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성자 : Latin America | 작성일 : 2017-03-10 09:52:11 | 조회수 : 2,712 | |||||||||||||||||||||||||
국가 : 브라질 | |||||||||||||||||||||||||||
임두빈(중남미지역원 HK연구교수)
‘주쎌리노 쿠비체크(Juscelino Kubitsch)’ 전 대통령이 ‘벨로’의 시장으로 있던 시절에 브라질을 대표하는 건축가이자 도시공학자인 오스까르 니마이어(Oscar Niemeyer)에게 ‘벨로오리존찌’의 도시설계를 맡겼었고, 그들의 인연은 이후 1960년에 이전한 연방수도 ‘브라질리아’의 건설로까지 이어진다.
흔히 있는 일인 냥 다른 승객들은 별다른 동요가 없다. Wi-Fi 인터넷 혹은 독서를 하거나 아니면 일행들과 함께 즐겁게 담소를 나눌 뿐이다. 카니발기간이라 그런지 다들 관대하다. 하지만 혼자인 나는 무지 심심했다. 심심해서 포켓북을 세 권 샀다. 이런, meu Deus! 계산하면서 바로 밀려드는 후회감. 포켓북 치곤 너무 비싸다... 지겨움을 뒤로 하고 드디어 출발. 비행기 연착에 따른 또 하나의 변수가 발생. 원래 도착 지 산뚜스두몽 공항이 밤12시 전에 문을 닫는 관계로 갈리아웅(Galião) 국제공항으로 기수를 돌리는 것이다. 친구들은 산뚜스두몽 공항에서 날 기다리는데 어쩌라고… 여기서 잠깐. 친구에게 핸드폰으로 연락하면 안되냐고? 여기는 한국이 아니다. 내 현지 친구들은 핸드폰을 거의 사용하지 않는다. 무선 통신료가 너무 비싸기 때문이다. 각 주마다 통신사가 다르기 때문에 주(州)만 벗어나면 거의 국제전화요금 수준이다. 전화를 받아도 돈이 나간다. 그뿐만 아니라 ‘히우’는 산뚜스두몽 공항에 내려야 제 맛인데… 오랜만에 다시 찾은 ‘히우’. 착륙하기 전에 한 바퀴 선회하면서 세계3대 미항중의 한 곳으로 꼽히는 절경을 보여주는 기장의 센스를 맛보고 싶었는데 아쉬웠다.
내가 묵은 동네 이름은 산따떼레자(Santa Teresa). ‘히우’에서 유일하게 전차가 다니는 지역이다. 이 전차는 1750년 식민시대에 축조된 270미터 길이의 로마식 아치형 수로(Arcos da Lapa) 위를 아슬아슬하게 달리는 ‘히우’의 명물이다. 포르투갈 리스본의 28번 전차에 비견할 수 있으려나? 숙소에 도착해서 피곤한 몸을 뉘였다. 18세기 지어진 2층짜리 대저택인데 문화유산으로 지정되어 함부로 개보수도 할 수 없다고 한다. 내 친구 왈(曰), 지금 이 방이 바로 과거 식민시대 노예들의 공간이었던 쎈잘라(Senzala)였다고 한다. 오~ 역시 고도(古都)에 오니 역사의 숨결이 감겨온다.
카니발 기간에는 더 부지런해야 한다. 오전 6시에 기상. 각자 개성 있게 분장(?)을 하고 전차에 올랐다. 시내에 위치한 역사지구에 도착. 시간은 오전 7시16분. 벌써 히우시립극장(Teatro Munincipal)앞에 신나는 밴드 소리와 함께 인파가 몰리기 시작했다. 동서남북 사방을 둘러봐도 평상시 복장을 한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세상에서 가장 큰 가면무도회가 열린 공간에서 시작된 것이다.
흔히 브라질 카니발하면 외신을 통해 보도되는 삼보드롬무(Sambódromo)라는 경기장에서 벌이는 퍼레이드를 떠올리게 된다.
하지만 진정한 ‘히우’ 카니발은 역시 길거리 카니발. 비록 화려함이나 노출 수위도 떨어지고 상도 상금도 없지만 모두들 자발적으로 각자 개성 있는 판타지 분장을 한 채 벌이는 ‘야자게임’. 그 순간만큼은 부자도 가난한 이도 상사도 부하도 존재하지 않는다. 아니, 존재하지 않기로 약속을 하는 것이다. 그 현장에서 뿜어 나오는 에너지와 매력은 직접 경험하지 않고 느낄 수가 없다. 아! 물론 포르투갈어를 할 줄 알면 즐거움은 배가 된다. 영어만 할 줄 안다면 0.5배 정도? 상상해 보라. 이른 아침부터 버스나 지하철 같은 대중교통 수단에 꿀벌의상을 입은 가족이 탑승하고 수염이 덥수룩한 남자가 비키니를 입은 채 립스틱 짙게 바르고 내 옆자리에 앉는다. 그리고 예전부터 잘 아는 사람처럼 친근하게 서로 인사를 나누고 대화를 즐긴다. 우리처럼 2인칭 호명이 자유롭지 않는 문화권 사람들은 당장 불편함을 느끼지만 이들은 자연스럽다. 부럽긴 해도 내가 브라질사람이 될 수는 없는 노릇이다. 문화에 절대적인 척도는 없다는 원론적인 말을 곱씹었지만 왠지 부러웠다. 사실 여기도 이 모든 게 카니발 기간 동안 가능하다. 카니발 기간이 끝나도 그런다면… 이 사회에서조차 금치산자에 속한다고 보면 된다. 판타지 복장을 하고 3일을 길거리에서 방황하다보니 이제 일상이 되어버린 느낌이다. 마치 장자의 장주몽접(莊周夢蝶)을 연상케 한다. 나비가 꿈을 꾸는지 인간이 내가 나비 꿈을 꾸는 건지… 아무튼 카니발 기간 동안 ‘히오’에서는 자신이 원하는 ‘내’가 될 수 있다. 물론 카니발 기간 동안 불미스러운 일도 많이 생긴다. 치안공백이 생기기 쉬워 갱단끼리 보복 전쟁이 일어나기도 한다. 강도사건, 치정에 얽힌 사건도 많이 발생한다. 아주 가까이는 노상방뇨 문제를 쉽게 접할 수 있다. 날이 더운지라 음료수, 특히 맥주 소비가 엄청난지라 간이 화장실을 곳곳에 세워도 그 많은 인파를 감당할 수가 없다. 혹시 누군가 카니발 기간에 리오나 갔을 때 근처에 다리나 골목이 있다면 눈길을 돌리지 말라고 권유하고 싶다. 하지만 선택은 본인의 자유다.
이제 다시 나그네로 돌아가야 할 시간이다. 친구들의 아쉬움과 염려스러워 하는 모습을 뒤로 한 채 다음 목적지로 이동하기 위해 시외버스 터미널로 향했다. 중간에 삼보드로무를 지나쳤다. 밀집된 관람객들. 터져 나오는 엠프와 폭죽소리. 대낮처럼 밝은 조명. 근처였지만 그 규모와 열기를 고스란히 느낄 수 있었다. 하지만 일종의 경기이고 상업적인 볼거리일 뿐이다. 거기 비하면 길거리 카니발은 나를 해방시키고 모두를 해방시키는 마법을 부리는 집단의식이다. 이제 막 그 마법에서 깨어난 나는 다시 혼자가 됐다. 밤 12시에 가까스로 버스터미널에 도착했다. 상파울루까지 대략 6시간. 아직 카니발이 끝나지 않아 승객이 별로 없다. 반(半) 침대차(semi-leito) 좌석에 편하게 몸을 실었다. 나도 모르게 슬며시 눈시울이 젖어든다. 슬픔의 눈물인가? 아니다. 아쉬움? 역시 아니다. 나비 꿈을 꾸다가 잠에서 깨어난 장자의 기분이 이랬을까? 다시 내 입가에 미소가 지워진다. ‘히우’에서 만난 사람들의 미소는 정말 아름다웠다. (外傳) 다음 날 새벽 6시에 상파울루 시외버스터미널(Tiête)에 내렸다. ‘히우’와는 다른 썰렁한 분위기. 역시 브라질은 단일 국가가 아니야 라는 생각에 다시금 확신이 간다. ‘히우’에서 출발한 시외버스 안에서 알게 된 독일청년. 중간에 지하철 환승역인 쎄(Se)에서 다시 마주쳤다. 이 친구, 밤새 버스 안에서 잠도 안자고 노트북을 꺼내 열심히 찍은 사진 정리를 하더니 지하철 승강장 의자에서 앉아서 졸고 있다. 그런데, 이 친구. 배낭이 없다. 혹시나 싶어 깨워보니 역시나… 조는 사이 누가 들고 간 모양이다. 인적도 드믄 이른 시간이니 조심했어야지… 전화카드 사고 교통비로 쓸 수 있는 정도의 돈을 건넸다. 그는 당연히 고마워했다. 그는 내게 연락처를 달라고 했으나 무의미하다. 나도 어느새 당당한 OECD국가의 국민이 된 것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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