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토안보부는 5일(현지시간) 텍사스주 리오그란데 밸리에 추가적인 국경 장벽 건설을 위해 26개 연방법 적용을 유예한다고 발표했다.
바이든 대통령 취임 이후 연방 정부 차원의 이 같은 행정 조치가 내려진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이는 전임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재임 시절에 국경 장벽 건설을 위해 애용됐던 조치다.
이번 조치는 임기 내 추가적인 국경 장벽 건설은 없다고 지난 대선부터 공언해 온 바이든 대통령의 공약에 정면으로 배치되는 일이라고 CNN은 지적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취임 직후부터 급증하는 불법 이민 문제로 골머리를 앓아 왔다.
특히 지난 5월 코로나19 팬데믹 기간 도입된 불법 입국자 즉시 추방 정책인 '42호'를 폐지하고 합법적인 이민을 늘리되 불법 이민 처벌을 강화하는 새 정책을 도입한 이후 잠시 주춤하는 듯했던 중남미 불법 이민이 다시 늘며 우려가 가중하는 상황이다.
내년 재선 도전을 앞두고 유력 경쟁자인 트럼프 전 대통령의 공세에 신경을 쓸 수밖에 없는 바이든 대통령이 지지층 반발을 무릅쓰고 이민 문제에 있어 '비상 처방'을 선택한 셈이다.
알레한드로 마요르카스 국토안보부 장관은 성명에서 "국경 지대 불법 유입을 막기 위해 물리적인 장벽을 건설해야 할 긴급 필요성이 존재한다"고 강조했다.
정부 자료에 따르면 2023년 회계연도 동안 리오그란데 밸리에만 24만5천명의 불법 이민자가 유입됐다.
장벽 건설에 필요한 비용은 트럼프 전 대통령 당시인 2019년 회계연도에 충당한 장벽 건설 자금에서 집행될 예정이다. 해당 예산은 올해 안에 사용돼야 한다.
발표에는 구체적인 지도가 첨부되지 않았지만, 세관국경보호국(CBP)은 앞서 지난 6월 해당 계획을 발표한 뒤 8월 기존 장벽에 20마일(32km)을 추가하는 구상을 공유하고 공공 여론을 청취해 왔다고 ABC방송은 전했다.
앞서 트럼프 전 대통령 당시인 2017년부터 2021년 1월까지 멕시코 접경지대에는 모두 450마일(724km) 길이의 장벽이 건설됐다.
그레그 애벗 텍사스 주지사는 바이든 행정부 출범 이후에도 장벽 건설을 추진했지만, 연방 정부는 이 계획을 보류시켜 왔다.
이번 조치를 놓고는 민주당 내부에서도 반발이 터져 나오고 있다.
텍사스가 지역구인 헨리 쿠엘라 민주당 하원의원은 성명을 통해 "국경 장벽은 21세기에 벌어지는 문제에 대한 14세기적 해법"이라며 "이것으로 국경 안보가 강화되지 않으며, 국민의 세금을 비효율적인 장벽에 낭비하는 것에 반대할 것"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