 꼽힌다.
멕시코 헌정사 200년 만에 첫 여성 대통령을 배출하는 데 자양분이 된 선구자 중 한 명이기도 하다고 일간 라호르나다는 소개했다.
그는 멕시코 여성 최초로 1940년대 미국 하버드대에서 경제학 석사 학위를 취득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마르티네스 하원 의장은 지난 1일 클라우디아 셰인바움 대통령 취임식 날 안드레스 마누엘 로페스 오브라도르 전 대통령으로부터 정권 이양을 상징하는 대통령 어깨띠를 받아 신임 대통령에게 건네주는 의식을 직접 주관했다.
이후 그는 자신의 엑스(X·옛 트위터)를 통해 "우리나라 최초의 여성 대통령에게 어깨띠를 넘겨준 것은 제 인생에서 가장 큰 영광이었다"라는 소회를 밝힌 뒤 "셰인바움 대통령 취임은 (멕시코의) 전(全)세대 여성이 겪어온 투쟁의 정점으로, 멕시코 여성들은 용기를 가지고 시대의 한계에 도전해 왔다"고 적었다.
셰인바움 멕시코 대통령은 이날 정례 기자회견에서 마르티네스 의장 별세에 애도를 표하고 유족을 위로했다.
멕시코 대통령은 보수 야당을 중심으로 '건강이 좋지 못한 마르티네스를 취임식에 무리해서 참석하도록 했다'는 주장을 펴는 것에 대해 "취임식 참석은 의장께서 직접 결정한 사안으로, 당시 의장의 가족도 이에 동의했다"며 "이런 주장을 하는 수준에 도달한 야당이 정말 놀랍다"고 성토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