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세대 정치외교학과를 졸업하고 미국 라이스 대학에서 정치학 박사 학위를 받았다. 1989년부터 숭실대 정치외교학과에서 ‘서양정치사상의 이해’, ‘자유주의의 역사’, ‘문학과 정치’, ‘문명과 정치’ 등을 가르치고 있으며, 현재 한국정치사상학회 회장이기도 하다. 지은 책으로'다시 시작하는 혁명 : 아옌데와 칠레식 사회주의','자유의 본질과 유토피아 : 존 스튜어트 밀의 정치사상','자유의 미학 : 플라톤과 존 스튜어트 밀'이 있다. 하이에크의'법·입법 그리고 자유 III'과 토마스 힐 그린의'윤리학 서설'을 번역했고, J. S. 밀 탄생 200주년을 기념해서'자유론','여성의 종속','공리주의'를 옮겼으며, 현재'대의정부론'을 번역 중이다. 2004년부터 밀과 토크빌, 플라톤과 아리스토텔레스의 민주주의론을 비교,해석하는 2부작을 준비하고 있다.
책을 내면서
머리말―'신데렐라의 유리 구두'?
제1부 포퓰리즘이란 무엇인가?
제1장 포퓰리즘에 대한 개념 규정
1. 포퓰리즘의 기원과 변화
2. 기존 연구
3. 개념 규정을 위한 전략
4. '민주주의로 포장한 대중영합주의'
제2장 포퓰리즘의 사례
1. 러시아―'인민 속으로'
2. 미국 포퓰리즘의 전통
3. 라틴 아메리카의 포퓰리즘
4. 유럽의 신포퓰리즘
5. 일본형 포퓰리즘?
제2부 포퓰리즘의 특성
제3장 인민의 이름으로 현상 타파 주장
1. '인민주권'의 회복
2. 지배 엘리트에 대한 적개심 고취
3. 기성 체제에 대한 저항
4. '인민주권론'의 파괴력
제4장 감성 자극적 선동 정치
1. 카리스마 리더십
2. 선정적 이분법에 바탕을 둔 '단순 정치'
제3부 포퓰리즘의 자기모순 또는 이율배반
제5장 '현상 타파'의 한계
1. 용두사미 개혁노선
2. 개혁 실패의 정치사회학
제6장 민주주의에 대한 위협
1. 엘리트주의와 닮은꼴
2. 법치주의의 무시
3. '단순 정치'의 폐해
4. 자유주의의 적
제4부 포퓰리즘의 도전
제7장 현대 정치의 위기
1. 신자유주의의 그늘
2. 정치 '흥행사'의 역할 증대
3. 피동적 대중의 양산
4. 청중 민주주의의 등장
5. 기성 정치인에 대한 실망감 확산
6. 포퓰리즘 '경계령'
제8장 '민주주의 억제론'에 대한 반발
1. '민주주의 고사작전'의 전개 및 확산
2. 민주주의에 대한 자유주의자들의 공격
3. 민주주의자의 반격
4. 포퓰리즘의 출발점, '민주주의의 위기'
맺는말
참고문헌
찾아보기
1. 노무현은 포퓰리스트인가?
․ 유권자의 감성을 자극한 2002년 대선 광고 속 기타 연주와 눈물
․ 2퍼센트를 겨냥한 초정밀 유도탄이라 비난받은 종합부동산세
․ "이쯤 되면 막가자는 거지요?", "대통령 못해먹겠다"와 같은 발언
봉화마을로 귀향해 이제 현실의 정치 쟁점에는 관여치 않겠다는 뜻을 표명한 노무현 전 대통령. 고교 졸업 후 사법고시 합격, 인권변호사 활동, 민주당 경선 승리와 극적인 대선 후보 단일화, 제16대 대통령 당선까지 그의 인생은 한 편의 드라마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러나 임기 내내 대통령 탄핵, 행정수도 이전, 이라크 파병, 주요 언론사와의 대결, 한나라당과의 대연정 제안, 한미자유무역협정 체결, 양극화 심화 등 국가적 차원의 논란이 끊이지 않았고 노무현은 그때마다 국민을 설득하기 위해 무리한 승부수를 띄웠다. 이런 이유로 노무현을 '타고난 선동가', '포퓰리스트'로 보는 사람도 적지 않다. 노무현은 포퓰리스트인가? 이 질문에는 포퓰리즘에 대한 명확한 이해 없이 포퓰리즘이 거론되고 있는 우리의 현실이 담겨 있다.
〈 포퓰리즘의 이념적 위상〉을 발표하면서 국내에서 처음으로 포퓰리즘에 대한 학적 논의를 시도했던 서병훈 교수(한국정치사상학회 회장)가 포퓰리즘의 새로운 개념 정의와 민주주의의 본질에 대한 성찰을 담은《 포퓰리즘―현대 민주주의의 위기와 선택》을 펴냈다. 저자는 러시아의 '인민 속으로v narod' 운동부터 미국의 인민당, 아르헨티나의 페론, 베네수엘라의 차베스, 프랑스의 르펜, 일본의 고이즈미에 이르기까지 풍부한 역사적 실례를 바탕으로, 이상과 현실의 괴리가 존재할 수밖에 없는 민주주의의 한계를 거름 삼아 그 위력을 과시하고 있는 포퓰리즘에 대해 분석하고 있다. 현대 민주주의의 특징을 두루 살펴보는 이 책은 포퓰리즘이 현대 민주주의와 어떤 지점에서 대척되는지, '인민에 영합'하는 포퓰리즘과 '인민에 의한 정치'를 표방하는 민주주의를 어떻게 구분할 것인지 고찰하면서 포퓰리즘에 대한 비난이 민주주의 그 자체에 대한 부정으로 이어져서는 안 된다고 주장한다. 나아가 한국 정치에서 포퓰리즘이 논의되고 소비되는 양상을 비판적으로 분석하고 우리 사회가 진정한 민주주의로 나아가기 위한 길을 제안한다.
2. 포퓰리즘, 신데렐라의 유리구두
선거를 앞두고 유권자의 지지를 얻기 위해 노력하는 것과 수단 방법을 가리지 않고 대중의 표를 사는 것 사이에 어떤 본질적인 차이가 있을까? 민주적 정치인과 포퓰리스트 정치꾼을 가름할 경계선이 있기나 한 것인가? 혹자는 포퓰리스트들의 비이성적인 선거 전술을 비난한다. 그러나 현대 사회에서 감성적 접근을 시도하지 않는 정당은 드물다. 현대 정치에서, 특히 모든 정치인이 인민을 위한다고 말하는 민주주의 국가에서 포퓰리즘 정치와 정상적인 정치를 구분할 수 있는 방법은 무엇일까.
포퓰리즘은 '신발은 있지만 거기에 맞는 발은 어디에도 없는' 신데렐라의 유리구두와도 같다. 저자는 포퓰리즘의 정의조차 분명하지 않은 현실을 비판하며 '인민주권의 회복'과 '감성 자극적 단순 정치'라는 두 가지 기준을 전제로, 포퓰리즘을 '기성 질서 안에서 신분 상승을 꾀하는 정치 지도자가, 인민의 주권 회복과 이를 위한 체제 개혁을 약속하며, 감성 자극적인 선동 전술을 바탕으로 전개하는 정치 운동'이라고 규정한다. 동시에 저자는 포퓰리즘이 현대 민주주의의 '단순한' 이상 상태가 아니라 병적 징후라는 것을 강조한다.
포퓰리즘은 민주주의의 화신이다. 지배 엘리트의 독주에 분노를 느끼고, 현대 민주주의가 주권자 인민과 겉돌고 있는 현실에 실망하고 있는 사람들은 포퓰리즘에 환호한다. 그러나 포퓰리즘은 두 얼굴을 갖고 있다. 겉으로는 평범한 보통 사람들을 역사와 정치의 주인공으로 내세우며 미화하지만, 실제로는 소수 정치 엘리트가 주도권을 잡고 인민은 피동적 추종자로 전락한다. 포퓰리스트들은 부조리한 현실을 전면 개혁하겠다고 약속하지만, 참된 개혁을 추진한 의지도, 능력도 부족하다. 이런 한계에도 불구하고 왜 포퓰리즘의 기세가 꺾이지 않을까?
3. 현대 민주주의의 위기와 선택
저자는 현대 정치가 구조적으로 포퓰리즘을 부추긴다고 주장한다. 신자유주의의 확산에 따른 일반 대중의 불안 심리, 정당정치의 퇴화와 감성을 자극하는 단순정치의 만연, 정치에 직접 참여하기보다 엘리트가 자신의 이익을 대신 챙겨주기를 기대하는 피동적 대중의 양산, 이 틈을 이용한 '흥행사 정치인'의 등장, 현대 민주주의의 '약속 위반'에 따른 불만심리의 내연(內燃)에 주목해야 한다는 것이다.
현대 대의민주주의는 대중의 직접 참여를 제한하는 결과를 낳고 있다. 이에 대한 반동으로 '인민의 주권 회복'을 약속하는 것이 포퓰리즘이다. 그러나 포퓰리즘은 현대 정치의 구원투수가 될 수 없다. 포퓰리즘은 인민 민주주의의 흉내를 내지만, 사실은 인민 민주주의를 저해한다. 포퓰리즘은 반자유주의적인 속성이 강하기 때문에 민주주의의 적이 될 수밖에 없다. 소수 지도자를 중심으로 감성 자극적 단순정치를 전개하는 포퓰리즘과 대중의 정치참여를 추구하는 인민 민주주의를 분명히 구분해야 포퓰리즘의 공세에 현혹되지 않을 수 있다.
저자는 포퓰리즘을 극복하기 위한 방안으로 유권자의 깨어 있는 의식, 시민단체, 특히 언론의 감시기능 회복을 강조한다. 나아가 포퓰리즘의 '사상적 후원자'가 되는 인민 민주주의에 대해서도 냉정하게 비판할 필요성을 제기한다. 인민이 진정한 의미에서 정치의 주인이 되기 위해서도 법치주의가 확립되어야 하며, 엘리트의 선도적 역할을 인정함으로써 현대 정치가 효율성의 위기도 극복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것이 전제되지 않는다면 민주주의의 타락과 포퓰리즘의 엄습은 피하지 못할 것이다.
4. 한국 정치와 포퓰리즘
한국 정치를 포퓰리즘이라는 척도로 규정할 수 있는가? 이 책에 따르면, 부정적이다. 노무현 정권이 '적과 아군'으로 편 가름하고 감성을 자극하는 정치를 펴는 등, 일부 포퓰리스트적인 성향이 없지는 않다. 그러나 이 책에서 포퓰리즘의 핵심요소로 규정한 '인민주권의 회복'과 그에 따른 '기성체제에 대한 정면 도전'이라는 점에서는 다른 포퓰리즘 사례와 거리가 멀다. 좌파 노선과 포퓰리즘을 연결시키려는 의도에 대해서도 저자는 부정적이다. 아무 이데올로기와 부화뇌동할 수 있는 것이 바로 포퓰리즘이기 때문이다.
저자는 포퓰리즘이란 용어의 인플레를 경계하면서 현대 민주주의, 청중 민주주의의 한계를 극복하고 제도권 정치를 충실하게 만들어 한국 정치가 포퓰리즘에 감염되지 않도록 각별히 주의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우리는 포퓰리즘의 빛과 그림자를 함께 직시하면서, 포퓰리즘의 도전을 한국 민주주의의 창조적 발전을 도모하는 기회로 삼아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