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성자 : Latin America | 작성일 : 2017-03-10 09:44:30 | 조회수 : 1,757 |
구경모(부산외대 중남미지역원) 차꼬(Chaco)지방은 남미남부지역의 광활한 건조지대로서 파라과이와 볼리비아, 아르헨티나, 브라질에 걸쳐있다. 파라과이의 차코 지방은 파라과이 강을 경계로 서쪽에 위치해 있다. 파라과이 영토의 67퍼센트는 차꼬지방이 차지하고 있지만, 파라과이의 인구와 산업의 97퍼센트는 파라과이 동쪽지역에 모여 있다. 이러한 이유로 파라과이 사람들은 차꼬지방을 오지로 여긴다. 원주민 구성에 있어서도 차코지방은 과라니 원주민이 아닌 볼리비아 계통의 원주민들이 압도적으로 많이 분포하고 있다.
차꼬 지방의 식생
위의 사진은 차코지방에서 자생하는 대표적인 나무로써 과라니어로 사무우(samuhú)라 불리며, 스페인어로 술취한 나무(palo borracho)라는 뜻을 가지고 있다. 나무 둥치가 불룩한 것은 건조지역에서 물을 저장하기 위해서이며, 시간이 지날수록 점점 부풀어 오른다. 이렇듯 차꼬 지방은 건조한 지역으로 선인장과 잎이 무성하지 않은 수목들, 초원과 늪으로 이루어져 있다. 파라과이 사람들은 척박한 땅인 차코 지역을 손 댈 엄두도 내지 못했다. 이러한 차코를 개척한 사람들이 바로 메노니따이다. 메노니따는 16세기 유럽의 종교개혁 가운데 나타난 개신교의 한 종파로서 지금의 독일과 네덜란드 지역에 나타났다. 메노니따는 이 종파를 창시한 메노 시몬스(Menno Simons)의 이름에서 딴 것이다. 메노니따는 평화주의자들로서 어떤 무기를 소지하지 않으며 군복무를 거부하는 것이 주요 교리였다. 메노니따는 종교개혁 후 독일 연방 중 가장 강성했던 프러시아에 거주하였다. 1780년 러시아의 카탈리나 2세는 이슬람 세력이 장악하고 있던 지금의 우크라이나 지역을 정복하였고, 그 땅에 거주하도록 메노니따를 초청하였다. 거주 조건은 군복무를 없애주고 토지를 제공하며, 독일어를 사용을 허락한다는 것이었다. 많은 수의 메노니따들은 러시아로 이민을 떠났고, 목축과 농업에 종사하였다. 그러나 100년 후 러시아 정부는 메노니따의 권한을 박탈하여 이때부터 메노니따들이 미국과 캐나다로 재차 이주하였고, 급기야 세계 1차 대전의 발발과 볼세비키 혁명으로 인해 러시아를 떠나는 메노니따들이 증가하였다. 파라과이의 메노니따들도 바로 이 시기에 건너온 것이었다. 원래 메노니따들은 아르헨티나로 이주하길 원했으나 아르헨티나 정부가 군복무를 하지 않겠다는 조건을 받아들이지 않자, 결국 그들은 파라과이에 정착하였다. 특히 파라과이 정부는 국토에 절반 이상인 차꼬지방을 개척하기 위해 1921년 6월 21일 의회에서 ‘메노니따 법(ley 514/21)’을 만들어 메노니따에게 토지를 제공하고 그들의 관습과 신앙을 유지할 수 있도록 지원하였다. 파라과이로 이주한 메노니따들은 러시아에서 바로 오거나 미국과 캐나다, 멕시코에서 정착했다가 다시 이주하였다. 현재 파라과이에 거주하는 메노니따들은 약 3만 명가량 된다. 가장 먼저 이주한 집단은 1927년에 캐나다에서 건너왔으며, 공동체를 메노(Menno)라 명명하였다. 현재 메노는 약 10,000명에 달한다. 1930년과 1947년에 이주한 메노니따는 러시아에서 건너왔으며, 각각 페른에임(Fernheim)과 네우란드(Neuland)라고 이름을 붙였다. 페른에임과 네우란드 공동체에는 각각 약 5,000명과 약 3,500명의 메노니따들이 거주하고 있다. 초기에 이주한 세 개의 메노니따 공동체는 모두 차꼬 지방의 보께론(Boquerón) 주에 있으며 서로 인접해 있다. 그 후에 들어온 메노니따들은 파라과이 동부지역에 흩어져 있으며 차꼬의 메노니따에 비해 소규모 공동체를 이루고 있다.
페른에임 공동체 정착 기념탑
차꼬 지역의 메노니따들은 농축산업을 담당하고 있다. 주요 농작물은 목화와 사탕수수, 땅콩 등이 있다. 축산물은 주로 소를 키우는 데 파라과이 총 유제품 생산량의 75%를 차지할 정도로 경제적인 측면에서 파라과이에 큰 영향을 미치고 있다. 이들은 유명한 유제품 및 육가공품 브랜드를 소유하고 있다. 메노는 유제품 브랜드인 뜨레볼(Trébol)과 조르띠(Chorti)라는 육가공품 브랜드를 소유하고 있다. 페른에임은 유제품인 브랜드인 꼽(Coop)과 네우란드는 공동체와 같은 이름의 육가공품을 생산 브랜드로 보유하고 있다. 이들은 철저하게 파라과이의 행정구역과 별개로 독립적인 도시 공동체를 유지하고 있다. 예를 들어 페른에임 공동체의 경우는 협동조합과 시민조직 등 3개의 기구를 통해 모든 것을 직접 운영하고 있다. 생산협동조합은 도로 및 도시 인프라, 산업 시설 및 병원, 학교, 교회 등 공공건물 건설을 담당한다. 메노니따 시민협회는 유치원부터 고등학교 교육과 병원 및 보건소, 우체국의 운영을 책임진다. 언어 교육의 경우는 독일어와 스페인어를 모두 가르친다. 공동체 협동조합은 주민들의 일상적인 경제 활동과 관계된 전반적인 부분을 관리한다. 이 조합은 소비 물품의 구입과 생산물의 판매를 전담하며 신용 대출 및 예금 등의 은행 업무, 그리고 서점과 약국, 호텔, 슈퍼마켓, 정비소, 금속 세공 등 일상생활에서 필요한 서비스를 모두 운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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