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바나=연합뉴스) 이재림 특파원 = 19일(현지시간) 쿠바 국가대표 선수촌 태권도 연습장에서 선수들이 훈련하고 있다. 2024.2.21
(아바나=연합뉴스) 이재림 특파원 = "차렷! 경례"
19일(현지시간) 쿠바 수도 아바나 도심 외곽에 있는 올림픽 국가대표 선수촌 태권도 연습장에서는 경쾌한 한국어 구호가 들렸다.
카리브해 바닷물을 닮은 하늘색 외벽의 연습장 건물에 들어서니 기분 나쁘지 않을 정도의 땀 냄새가 먼저 방문자를 맞았다.
안에서는 단단한 근육질의 이 나라 태권도 남자 선수 12명이 말 그대로 구슬땀을 뚝뚝 흘리며 훈련하고 있었다.
선수들은 코치 구령과 지시에 맞춰 몸풀기부터 강도 높은 대련까지 2시간 넘게 담금질을 했다. 중간중간 휴식 시간도 아까운 듯 가볍게 뜀박질하는 선수도 있었다.
쿠바에 태권도가 뿌리를 내린 것 거의 40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1986년 쿠바 정부 결정에 따라 태권도가 도입돼, 선수들을 육성하기 시작했다. 이때 일부 코치진은 이미 일찌감치 이 나라에 정착한 가라테 선수 출신 사범들로 꾸려졌다고 한다.
당시 우리나라와 수교가 없던 쿠바는 북한 측 태권도 사범들의 교육을 받기도 했다.
이후 중간에 쿠바 내부 사정으로 전국적으로 공식 수련이 잠시 중단됐다가 1990년대 중후반부터 다시 도장이 속속 생겨나기 시작하면서 선수층도 두꺼워졌다.
특히 쿠바에서 태권도는 10대 학생들에게 큰 인기를 얻고 있다고 쿠바태권도협회 측은 전했다.
(아바나=연합뉴스) 이재림 특파원 = 19일(현지시간) 쿠바 국가대표 선수촌에서 태권도 선수들이 2024 파리올림픽 미주 지역 예선 성격의 대회를 앞두고 훈련하고 있다. 2024.2.21
국가대표 훈련장임에도 어려 보이는 얼굴의 선수들이 주축을 이루고 있어서 물어보니 16∼17살 학생도 껴 있다는 감독의 답이 돌아왔다.
선수촌에서 만난 2m 장신의 엑수산 카르데나스 코스(17)는 "파리올림픽에 나가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며 "한번 지켜봐 달라"고 웃으며 말했다.
쿠바 태권도 선수들은 한국과의 수교 소식을 잘 알고 있으며, 수교를 계기로 양국 태권도 선수 간에 더 활발하게 교류할 수 있게 되기를 바라고 있다.
[촬영 이재림 특파원]
미주 대륙 국가 선수들이 참가하는 종합 스포츠 경기 대회인 판아메리칸 대회 동메달리스트인 야니엘 페르난데스(19)는 "(수교) 전에는 거의 접촉이 없었지만, 대회 등에서 만났을 때 좋았다"며 "선수들끼리는 잘 지내는 편이고, (앞으로도 그럴 것)"이라고 강조했다.
쿠바태권도협회는 이른 시일 안에 국기원과 교류 협력 강화를 위한 협약도 진행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이반 페르난데스 키로스(50) 쿠바태권도협회장은 "국기원에서 우리를 주목했다는 것 자체가 쿠바 태권도의 승리라고 생각한다"며 "이미 국제 무대에서 접촉한 적도 있는 만큼 상호 교류를 위한 기회가 생길 것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아바나=연합뉴스) 이재림 특파원 = 19일(현지시간) 쿠바 아바나에 있는 올림픽 국가대표 선수촌에서 태권도 선수들이 주장(왼쪽)의 구호에 맞춰 코치진에게 허리 숙여 인사하고 있다. 2024.2.2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