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성자 : Latin America 작성일 : 2017-03-10 09:39:42 조회수 : 1,953
국가 : 멕시코


 

최명호(부산외대)

  

  라틴아메리카는 비행기로만 15시간을 가야 한다. 갈아타기 위해 공항에서 대기하는 시간까지 계산하면 20시간 이상 걸린다. 게다가 기나긴 하늘 여행 뒤에도 언어와 문화가 너무나 달라 낯섦 속에서 거친 배낭여행을 해야만 한다. 하지만 이런 단점에도 원하는 것을 다 할 수 있는 라틴아메리카. 그 중에서도 ‘인디애나 존스, 타잔’ 놀이는 내겐 너무 매력적이었다.

  라틴아메리카에는 아스떼까, 마야, 잉카의 유적들이 즐비하다. 이름난 유적지뿐 아니라 아직 잘 알려지지 않은 유적지 또한 매우 많다. 또 중미의 일부와 아마존 지역은 밀림지대이다. 밀림을 헤쳐 나가는 탐험 여행에서 다양한 레포츠를 즐기는 동시에 밀림 안에 숨겨진 유적까지 발견한다면, 이것은 인디애나 존스와 타잔의 합작품이며 생애에 몇 번 겪기 어려운 희귀하고 즐거운 추억이 될 것이다.

  그 중에서도 멕시코 유카탄 반도의 치젠잇싸(Chichen Itza)와 과테말라의 띠깔(Tikal)은 ‘인디애나 존스, 타잔’ 놀이의 정수를 보여준다. 관광이 아니라 탐사나 탐험이란 단어가 어울릴 정도이다. 먼저 치젠잇싸가 자리한 유카탄 반도는 한 편의 자연 다큐멘터리이다. 너무나 다른 느낌의 공간과 색깔이 공존하는 유카탄 반도는 관광객에게 종합선물 세트와도 같은 곳이라 하겠다. 천혜의 관광지, 칸쿤의 카리브 해도 치젠잇싸의 장엄함과 신비로움엔 비할 바 아니다.

  치젠잇싸의 입구를 지나다 보면 마법과 같이 시야가 확 트인 평원이 나타나고, 그 안에 우뚝 솟은 건축물이 방문객을 반긴다. 마치 전설의 한 장면 같다. 무수한 유적들 가운데 단연 돋보이는 것은 바로 ‘엘 카스티요(El Castillo)’라 불리는 건축물로, 하단부 한 변 길이 50여m에 높이도 30m나 되는 큰 규모의 피라미드이다. 이 피라미드는 하늘을 관측하는 천문대로서 건축물 자체가 마야의 시간 관과 세계관을 나타낸다고 한다. 유적지의 구조를 이해하면 마야의 모든 신비가 풀릴지도 모를 일이다. 혹시 아는가? 영화에나 나올 법한 보물을 찾을 열쇠를 발견할지도.

  ‘엘카스티요’ 성과 더불어 눈길을 끄는 것이 바로 고대 구기 장이다. 마야인들의 축구, 족구 혹은발로 하는 농구라 할 수 있는 ‘공놀이(후에고 데 뻴로타)’가 벌어진 곳으로, 무엇보다 놀라운 것은 바로 그 규모이다. 길이 147m에 폭 47m로 일반적인 축구장 크기의 두 배에 가깝다. 현재도 그렇지만 당시에도 수많은 사람들이 열광하며 경기를 즐겼을 것으로 짐작된다.

  

사진1] 치젠잇싸의 ‘엘카스티요(El Castillo)’. 멀리서 봐도 아름답지만 실제로 이 피라미드의 가파른 계단을 오르다 보면 그 규모가 놀랍다

  

사진2] 치젠잇싸 전사의 시전

  

  치젠잇싸의 유적들이 장엄하고 화려하고 아름다우며 신비롭다면, 과테말라의 띠깔 유적은 신비 그 자체이다. 물론 그 규모도 마야문명의 유적지 중 단연 으뜸이다. 아무도 예상하지 못한 밀림 한가운데에 펼쳐지는 피라미드 도시는 ‘신비롭다’거나 ‘영화 같다’란 단어와 너무나 잘 어울린다.

  띠깔이 위치한 뻬뗑(peten)은 밀림지역으로 정글에 사는 온갖 야생동물들을 만날 수 있다. 이 밀림지역을 차로 40여분 달리면 띠깔 국립공원에 이르는데, 여기서부터는 직접 걸어서 유적지까지 가야 한다. 습식 사우나를 연상시키는 밀림과 무성하다 못해 약간 무섭기까지 한 울창한 숲, 처음 보는 이상한 모양의 벌레들과 함께하다 보면 띠깔 유적지는 마치 환상처럼 모습을 드러낸다.

  

사진3] 띠깔 제5신전

  

사진4] 정글에서 바라본 제 5신전

  

  띠깔은 고대도시 유적지로 기원전부터 10세기 동안 유지되었으며, 10세기 이후 마치 전설처럼 주민들이 떠나게 된다. 남은 것은 일련의 석조건축물뿐이다. 그들이 왜 사라졌는지에 대한 의문은 아직 풀리지 않고 있다. 띠깔 유적에서의 추억을 좀더 깊게 남기기 위해선 제4신전에서 노숙하는 것도 그리 나쁘지 않았지만 현재는 불가능하다.

  야생동물의 활동이 활발해지는 밀림의 밤에 초 강력 밀림 모기를 쫓으며 세계 각국의 배낭 족들과 이야기를 나누다 맞게 되는 일출은 평생 잊을 수 없는 경험 중 하나이다. 밀림 속으로 번져오는 햇살과 그 햇살이 피라미드 사이를 지나 잊힌 유적지를 비추면 띠깔은 감추고 있던 또 하나의 얼굴을 보여주듯 빛과 그림자의 장관을 선물한다 현재는 해 뜨기 전에 유적지를 돌아보거나 오후에 일몰을 지켜보거나 하는 두 가지 방법이 있다.

  

■여행정보

  멕시코에 위치한 마야 유적지 중 가장 잘 보존된 치젠잇싸는 13세기에 완전히 버려진 유적지로 아직도 발굴과 연구가 한창이다. 유카탄 반도에 위치한 치젠잇싸로 가기 위해선 우선 멕시코 시티에서 버스로 20여시간을 달려 메리다에 도착한 후 다시 치젠잇싸로 버스를 타고 들어가거나, 멕시코 시티에서 비행기로 1시간 정도 걸려 칸쿤에 도착해 카리브 해의 절경을 즐기고 다시 버스로 치젠잇싸로 들어가는 방법이 있다.

  

지도] 대략적인 유적 위치

  

  과테말라 동북부에 위치한 띠깔은 10세기에 완전히 버려져 100여년 전 우연히 발견된 마야문명의 신비한 유적지로 알려져 있다. 과테말라 시티에서 1시간 동안 경비행기를 타고 풀로레스까지 가고 다시 거기서 버스로 한 시간여를 달려 도착할 수 있다. 하지만 배낭여행을 즐기는 여행객은 육로가 좋다. 치젠잇싸가 있는 유카탄 반도에서 벨리즈로, 벨리즈에서 버스로 띠깔에 향하면 3개국을 여행할 수 있어 경제적이다. 배낭 족들의 코스이므로 여행길에 자연스레 세계 각국의 친구들도 사귈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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