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라틴 아메리카의 현재를 만든 시간들
우리에게 라틴 아메리카는 지리적 조건만큼이나 멀게 느껴지는 문화권이다. 하지만 최근 편의점에서 가볍게 사서 마시는 음료부터 라디오에서 흘러나오는 음악까지, 라틴 아메리카의 다양한 문화들은 우리의 삶과 함께하고 있다. 이렇듯 라틴 아메리카는 우리네 일상과 가까운 문화권임에 틀림없지만 아직은 그저 TV 예능 프로그램의 여행지로밖에 인지되지 않는다. 이에 라틴 아메리카에 대한 대중적 이해를 도울 수 있는 교양서 『여러 겹의 시간을 만나다』가 출간되었다. 이 책은 현재의 라틴 아메리카를 알고자 한다면 필수적인 역사적 내용을 바탕으로 남미의 독특한 문화들을 서술하고 있다. 부에노스아이레스, 카르타헤나, 카라카스 등 대표적인 도시들과 마야, 마테차와 같은 친숙한 소재들을 통해 라틴 아메리카의 지역사와 문화를 만나볼 수 있다. 『여러 겹의 시간을 만나다』가 전하는 라틴 아메리카의 시간들을 통해 우리의 삶과 마주한 라틴 아메리카의 현재를 바라볼 수 있을 것이다.
▶ 라틴 아메리카의 심장부, 대표적 도시들의 역사를 따라가다
1부에서는 라틴 아메리카의 대표적인 도시인 부에노스아이레스, 카르타헤나 그리고 카라카스를 통해 이 지역의 역사와 문화를 살펴본다.
도시의 면모는 휘황찬란하다. 이민의 나라답게 이곳에서는 아르누보(art nouveau), 신고딕(enog?tico), 프랑스의 영향을 받아 세워진 다양한 건축물로 인해 부에노스아이레스는 ‘아메리카의 파리’로 불린다. 그리고 근대화가 진척되면서 건설된 최첨단 현대식 고층 빌딩도 여기저기 보인다. 2005년 이 도시는 유네스코에 의하여 ‘디자인 도시’로 선정되었다.-본문 중에서
부에노스아이레스의 현재를 완성하기까지 도시의 형성, 항구 무역의 발달, 이민자들의 정착, 아르헨티나의 경제 성장으로 인한 도시 인프라의 발전 등을 자세히 설명한다. 페드로 데 멘도사에 의해 도시가 건설된 이래 유럽에서 들어온 이민 노동자들을 중심으로 상업과 문화가 성장하였고, 1990년대 푸에르토 마데로(Puerto Madero) 재개발 사업 등으로 현재의 아름다운 항구도시 부에노스아이레스가 완성되었다. 더불어 버려진 항구를 친환경 도시, 독특한 관광명소로 탈바꿈시킨 재개발 사업은 우리의 항구 개발에 있어서도 많은 시사점을 던져준다.
‘근대해양도시 : 카리브 해의 흑진주 카르타헤나’는 아픈 역사가 남긴 시간의 흔적들이 조화와 공존을 통해 현재 어떤 모습으로 저장되어 있는지를 보여준다. 콜롬비아 카리브 해 연안에 위치한 카르타헤나(Cartagena)는 라틴 아메리카의 대표적 근대해양도시다. 라틴 아메리카의 근대도시는 16~18세기까지 식민정복자들에 의해 유럽 도시 형태를 모방해 건설된 공간으로, 식민권력에 의해 건설된 도시가 지배 이데올로기를 어떻게 공간적으로 구현했는지를 보여주고 있다. 이러한 역사의 시간들은 아프리카의 파편화된 조각들이 모여 이 지역의 독창적인 문화를 발전시켰다. 또한 라틴 아메리카의 도시들이 인류 문화유산의 도시로 탈바꿈하는 모습을 보여준다.
‘베네수엘라의 카라카스 : 라틴아메리카의 근대를 열다’에서는 정치적, 역사적으로 개성 있는 도시 카라카스를 접할 수 있다. 베네수엘라의 카라카스는 남미에서 가장 먼저 독립운동이 일어난 도시이면서 라틴아메리카의 근대적 독립을 연 영웅인 시몬 볼리바르의 고향이기도 하다. 1970년 석유로 인한 번영으로 급진적인 도시 근대화가 진행되었지만, 현재까지 재개발이 이루어지지 않아 도시 전체의 거친 분위기를 만들어낸다. 카라카스의 좁은 골목길, 회색빛 건물 등은 초라한 듯 보이지만 베네수엘라의 과거를 짚어볼 수 있는 의미를 가지고, 더불어 다방면에 걸쳐 흥미로운 볼거리를 제공한다.
▶ 마야, 마테차 등 친숙한 소재로 접하는 라틴아메리카 지역문화유산
2부에서는 우리에게도 친숙한 마야문명과 마테차에 대한 기억을 통해 라틴 아메리카의 지역문화에 대해 이야기하였다.
우리와 다른 시간과 공간에 존재했던 고대 문명은 현대인들에게 호기심과 동경을 불러일으킨다. ‘마야의 기억 : 치치카스테낭고’에서는 동경과 경외의 대상인 마야인의 이야기를 담고 있다. 이 장에서는 현재 과테말라 인구의 60% 이상을 차지하고 있는 마야인들을 다루고 있으며 특히 치치카스테낭고 시(市)의 키체족에 대해 조금 더 상세히 전하고 있다. 과거의 시간에만 존재하던 마야의 이야기들을 현재 진행형으로 옮겨왔다. 그들의 조상들이 남긴 피라미드와 건축물 등과 같은 문화유산의 유적지들보다 조명 받지 못하는 마야인들의 고단한 삶을 공유해 볼 수 있다.
우리에게 마테차는 차 그 자체보다 유명 걸그룹이 광고하는 페트병 음료로 더 유명하다. 하지만 라틴 아메리카의 지역문화를 이해하는 관점에서 마테차는 기호식품 이상의 가치를 가진다. ‘코노수르 지역의 문화유산: 마테차 이야기’에서는 마테차에 대한 단편적인 지식을 넘어 역사, 지역 사람들의 이야기, 지역을 이해할 수 있는 문화유산으로서 마테차의 다양한 면을 이야기하고 있다. 한국인에게도 친숙한 마테차를 통해 라틴아메리카 코노수르 지역의 문화를 음미해 볼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