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성자 : 임두빈 작성일 : 2013-09-09 18:27:35 조회수 : 1,613
관련링크 : http://www.kyosu.net/news/articleView.html?idxno=27572

교수신문 보도

 

정성평가 불예측성은 문제 … 질·내용 평가는 학계 자율로 

 

2013년 7월 29일(월) 

 

교육부는 지난 19일, 2014년 예정된 학술지 등재제도 폐지 계획을 유보하되, 그간 지적된 문제점을 바탕으로 학술지 등재제도 개선을 추진한다고 발표했다. 주요 개선사항으로는 △기존우수학술지 지원 사업의 신규과제 선정 중단 △학문의 다양성과 연구 저변의 확보 차원에서 국내학술지 지원규모를 2012년 수준으로 유지 △체계·형식 요건 비중 높은 기존 평가를 질 평가 중심으로 개편 △학계 중심으로 학술지 평가관련위원회 구성해 학계의 자율평가 역량 제고 등이다. 학계의 반응은 일단 한숨을 돌렸다는 분위기다. 교육부의 학술지 등재제도 유지 발표를 보는 학계의 시선과 개선점에 대해 박영준 단국대 교수(법학)의 이야기를 들어본다.

국내에서 발간되는 학술지는 ‘등재지, 등재후보지, 일반학술지’로 나뉜다. 논문이 실린 학술지의 등급에 따라 그 논문이 평가되고(예컨대 등재지 150점, 등재후보지 100점, 일반학술지 50점의 식으로) 이는 연구업적 점수로서 교수임용 또는 업적평가 때 기준점수로 활용된다. 때문에 어떠한 학술지가 어떤 등급에 속하는지는 연구자에게 대단히 중요하다. 이러한 학술지의 등급은 한국연구재단의 학술지 목록에 등재돼 있느냐에 따라 결정되므로 학술지 등재제도는 매우 중요한 제도로 기능해 왔다.

억울한 학술지 등재제도 비판
2011년 12월 정부는 기존 학술지 등재제도를 2014년부터 폐지하고 학계 자율평가체제로 전환할 것을 전격적으로 발표했다. 기존 학술지 등재제도가 국내학술지의 과도한 양적팽창을 불러오고, 학술지 관리에서도 질보다는 양중심, 형식중심으로 운영돼 왔다는 이유였다. 이는 국가기관이 학술지의 등급을 평가하는 것은 학문의 자율성을 침해하는 것이라는 일부 비판에 대한 답이기도 했다. 사실 학술지 등재제도에 대한 비판은 좀 억울한 면이 있다. 원래 학술지 등재제도는 국가기관인 학술진흥재단(현 한국연구재단)이 1991년부터 시작한 학술지 지원 사업에서 지원 대상을 선별하기 위한 목적으로 1998년부터 도입한 것이다. 속되게 표현해 돈을 줄 사람이 돈을 줄만한지 상대방을 평가하는 제도로 도입된 것이지 학술지에 실린 논문의 질을 평가하기 위한 제도가 아니다.

문제는 교육부의 대학공시제도(대학알리미) 및 언론사의 대학평가에서 대학교수들의 연구능력 평가를 등재(후보)지에 게재한 논문의 수를 기준으로 하면서부터 시작됐다. 각 대학들이 교수업적평가기준으로 등재(후보)지에 게재한 논문만을 인정하기 시작했고 이에 따라 등재를 신청하지 않았던 학회들이 등재 신청을 하면서 학술지 등재제도가 과열된 것이었다. 때문에 비판의 상당 부분은 학술지 등재제도에 대한 것이 아니라 엄격화 된 대학평가와 이에 따른 교수업적기준 상향에 대한 비판이라고 봐야 한다.

기존 학술지 등재제도가 국내학술지의 과도한 양적 팽창을 불러왔고 이 결과 학술지의 질적 수월성 제고에 문제가 있다는 비판도 학계의 현실과는 동떨어진 부분이 있다. 앞서 봤듯이 이 제도는 학술지 지원 사업을 목적으로 시작됐다. 때문에 초기에는 연구 자율성 침해라는 생각으로 참여하지 않았다가 나중에 등재지가 교수연구업적평가의 기준으로 사용되면서 뒤늦게 등재신청을 한 학술지도 상당히 많다. 즉 등재제도가 국내학술지의 양적팽창을 불러온 것이 아니라 기존에 존재하고 있던 학술지들이 등재제도가 정착되면서 제도권으로 편입된 것으로 보는 것이 보다 타당할 것이다.

학술지 등재제도는 우리나라 학술지의 형식적, 체계적 수준을 상향시키고 학술지 발간을 안정화시키는 데 크게 기여했다고 평가된다. 또 등재학술지의 원문 업로딩을 통해 형성된 KCI 데이터베이스는 국내 학술지를 통한 연구결과의 집적과 온라인을 통한 자료의 제공이라는 큰 장점을 갖고 있다. 2011년 12월 정부의 등재제도 폐지 발표가 있은 후 대학과 학회들은 향후 제도가 어떤 식으로 바뀔 것인지에 촉각을 곤두세웠다. 그 취지에 있어서는 이해가 가기도 하지만 학술지 등재제도의 무조건적인 폐지는 현재 학계의 현실을 잘 모르고 결정한 것으로 평가된다. 실제 지난 봄 교육부의 설문조사 결과에 따르면 학술단체 중 응답자의 81.6%가 등재제도가 국내학술단체와 연구자들의 학술 및 연구 활동에 도움이 됐다고 답했고, 70.4%가 등재제도 폐지에 반대(28%)하거나 시기상조(42.4%)라고 답하고 있다. 대학 역시 등재제도를 개선해 유지(75.2%)하거나 현행 그대로 유지(14%)하길 원했고, 74.4%가 등재제도의 폐지에 따른 연구업적기준에 대한 대안마련에 착수하지 못하고 있는 형편이라고 했다.

정성평가 강화에는 논란의 여지 있어
지난 19일 교육부는 2014년으로 예정됐던 학술지 등재제도 폐지계획을 유보한다고 발표했다. 이와 함께 학계를 중심으로 위원회를 구성해 기존 제도의 문제점을 개선할 예정이라고 한다. 그간 학계가 겪었던 혼란을 생각한다면 늦었지만 적절한 결정이라고 생각한다. 다만 개선방향으로 그간의 형식요건 중심의 평가에서 학술지의 질과 내용에 대한 평가를 보다 강화하기로 한 점은 논란의 여지가 있다고 생각한다. 그동안 학술지 등재제도가 우리 학술지의 형식적, 체계적인 수준을 주로 향상시킨 점을 고려할 때 향후에도 각 학문분야별 성격에 따라 적절한 평가항목에 따른 정량평가를 중심으로 하고, 학술지의 질과 내용에 대한 평가는 학계의 자율평가에 두는 것이 보다 적절하지 않을까 한다. 실제 그동안 학술지 등재제도에서 정성평가시의 불예측성이 자주 문제된 적이 있었음을 염두에 둘 필요가 있다. 향후 학술지 등재제도에 대한 적절한 개선방안이 도출돼 연구자들과 대학들의 혼란을 없애고 예측가능한 연구환경을 조성할 수 있기를 기원한다.  

 

   

 


박영준 단국대·법학
고려대에서 박사를 했다. 주요 논문으로 「전자어음의 법적 문제점에 대한 연구」등이 있고, 현재 한국상사법학회 편집이사를 맡고 있다.



Quick Menu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