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다양한 중남미 각국 언어 상황과 독자적 언어규범 정책
흔히들 라틴아메리카의 언어를 스페인어로 한정지어 생각하지만 실제로 이 지역에서는 다른 유럽 언어들도 공용어로 사용되고 있을 뿐 아니라, 식민 이전의 원주민어도 여전히 사용되고 있다. 부산외국어대학교 중남미지역원의 학술총서로 기획된 이 책은 이처럼 다양한 언어가 사용되고 있는 라틴아메리카 지역의 언어상황과 다민족으로 구성된 이들의 문화와 언어정책 등을 되짚어 본다. 특히 이 책은 중남미 각국의 독자적인 언어규범 확립에 대한 노력에 주목하고 있다. 과거 라틴아메리카가 겪은 역사, 사회적 변동에 따라 식민지 본국인 스페인과는 다른 차별성을 갖기 위해 각국이 어떠한 언어 민족주의적 관점으로 정책을 펼쳐왔는지 상세히 기술하고 있다.
▶ 라틴아메리카의 언어민족주의와 통일성을 지향하는 언어정책
이 책은 그동안 라틴아메리카가 시행해온 언어정책과 함께 독립 이후 라틴아메리카에서 보이는 언어 민족주의에 대해 논하였다. 라틴아메리카 언어상황과 언어정책을 살피는 한편, 1990년대 이후 추진된 라틴아메리카 언어정책과 원주민 교육의 변화에 대해서 언급하고, 라틴아메리카 대부분 국가의 공용어인 스페인어의 다양성과 통일성에 대해 논하였다. 특히 라틴아메리카의 스페인어는 국가마다 다양성이 존재하는 집합체라고 저자는 바라보고 있다. 그럼에도 이들의 의사소통을 가능하게 하는 것은 근본적인 통일성이 언어에 존재하기 때문이라며 언어현상에서 공통되는 점을 묶어 규범을 만드는 일이 다양한 어휘로 인해 야기된 많은 문제를 종식하는 한 방법이라고 주장한다.
▶ 중남미 각국에서 명시하고 있는 상이한 언어정책을 살펴본다
19세기 자유주의에 입각한 근대 국민국가의 가치인 단일민족, 단일문화, 단일언어의 원칙은 이제 라틴아메리카 민주화의 진전과 경제의 세계화로 인해 언어·문화적 다양성에 대한 인식으로 제고되었다. 이는 중남미 각국이 개방 경제 정책으로 인한 국제 사회의 압력에 굴복한 측면도 없지 않으나, 다양성이란 개념에 기초하여 분열된 국민통합을 추구하려는 노력의 일환으로도 볼 수 있다. 이를 위해 1990년대 이후 라틴아메리카 대부분의 국가들은 단일 문화·언어 정책에서 다문화·언어 정책으로 방향을 전환했다. 교육에 대한 언어권 보장, 공용어 제정, 원주민어에 공용어의 지위를 보장하는 등 중남미 각국은 헌법에서 공식적인 다언어 권리를 명시하여 보장하고 있다. 그러나 각 국가마다 선언적인 수준에만 그치는 경우도 있는 한편, 콜롬비아의 경우 영토에 대비하여 원주민 수가 드묾에도 선진적인 언어정책을 펼치는 경우가 있는 등 나라별로 상이한 정책이 시행되고 있다.
▶ 식민지 본국과 다른 라틴아메리카만의 언어적 정체성을 확립하다
시간이 지나면서 멕시코인의 정체성이 점점 구체적인 모습을 드러내는데 일반 국민의 정서 속에는 멕시코 국명에 사용된 x가 멕시코를 스페인과 구별시켜주는 정체성을 이루는 하나의 요소로 자리 잡게 된다. 따라서 멕시코의 국명에 x 대신에 j를 사용하는 것은 멕시코인의 자존을 손상시키는 것으로 간주되기에 이른다. _본문에서
현재 20여 개국에서 공용어로 사용되고 있는 스페인어는 문어에서는 전반적인 통일성이 유지되고 있으나, 구어에 있어서는 각 국가마다 차이를 보이고 있다. 단일언어 정책이 시행되었던 당시, 식민지 모든 국가에서는 본국의 말이 따라해야 할 언어의 전범으로 큰 영향력을 행사하였으나 독립 이후에는 본국이 아닌 자국의 수도 기준의 언어규범을 정책화하며 스페인의 종주국으로서의 우월적 위치를 상실했다. 멕시코 국명에 표기된 M?xico의 경우 스페인 한림원의 표기 규칙에 따르면 M?jico로 표기하는 게 원칙이나, 멕시코에서는 /x/ 표기를 고수함으로써 언어에 문화적 정체성을 담는 것과 동시에, 식민지 이전의 원주민 전통을 찾으려는 멕시코 고유성을 획득하고자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