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성자 : Latin America 작성일 : 2017-03-07 15:54:20 조회수 : 1,785
국가 : 콜롬비아

 

차경미(부산외국어대학교 중남미지역원 HK연구교수)


콜롬비아 현대사는 정치적 폭력사태로 점철된 비올렌시아의 역사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지금도 끝나지 않은 콜롬비아의 정치적 불안은 1940년대 중반 양극화된 정치체제 속에서 정권교체기를 계기로 자유와 보수 양당간의 갈등이 격화됨으로써 발생한 정치적 폭력사태로부터 유래한다. 이러한 정치적 폭력사태는 민중지도자인 가이딴의 암살을 계기로 확산된다.

가이딴은 1924년 콜롬비아 국립대학 법학과를 졸업한 이후 법학분야에서 세계적 권위를 자랑하는 이태리 로마레알대학에 진학하여 박사학위를 취득했다. 1928년 귀국하여 변호사로 활동하던 가이딴은 같은 해 12월 유나이티드 후르츠 컴퍼니가 관리하는 바나나 생산지역에서 발생한 농민 대량학살 사건을 계기로 민중지도자의 길을 걷게 된다.

1920년대 콜롬비아 경제는 미국의 기업과 자본이 본격적으로 상륙함으로써 대미종속이 가속화되었다. 국제시장 가격변동에 좌우되는 커피중심의 1차 단일작물 수출 경제구조는 대 공항을 계기로 심각한 타격을 받았고, 그 결과 공업과 금융 그리고 무역부문에서 콜롬비아 경제의 대외종속은 심화되었다. 동시에 콜롬비아 사회를 지배해오던 전통적 질서는 붕괴되었고, 농촌 중심의 농업경제는 포괄적인 도시 및 공업


경제로 전환되기 시작했다. 이러한 상황아래 자유당 지도자 뿌마레호가 추진하기 시작한 사회개혁은 도시근로자를 중심으로 한 자유당 지지기반이 확산되는데 이바지했다. 그 결과 1930년 대선에서 승리한 자유당은 1946년까지 16년 동안 정권을 장악했다. 그러나 집권 자유당에 의해 추진된 개혁은 보수 세력의 반발로 좌절되었고, 도시를 중심으로 확산된 소요사태의 직접적인 원인으로 작용했다. 개혁의 좌절로 자유당은 지지기반을 상실하게 되었고, 결국 분열되기 시작했다.

그러나 자유당 내의 온건파는 민중주의 확산에 대한 우려로 당내 또 다른 후보를 내세움으로써 자유당 내 정치적 갈등은 형성되었다. 자유당은 레스뜨레뽀와 산또스가 중심이 된 온건자유파와 가이딴 중심의 급진자유파로 분열함으로써 1946년 대선에서 보수당의 단일 후보인 오스삐나가 집권하게 되었다. 콜롬비아의 양당은 지배계급의 경제적 이해를 기반으로 형성된 소수 엘리트 중심의 정당으로서 서구의 정당들과는 다른 발전 과정으로 인해 이념 및 정책적 분화과정을 거치지 못했다. 그러므로 보수적 양

당제 정치구도에서 가이딴 중심의 급진자유파는 양당엘리트의 존립을 위협하는 세력으로 인식되었던 것이다.
자유당의 분열로 대중의 절대적인 지지에도 불구하고 대권도전에 실패한 가이딴은 민중세력을 규합하여 보수 세력에 맞섰다. 도시인구가 급속히 팽창하던 1940년대 도시를 중심으로 가이딴의 지지기반은 확산되었다. 집권 보수당은 가이딴을 중심으로 한 자유당의 비타협적인 반대세력을 정치적 위협세력으로 간주하게 되었다. 이러한 상황아래 1948년 4월 9일 보고타 시내에서 가이딴이 환 로아 시에라 라는 청년에 의해 암살되는 사건이 발생했다. 하층민에게 열렬한 지지를 받던 가이딴의 암살은 소수 엘리트집단이 독점하고 있던 부와 권력에 대한 민중의 분노가 폭력으로 표출되는 계기가 되었다. 농촌에서는 멕시코 혁명이후 라틴아메리카에서 최대의 농민세력이 동원되는 시위가 연일 지속되었다.

대통령 선거를 계기로 시작된 양당의 폭력적 갈등은 국가기관 붕괴와 행정력을 마비시켰다. 국가는 사회적 불안을 효율적으로 통제할 수 있는 권력과 능력도 상실했다. 보수당은 사회통제능력을 상실하여 권력기반이 불안정하게 되자 자유당에 대한 탄압을 강화하기 시작했다. 보수당은 자유당 존립기반 약화를 위해 정치경찰을 창설하여 자유당원들을 폭력적으로 탄압했다. 집권당의 가혹한 탄압정치 아래 자유당 지식인들을 중심으로 조직적인 반정부 게릴라 집단의 활동이 동부 평원에서 본격화되기 시작했다.
소수 엘리트 중심의 정치체제 속에서 일반대중의 유일한 대안이었던 가이딴의 사망으로 콜롬비아 사회


는 절망과 분노에 휩싸였고, 자유와 보수의 소모적인 논쟁으로 미래는 어둡기만 했다.

 

Quick Menu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