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외국어대학 서반아어과를 졸업하고 스페인 국립 마드리드대학교에서 정치학 석/박사 학위를 받았으며, 현재 전북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로 재직하고 있다. 이 책『콜럼버스에서 룰라까지』는 지난 96년 강준만 교수와 공저로 펴낸 바 있는 『콜럼버스에서 후지모리까지』를 저본으로 한 것이지만, 강준만 교수가 맡았던 2부 '인물로 본 중남미의 정치와 사회'를 ‘21세기 중남미를 이끌어갈 각국의 새 대통령’들을 중심으로 저자가 완전히 새로 쓰는 등 전면적 개작을 시도한 결과물이다.
서문
1부 '엘도라도'에서 '마카레나'까지 - 사건으로 본 중남미의 역사와 지리
'발견당한' 대륙, 아메리카
중남미에 사는 사람들
정복과 수탈의 역사
독립투쟁의 영웅들
중남미에서의 전쟁
중남미의 혁명1 - '토지와 자유'를 외친 멕시코혁명
중남미의 혁명2 - '분노의 그림자' 사파티스타 혁명
중남미의 혁명3 - '현대판 로빈 후드' 카스트로의 쿠바혁명
미국과 중남미의 관계
미국 속의 중남미 - 히스패닉
2부 21세기 대통령, 룰라에서 차베스까지 - 인물로 본 중남미의 정치와 사회
남미의 새로운 바람, 브라질 룰라 대통령
외채 없는 아르헨티나 꿈꾸는 키르츠네르 대통령
'멕시코 주식회사'의 새 사장, 비센떼 폭스
페루의 '성공한 인디오' 똘레도 대통령
21세기 칠레의 조타수, 라고스 대통령
베네수엘라, 차베스의 '무기 없는' 혁명
참고문헌
우리 곁으로 다가온 중남미 제대로 알기
브라질 대통령 ‘룰라’가 심심찮게 우리 신문지상에 등장하고 한-칠레 FTA로 연일 농민들의 시위가 벌어지는 데서도 알 수 있듯이, 중남미는 이제 지구 저편에 있는 먼 지역이 아니라 당장 우리 삶에 직접적 영향을 미치는 이웃이 되었다. 그런데도 우리는 ‘중남미’ 하면 떠올리는 게 고작 ‘외채’ ‘빈곤국’ ‘정치 불안’ ‘엄청난 인플레이션’ 등으로, 그리 정확하지도 않으면서 게다가 부정적인 이미지 일색이다. 그동안 세계를 미국 중심으로 바라봤던 탓에, 현재 우리가 중남미 여러 나라들에 대해 갖고 있는 이런 막연한 이미지들 대부분은 그런 ‘창’을 통해 걸러진 편향된 정보들에 의한 것이기 쉽다. 그리고 이런 선입견은 중남미 나라들을 객관적으로 이해하는 데는 걸림돌로 작용하게 된다.
사실 중남미는 우리의 반만년 역사와 문화에 못지않은 역사와 문화전통, 그리고 외세에 저항하며 자기정체성을 찾아나간 투쟁의 근현대사가 살아 숨쉬는 땅이다. 게다가 중남미 여러 나라들의 역사적 경험과 정치적 상황들은 우리 근현대사의 질곡과도 매우 닮았다. 따라서 우리가 해방과 민주화를 위한 그들의 험난한 투쟁을 누구보다도 더 적실하게 이해하고 공감할 수 있기 때문에, 미국적 시각을 걷어내고 그들 나라를 있는 그대로 볼 수 있는 눈을 가지는 일은 그저 ‘먼 나라’가 아니라 ‘가까운 이웃’으로 그들을 맞이하는 데 무엇보다 긴요한 일이 아닐 수 없다.
이 책은 중남미를 ‘제대로 알기’ 위해 중남미를 전공한 저자가 일반 독자를 대상으로 주요 사건을 중심으로 중남미의 역사와 지리(1부)를 살펴보고, 2000년 이후 시행된 중남미 국가들의 대통령선거를 통해 해당국가의 정치상황과 사회 변화(2부)를 분석했다.
중남미의 역사와 인문지리
중남미에는 어떤 사람들이 살고 있으며 콜럼버스가 아메리카 대륙을 발견했다는 것이 애초에 그 땅에 살고 있던 원주민들에게는 어떤 의미였는지, 19세기 제국주의 국가들로부터 독립하기 위해 그들 나라는 어떤 과정을 겪었으며 독립 이후 국가 건설은 어떻게 했는지, 또 미국과의 관계는 어떠한지를 살펴보았다. 또 잉카 / 마야 / 아스텍 제국들이 몰락하는 과정에서 저질러진 제국주의의 국가들의 수탈과 정복의 역사도 빠트리지 않았다. 멕시코혁명과, 사파티스타혁명, 카스트로의 쿠바혁명 등을 통해 중남미의 ‘혁명의 역사’도 되짚었다. 이를 통해 저자는 ‘부단한 외세와의 갈등과 또 그에 따른 조화와 적응’이란 관점에서 중남미를 해석해내고 있다.
대통령이 된 인물들을 통해본 중남미 각국의 현주소
일국의 대통령은 그 자체로 해당 국가의 사회정치적 상황을 압축적으로 체현하고 있는 하나의 상징이기도 하다. 따라서 어떤 인물이 대통령자리에 올랐는가를 들여다보는 작업은 그 나라의 현재를 적확하게 이해하는 데 매우 유용한 통로일 수 있다. 브라질 국민은 2003년 1월 1일 빈민촌 출신의 룰라(노동자당)를 대통령으로 뽑았다. 그는 이제까지와는 ‘다른’ 정치를 강조함으로써 남미 정치의 핵으로 떠올랐으며, 우리 주요 신문들에도 여러 차례에 걸쳐 소개되었다. ‘급진 좌파’였던 그가 대통령이 되어 다소 유화적이고 실용적인 모습을 보인 것이 우리 언론에는 긍정적(?)으로 비춰졌다는 점은 거꾸로 우리의 현재를 되비춰주는 거울이 되기도 한다. 또 최악의 경제상황에서 ‘외채 없는 아르헨티나’를 외치며 대통령에 당선된 키르츠네르, 무려 71년 동안 정권을 장악했던 제도혁명당의 독재권력을 무너뜨리고 대통령에 당선된 멕시코의 폭스 대통령, 인디오 출신으로 대통령이 된 페루의 똘레도와 피노체트의 간담을 서늘하게 한 칠레의 조타수 라고스 대통령, 무기 없는 혁명 ‘새 베네수엘라’ 건설을 이뤄내고 있는 베네수엘라의 차베스 대통령… 이들의 대통령 당선 과정과 더불어 각국의 정치상황과 사회가 이 책의 주요한 분석 대상이다. 그동안 미국의 ‘정원’쯤으로 여겨졌던 중남미 나라들이 좌파 세력이 힘을 얻은 현 정국에서 과연 미국의 신자유주의 정책에 반대하며 자신들의 목소리를 어디까지 높여갈 수 있을지, 또 미국은 이제까지 중남미 나라들에 행사하던 그 막강한 정치적 영향력을 어느 선까지 양보할 것인지를 가늠해보는 데도 이 책은 독자들에게 적잖은 시사점을 던져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