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성자 : Latin America | 작성일 : 2017-03-10 09:41:19 | 조회수 : 1,705 |
국가 : 멕시코 | ||
함지영(자유여행가)
평범한 일상에서의 일탈은 생각만큼 쉽지 않다. 자신만의 여행을 하는 것을 일상에서의 자그마한 일탈보다도 더 어렵게 생각한다. 마치 내 생활이 단절되어버리기라도 할 듯한 두려움을 갖고 꿈으로만 남겨두며 ‘언젠가는’ 이라는 단어를 되새긴다. 어느덧 여행은 특별하거나 혹은 특이(현실 감각이 없는)한 사람들이 가는 것이라 치부해버리고 만다. 그러나 의외로 많은 사람들을 여행이라는 일탈의 현장에서 부딪힐 수 있다. 내 삶의 자유로운 에너지를 충전하기 위해 떠난다. 남미로! 시간도 없고 돈도 없고 게다가 언어도 안되는 40대 중년의 두 여인이 떠난다. 왜? 가고 싶으니까. 떠나기 전 여유 없는 시간으로 인해 남미에 관한 책 몇 권을 준비해두었다. 그리하여 비행기 안에서의 긴 시간은 미지의 곳에 대한 설레임을 충족하고 두려움을 해소하기 위한 일정 짜기에 돌입했다. 막상 일정을 짜려하니 3개월이라는 시간이 짧게 느껴진다. 가고 싶은 곳은 많았으나 일단 멕시코 쿠바 페루 볼리비아 칠레 브라질의 일정으로 꾸려졌다. 또한 언어소통을 위한 노력의 일환으로 기본적인 스페인어 외우기에 돌입했다. 가장 중요한 돈 계산을 위해 숫자 위주로 공부했다. 비록 이것 역시 나이가 들어 그런지 쉽지 않았지만... 우리는 드디어 캐나다 밴쿠버를 경유해서 멕시코 메히고 데에뻬에 도착했다. 초저녁에 도착한 베니꼬 후아레스 공항에서 택시를 타고 센트로에 도착한 후 우리가 미리 책에서 봐 두었던 호스텔로 향했다. 첫날 뭔가 좀 어설프지만 낯선 곳에서의 무리 없는 첫날을 맞았다. 그리고 우리 두 사람은 여행을 위해 처음으로 스마트폰을 구매하였기에 도착한 이후부터 사용법의 어려움을 몸으로 느끼는 현장이었다. 여행에서의 또 다른 즐거움은 만남이다. 새로운 곳을 바라보는 것에 더해 새로운 인연을 더하는 즐거움 또한 빼놓을 수 없다. 우리는 운이 좋게도 멕시코에 연수 온 젊은 친구(이름: 밝은이)와 함께 할 수 있었고 그 친구의 인연과도 함께 할 수 있었다. 약간의 아쉬움이 있다면 젊은이에게 우리는 언니라 불리지 못하고 이모라 불려야 했다는 것이다. 우리가 지났던 많은 곳들의 이야기를 뒤로 하고 멕시코의 구아나 후아또에서의 이야기를 하는 이유는 여행 중 그 곳만이 가진 정취와 인연의 즐거움에 취해 행복할 수 있었던 곳이기 때문이다. 멕시코에 도착해서 여러 경로를 지나 구아나 후아또에 도착했다. 이곳에서는 어학연수를 하고 있는 밝은이가 있는 숙소에서 묵기로 했다. 함께 사는 브라질 친구 나니의 친절한 환대로 낯선 여행지가 푸근하게 느껴졌다. 오밀조밀한 골목길, 고풍스런 건물들 옛 정취와 젊은 열기가 함께 느껴지는 작지만 활기찬 도시 구아나 후아또!! 도착 며칠 전 교황이 방문하고 간 뒤라 그 여흥이 남아 있음을 느낄 수 있었다. 또한 많은 방문객이 오고 간 뒤라 단수라는 후유증을 남겨주기도 했다. 길어진 단수로 인해 생수통의 물을 사용하고 지하터널에 위치한 화장실로 향하기도 했다. 단수로 인해 불편함은 새롭게 만난 친구들과 결속력을 높이는 결과를 가져왔다. 불편한 상황이라 해서 나쁜 점만 있는 것은 아닌 듯 보인다. 구아나 후아또는 도시 전체가 크지 않지만 여행객이 휴식을 취하면서 여유롭게 주변을 감상할 수 있는 곳이다. 또한 스페인 식민지 시절 광산 도시로 막대한 부를 창출했던 도시이기도 하다. 멕시코 도시 어디에나 볼 수 있는 광장 라빠스, 100여 년 전 지어진 유럽풍의 후아레스극장, 1700년대 지어진 라 꼼빠니아 더 헤수스 교회, 디에고 리베라 박물관 등의 볼거리가 도시안의 멀지 않은 거리에 자리하고 있다. 우리는 대체로 여행 내내 대중교통을 이용해서 다니고 있는 데 이곳은 도심의 교통정체를 해결하기 위해 지하의 옛 수로를 자동차용 도로로 개조해 사용하고 있어 중세의 골목길을 고스란히 간직하고 있다. 또한 라빠스광장에서는 멕시코의 도시 어디에서나 볼 수 있는 거리 공연도 늘 볼 수 있어 그 즐거움이 한층 더하다. 낮에도 밤에도 불 수 있는 공연은 다른 도시에서 볼 수 없는 광장문화의 흥겨움을 주고 있어서 도시의 활기참에 한몫하고 있다. 골목 골목을 다니며 발견하는 도시의 옛 유적은 고풍스러운 매력을 뿜어내며 여유로운 분위기를 만들어낸다. 작은 골목 길가에 피어 있는 민들레 한송이에서 조차 한가로움을 느낄 수 있었다. 우리에겐 낯선 멕시코 성인의 기념일 일반 가정에서 간단한 음식을 만들어 지나는 사람들에게 나누어준다. 나와 전체를 행복하게 하는 풍습이다.
독립운동의 시발점을 연 이달고 신부의 이름을 딴 이달고 시장 구경 또한 빼놓을 수 없다. 재래시장이 가지고 있는 왁자함이 그리 낯설지 않게 다가온다. 도시가 가진 특성을 이용한 식당에서의 식사도 마음을 따뜻하게 한다.
구아나 후아또에서의 가장 큰 즐거움은 밝은이의 그림 선생님(브랜다) 가족과의 캠핑이었다. 한국에서 느껴볼 수 없었던 캠핑이었다. 직접 땔감을 구하고 불을 지피고 음식을 해먹고 나무 타는 냄새를 맡으며 밤하늘을 바라보는 특별한 경험이었다. 브랜다 가족의 넘치는 환대에 우리는 직접 한국식 해물탕을 끓여 보답하기로 했다. 물론 함께 한 일행이 도맡고 나는 보조에 불과했지만, 낯선 외국의 캠핑장에서 끓인 해물탕은 정말 인상적이었다. 브랜다 가족도 맛있게 먹어 주어 뭔지 모를 뿌듯함을 느끼기도 했다. 다음 날 브랜다 어머님께서 독립기념일에 먹는 특별한 음식을 먹으며 캠핑을 마무리 했다.
저녁 무렵 독립전쟁 당시 정부군 요새를 향해 용감하게 돌격했던 광부를 기리기 위해 만든 빠빌라 기념상에 올라 도시 전체를 바라보았다. 홍콩의 현란한 야경보다 못 할 수는 있으나 도시 전체를 감싸듯 따스한 야경을 볼 수 있었다. 구아나 후아또에서 보낸 일주일 남짓의 시간은 작지만 여유롭고 활기찬 옛 도시로 걸어 들어 갔다 온 기분이다. 여행 내내 느리게 걸어가는 데도 활력이 느껴지는 도시였다. 다시 가고 싶은 구아나 후아또를 뒤로 하고 우리는 쿠바로 이동하였다. 이후 쿠바에서의 짧은 여흥 하나 : 도착 첫날 배가 고파 찾아 간 피자집에서 의사소통의 실패로 피자 세 조각이 아닌 세 판을 시키게 되었다는 사실이다. 흑흑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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