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성자 : 라키스 작성일 : 2021-09-27 11:12:04 조회수 : 1,585
관련링크 : http://www.unipress.co.kr/news/articleView.html?idxno=4523

■ 책을 말하다_ 『라틴아메리카 지역통합의 정치성: 이론과 비교를 통한 접근』 

 

(올리비에 다베뉴 지음, 이태혁 옮김, 한울, 368쪽, 2021.07)

 


역내 단위 지역통합에 대해 설명력을 가진 기존의 학문적 접근이 라틴아메리카 지역에도 적합한가? 적합하지 않다면 라틴아메리카 지역통합에 대한 접근은 무엇이, 어떻게 그리고 왜 기존의 접근과 다르거나 달라야 하는가?

열쇠는 유럽이다. ‘라틴아메리카’라는 지역 명(名) 그리고 지역 명(命)이 유럽 서구 중심 문명권에 의해 발현되었다. 서구중심주의 사조에 따르면 라틴아메리카가 ‘드디어’ 역사에 등장한 것이다. 하지만, 그곳엔 유럽의 ‘것’보다 더 발전된 문명이 이미 있었다. 아스텍, 마야, 잉카 등. 

「라틴아메리카 지역통합의 정치성」은 라틴아메리카 역사서가 아니다. 반유럽주의 또는 ‘라틴아메리카 하위 주체성과 재현’이라는 라틴아메리카 주체성을 구현하고자 하는 일련의 도서는 더욱 아니다. 라틴아메리카가 역설과 모순으로 점철된 대륙이듯이, 본서 역시 역설과 모순이 오롯이 담겨져 있다. 그리고 이와 같은 시선과 접근이 본서의 특징이다. 먼저 저자가 유럽인이다. 프랑스 파리정치대학교 정치학과 교수인 저자 올리비에 다베뉴(Olivier Dabene)는 실상 유럽 지역통합 연구에도 정통한 학자이다. 다베뉴는 라틴아메리카 지역통합은 불확실성(uncertainty)과 불확정성(indeterminacy)이 특성이자 ‘본 게임’이라고 진단하며 동시에 역설적으로 라틴아메리카 지역통합의 ‘긴’ 역사에 대한 ‘다른’ 접근의 필요성을 제기한다. 

다시 말해 유럽통합의 관점에서 본다면, 라틴아메리카의 지역통합과 지역주의regionalism는 불안정하며 실패의 역사이다. 그러나 의심의 여지없이, 라틴아메리카는 제2차 세계대전 이래 지속된 근현대 지역통합의 긴 역사를 품고 있는 다른 대륙인 것이다. 1948년 이미 중미 국가들은 중미 고등교육의회(Central American Council of Higher Education, CSUCA)의 창설로 고등교육 영역에 대한 기능적 협력을 이행했다. 그 이후 1951년에는 중미국가들이 중미기구(Organization of Central American States, ODECA)를 출범시켜 다자조약 협정 체결로 이행되었다. 그리고 중미 지역은 적어도 25차례 역내 재결합을 시도하기도 했다. 이와 같이 라틴아메리카 지역통합은 난장(亂場)의 특성을 지니며, 21세기 현재에도 우리는 역내 다양한 층위의 지역통합의 부침(ups and downs)을 목도할 수 있다. 실상 라틴아메리카 통합의 역사를 되짚어 본다면, 19세기 초 라틴아메리카의 독립 쟁취 이래로 시몬 볼리바르(Simon Bolivar)를 위시로 한 라틴아메리카 통합의 이미지는 지속적으로 재현되어 온 것이다.


이와 같은 라틴아메리카 지역통합의 일련의 부침 사이클은 통합 관련 이론화 및 전망을 난해하게 한다. 즉 ‘불안정 속에서의 지속성, 위기 가운데에서의 탄력성’이 라틴아메리카 통합 관련 특성으로 기존의 지역통합 접근으로는 설명하기 힘들다. 따라서 역내 통합에 대한 라틴아메리카적 질문은 ‘어떻게 그리고 왜 국가들이 주권을 양보하느냐’에 대한 것이 아니라, ‘어떻게 그리고 왜 온전한 주권을 양보하지 않으면서도 통합과정을 지속화 하느냐’에 있다. 대안적 접근과 사유가 요구되는 지점이다. 

이러한 맥락에서 5부 9장으로 구성된 이 책은 지역통합과 관련된 라틴아메리카의 ‘특성(characteristics)’으로 안내한다. 제1부는 지역통합과 관련된 이론적 제시와 아울러 라틴아메리카 지역통합은 어디에 그리고 어떻게 안착화 할 수 있는가에 대한 탐구다. 제2부는 라틴아메리카 지역 국가들이 정치적 위기 극복의 일환으로서 지역통합, 특히 경제적 지역통합을 주도하고 있다고 분석하며, 이는 정치적 도구화(political instrumentalization)라고 비판한다. 제3부는 라틴아메리카 지역통합의 제도화 디자인의 정도와 발전에 대한 연구다. 특히 디마지오(DiMaggio)와 파월(Powell)의 제도적 동형이설(Institutional Isomorphism) 접근으로 안데안 국가연합과 MERCOSUR 등 라틴아메리카 지역기구 특성을 살펴보았다. 

제4부는 라틴아메리카 지역통합 과정에서 민주주의의 역할 등과 관련된 연구다. 특히 민주주의의 특성인 대표 민주주의, 참여 민주주의, 재분배와 관련된 불평등 민주주의 등 3가지 관점을 통해 라틴아메리카 지역통합에 대해 분석·고찰했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제5부는 라틴아메리카 지역통합의 연구 단위를 하부단위(sub-regional)에서 미주대륙(hemispheric) 전체로 확대했다. 특히, 21세기 베네수엘라의 故우고 차베스 대통령 등 급진적 좌파의 출현에 따른 일련의 라틴아메리카 지역 통합에 대한 수사(rhetoric)와 실행(practice)에 대한 비판적 식견 또한 담겨져 있다. 

본서는 기존의 유럽중심 지역통합 관련 학문에 대한 학습을 바탕으로 라틴아메리카 지역통합의 정치성과 결부된 진화에 대한 비판적 사고 함양을 도모했다. 즉, 기존의 유럽 경험에 근거한 통합의 고전적 접근은 국가가 주권의 일부를 양도하고, 정치적 권위를 통합하며, 목적, 갈등 해소 그리고 평화 구축 등의 방법론적 접근이다. 아울러 (신)기능주의적 접근은 경제 영역에서의 자발적인 통합 관계가 국내 주요 규제와 정책의 권한까지 초국가적 단위로의 전이에 의해 지역통합이 확장된다는 분석이다. 저자는 지역통합의 기존 접근이 라틴아메리카 ‘몰’이해라고 비판하며 유럽중심주의 논쟁에 대한 본인의 이해를 바탕으로 라틴아메리카 통합 과정을 재조명했으며, 특히 국가 간 협정 및 사회 간 소통과 교류에 대해 깊이 있는 연구를 진행했다. 덧붙여 저자는 라틴아메리카 국별 민주화와 지역통합과정의 상관관계를 처음으로 체계적으로 분석했다. 역작이라 할 수 있다.
 

 

 


이태혁 부산외국어대학교 중남미지역원

미국 UCLA에서 중남미지역학, 조지워싱턴대학교에서 국제정치학을 전공으로 석사학위 및 박사학위과정 수료했으며, 영국 York 대학교에서 국제관계/개발 전공으로 박사학위를 취득했다. 현재 부산외대 중남미지역원의 HK연구교수로 있다. 전 지구적 맥락에서 라틴아메리카의 정치·경제적 ‘위치’ 그리고 동시에 라틴아메리카 내 글로벌성에 대해 학문적 접근을 하고 있으며 현재 기후위기와 라틴아메리카적 대안을 다층적 수준에서 연구하고 있다. 논문으로는 “중국의 ‘일대일로구상’, 편승과 균형사이의 라틴아메리카”, “Within and/or Beyond Perception and Ideology: The U.S., China and Their Relationship towards Latin America”, “SDGs and Inequality: Towards an Ontology of State Intervention?”, “After Hegemony or ‘Still’ Hegemony?: 아이티의 정치경제적 저개발성과 반정부시위” 외 다수가 있으며, 저서로는 《라틴아메리카, 세계화를 다시 묻다》(공저), 《이주와 불평등》(공저), 《Desigualdes, Pobreza y Papel del Estado en America Latina》(공저) 등이 있다.

출처 : 대학지성 In&Out(http://www.unipres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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