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성자 : 박종욱 작성일 : 2012-12-20 20:43:35 조회수 : 3,692
국가 : 멕시코

 

 

제왕나비는 멕시코의 미초아칸 주 깊은 침엽수림 속에서 겨울을 보내기 위해 캐나다와 미국 등지에서 가깝게는 3500km의 지점에서 멀게는 4700km 지점에서 매년 같은 계곡으로 찾아온다. 20미터에서 50미터까지 곧게 뻗어 자라는 침엽수림대는 3500미터가 넘는 곳에서 나비들을 맞이한다. 필자가 2012년 1월 EBS 세계테마기행 제작진과 함께 방문했을 때에도 먼 여행에 지쳐 침엽수에 수백겹으로 매달려 있던 나비들이 따스한 햇살이 비쳐들자 집단 군무를 하며 황홀한 비행을 선보였었다. 시기적으로는 10월 말에서 11월 초에 날아들기 시작하기 때문에 미초아칸 원주민들은 예전부터 조상들의 넋이 영혼이 되어 나비의 모습으로 나타난다고 믿었고, 이러한 믿음은 조상의 영혼을 기리는 '죽은 자들의 날' 행사와 겹쳐지곤 한다. 오늘에 이르기까지 많은 사람들이 제왕나비가 먼 길을 날아와 죽음의 계곡에 약한 날개를 누이는 광경에 특별한 의미를 부여하곤 한다. 화려한 비상과 덧없는 죽음은 순간의 차이에 있으며, 햇살이 비추이는 시간은 죽음에 생명을 부여하는 신묘한 의례를 제공하곤 한다. 지금도 미초아칸 모렐리아 깊고 높은 계곡에는 어김없이 수천 킬로를 날아와 죽음을 맞이하는 의례가 진행되고 있을 것이다. 숫나비는 생명을 잉태하는 역할을 다하고 죽음을 맞이하며, 대부분의 암나비들은 또 다시 힘겨운 날개짓으로 먼 미국과 캐나다의 숲을 향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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