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도소에 수감된 범죄자에게 생활비를 걷는 국가가 있다. 경제 형편과 관계없이 교도소 생활을 한다면 의무적으로 돈을 내야 한다. '범죄와의 전쟁'을 선포한 엘살바도르 정부가 교도소 생활을 하는 수감자의 가족에게 그 비용을 내게끔 하는 유료화 정책을 시행하고 있다는 사실이 외신을 통해 전해졌다.
아르헨티나 매체 인포배(infobae)는 지난 18일(현지 시각) 엘살바도르 내 일부 교도소가 지난해부터 수감자를 대상으로 생활비를 걷고 있다고 밝혔다. 사카테콜루카, 아판테오스에 위치한 교도소 3곳에서다. 수감자 가족에 따르면 교정 당국은 옷값(죄수복), 식비, 비누 등 세면용품 등을 제공하는 대가로 한 달에 약 22만 원(170달러)을 내라고 명령했다.
항목별로 보면 △죄수복 약 3만 9000원(30달러) △식비 약 4만 5000원(35달러) △세면용품 1만 9000원(15달러) △청소비 약 2만 6000원(20달러) △기타 잡화 9만 1000원(70달러) 등이다.
이 비용을 낼 수 없는 수감자는 식사 등 제대로 된 생활을 할 수 없다. 교도소 측이 외부 물품 반입을 전혀 허락해 주지 않기 때문이다. 별 수 없이 내야만 하는 이 비용은 여건상 경제활동을 따로 할 수 없는 수감자 대신 오롯이 그의 가족이 부담하고 있다. 수감자 가족은 현지 매체를 통해 "너무 큰 돈이라 걱정이 많다", "의무적으로 내야 해서 부담이 된다"며 하소연하기도 했다.
비상사태 선포 이후 체포돼 구금된 엘살바도르 갱단의 모습 /AFP=연합뉴스
치안 불안이 심각한 엘살바도르는 성인 인구의 약 2%가 수감돼 있을 정도로 인구 대비 수감률이 가장 높은 국가로 알려져 있다. 최근엔 폭력 조직 무리(갱단)를 중심으로 한 살인사건도 급증하면서 국제사회의 우려를 낳았다.
이런 사정에 나입 부켈레 엘살바도르 대통령은 국가 차원의 '범죄와의 전쟁'을 선포하고 지난해부터 강력한 치안 정책을 펴고 있다. 비상사태를 선포한 지 보름 만에 갱단원 9000여 명을 잡아들였다는 소식이 현지 매체를 통해 알려지기도 했다.
엘살바도르 '테러범수용센터' 전경 / 로이터=연합뉴스(엘살바도르 대통령 공보실 제공)
모든 범죄자를 다 잡아들이겠단 계획으로 무려 4만 명을 수용할 수 있는 교도소를 세우기도 했는데, 이 교도소 크기는 서울 여의도 면적의 절반(165만㎡), 축구장 230개 규모다.
부켈레 대통령의 범죄 소탕 작전은 '살인사건 없는 날'이라는 국가적 기념일을 만들기도 했다.
지난해 12월 15일 엘살바도르 전역에서 살인 사건이 단 1건도 발생하지 않았다는 사실을 알린 경찰. 나입 부켈레 엘살바도르 대통령이 이 내용을 트위터에 공유했다. / 나입 부켈레 엘살바도르 대통령 트위터
엘살바도르 경찰에 따르면 지난해 12월 15일 엘살바도르 전역에선 살인 사건이 단 1건도 발생하지 않았다. 부켈레 대통령은 이 내용을 트위터에 공유하며 "엘살바도르는 이제 반박할 수 없이 라틴 아메리카에서 가장 안전한 나라"라고 자축했다. 범죄가 줄면 국민들의 삶도 평온해질 거란 기대와 달리 잡음도 나오고 있다. 일각에서는 "정부는 치안 강화를 강조하지만, 명확한 증거 없이 체포된 시민들이 많다"며 무분별한 체포, 인권 침해 등을 문제 삼고 있다.
외교부는 치안이 불안한 엘살바도르를 지난해 4월 특별여행주의 국가로 지정했다. 특별여행주의보가 발령되면 여행경보 3단계인 적색경보에 준하는 효과가 발생한다. 체류자는 긴급한 용무가 아니라면 철수해야 하고, 여행자는 여행 취소, 연기가 권고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