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성자 : Latin America 작성일 : 2017-03-10 09:47:00 조회수 : 2,560
국가 : 코스타리카

 

 

박종욱(부산외국어대학교 중남미지역원 HK연구교수)

 


 코스타리카는 중미의 화원으로 불린다. 연중 꽃이 피고 지는 녹색의 나라이기 때문이다. 전 국토의 13%가 국립공원으로 지정이 되어 있으며, 자연보호구역이나 기타 녹지대를 합치면 국토의 절반 이상이 절대 녹지인 코스타리카가 중미의 화원으로 불리는 것은 너무도 당연하게 보였다. 가장 인구밀도가 높다는 중앙 고원 지역이나 수도 산 호세에서도 조금만 주변으로 나가면 바로 짙은 초록으로 에워싸인 자연과 만날 수 있었다. 전통적으로 바나나와 커피, 파인애플의 집산지였던 점도 국토가 초록일 수밖에 없는 이유가 될 수 있을 것이다. 코스타리카에서 유명한 커피 농장인 까페 브릿(Cafe Britt)을 방문했을 때에는 붉게 익어가는 커피 알갱이와 함께 많은 나비들을 쉽게 볼 수 있었다.

 화원이라는 개념에는 문명인들의 편견이 따른다. 아니, 문명인이라기보다는 도시에서 대부분의 생활을 경험한 현대 도시인들의 편견을 지적해야 할 것 같다. 우스갯말로 전원주택을 노래처럼 반복하던 사람들이 막상 자연 녹지의 실상과 마주하면 놀라움과 실망을 경험한다. 자연과 더불어 사는 것이 아니라, 자연을 헤집으며 살아간다는 인위적인 정원과 꽃밭에 익숙한 현대 도시인들에게 자연의 개념은 늘 모호할 수밖에 없다.

 중미의 화원, 코스타리카에 꽃이 많은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프랑스 루이16세 시절의 베르사이유 궁전의 정원과 혼동해서는 곤란하다. 정원은 인위적인 손길로 가꾸어지고 조작된 자연이지만, 국립공원으로 지정된 코스타리카의 자연은 인위적인 손길을 최소화하거나 차단하기 위해 지정된 공간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자연 그대로의 모습에 낯선 이방인들에게 화원이라는 표현은 어쩌면 적절하지 않은 표현일 수 있을 것이다. 태고적 자연의 모습을 ‘자연답게’ 보호하기 위한 공간이기 때문이다. 우리의 비무장 지대가 훗날 국립공원이 되었을 경우, 정원을 꿈꾸며 방문을 한다면 당연히 실망할 일이다.

 자연의 모습은 형태와 크기, 꽃의 색깔 등을 배려하여 심고 다듬어 놀이동산의 꽃동산에서 발견되는 것이 아니라온갖 식물과 동물들이 자연스러운 생태계의 고리를 안정되게 유지하면서 공존하는 모습에서 나타나기 때문이다.

 코스타리카 사람들은 자신들을 ‘띠꼬’ 혹은 ‘띠까’라 부른다. 축소사인 tico나 tica의 빈번한 사용 때문에 외국인들이 그들을 비유적으로 부르기 시작하면서 정착된 표현이다.

 

 그러니까, 지명의 형용사형에 해당하는 nombre gentilicio가 아니라, 별명인 apodo에 해당한다. 이들 띠꼬들은 자신들이 경험하는 연중 계절을 둘로 나눠 부른다. ‘여름’과 ‘겨울’이 그들이다. 열대성 기후에 속하는 코스타리카의 겨울이라니, 관광책자에도 나오지 않는 겨울이라는 표현에 방문객은 당황스러울 수밖에 없다. 연중 평균 기온이 21에 이르며, 최고 평균기온 25.8도에서 최저 평균기온 14.2도인 사실을 알게 된다면 겨울이라는 표현은 전혀 어울리지 않는 어휘이며, 더욱이 혹독한 겨울을 경험하는 방문객에게는 실감이 되지 않는 표현이다.

 혹시 해발고도가 높은 지역의 기후를 얘기하는 것은 아닐까, 친절한 띠까에게 묻는다. 하지만, 해맑은 웃음과 함께 돌아오는 설명에 의하면, 역시 해발고도에 대한 기후의 변화는 일반적인 상식 그 이상은 분명 아니었다. 해발이 100m 올라갈수록 기온은 0.5도 가량 떨어진다는 언젠가 배웠던 상식 수준일 따름이었다. 코스타리카 인들은 비가 오는 우기를 겨울이라 부르고 있었다. 궁금해서, 연평균 기온을 찾아봤다. 연중 최저 기온을 기록하는 10월이 20.5도였고, 가장 기온이 높은 4월의 평균기온도 22.4도였다. 이유는 체감온도였다. 하지만, 연중 기후보다 뚜렷한 것은 해변에서 산악지형까지 넓게 분포된 고도에 따른 기후대였다. 수도 산 호세에서 두 시간이면 도착할 수 있는 해발 3,432m의 이라수 화산이 있는 국립공원은 해발에 따른 기후의 변화를 실감할 수 있는 좋은 기회였다. 역시 이라수 화산은 아름다운 크레타와 분지를 지니고 있었고, 주변의 식생도 매우 다양한 모습으로 다가왔다.

 중미의 화원, 코스타리카의 자연은 해발의 고저에 따른 다양한 변이 요소에 의해 아름다운 풍광과 천혜의 조건을 제공한다. 마누엘 안또니오나 또로뚜게로 국립공원이 제공하는 자연 조건과 아름다운 백사장을 만끽하고 싶은 수많은 관광객이 코스타리카를 찾는 이유가 되며, 자연 조건을 활용한 커피와 파인애플, 바나나 등의 작물의 생산은 나라를 대표하는데, 파인애플은 세계 최대 수출국이며, 특히 커피는 상품의 우수성으로 코스타리카의 상징이 되고 있다. 천혜의 자연 조건은 오늘날의 평화로운 나라, 중미의 화원 건설의 일등공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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