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성자 : Latin America 작성일 : 2016-03-07 09:23:14 조회수 : 256
국가 : 브라질 언어 : 한국어
출처 : 연합뉴스
발행일 : 2016/03/06 04:19
원문링크 : http://www.yonhapnews.co.kr/international/2016/03/06/0607000000AKR20160306002500094.HTML
호세프 대통령 회동, 지지층 결집 움직임…경제위기·부패수사가 발목 잡을 수 있어

(상파울루=연합뉴스) 김재순 통신원 = 부패 의혹으로 사법 당국에 강제구인돼 조사를 받은 브라질 루이스 이나시우 룰라 다 시우바 전 대통령의 행보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룰라 전 대통령이 강제구인되는 모습을 본 좌파 노동자당(PT) 지지자들은 빠르게 결집하고 있고, 룰라 자신은 2018년 대선 출마 가능성을 거듭 시사하면서 위기를 정면돌파하겠다는 의지를 나타냈다.

룰라는 5일(현지시간) 상파울루 시 인근 상 베르나르두 두 캄푸 시에 있는 자신의 집에서 지우마 호세프 대통령을 만났다. 두 사람의 대화 내용이 구체적으로 알려지지 않았으나 2018년 대선 전략을 포함해 정국 현안에 관해 깊이 있는 의견을 나눈 것으로 전해졌다.

룰라 자택 주변에는 전날부터 수백 명의 지지자들이 모여들었으며, 룰라와 호세프를 지지하고 사법 당국과 언론, 야권을 비난하는 구호가 계속됐다.

5일(현지시간) 룰라 전 대통령(오른쪽)의 자택을 방문한 호세프 대통령(가운데)이 지지자들을 향해 손을 흔들고 있다.(출처:브라질 일간지 에스타두 지 상파울루)

 

룰라는 전날 연방경찰에 의해 강제구인돼 사법 당국의 조사를 받고 3시간 만에 풀려났다.

연방검찰은 룰라가 국영에너지회사 페트로브라스 부패 스캔들과 관련된 대형 건설업체들로부터 뇌물을 받은 혐의가 있다고 밝혔다.

그러나 룰라는 자신을 둘러싸고 제기된 부패 의혹을 전면 부인했으며, 풀려나고 나서 한 기자회견에서 "연방경찰이 나를 강제구인한 것은 '미디어 쇼'이며 나를 죄인 취급했다. 나는 불법행위를 저지르지 않았으므로 두려울 것이 없다"고 주장했다.

이어 은행 노조원들을 상대로 한 연설에서는 눈물까지 보이며 "나는 아직 살아 있으며 2018년 대선에 출마할 준비도 돼 있다"고 말했다.

앞서 룰라는 지난달 27일 리우데자네이루 시에서 열린 노동자당 창당 36주년 기념식에 참석해 "필요하면 2018년 대선을 준비할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지금까지 여론은 룰라의 대선 출마에 부정적인 반응을 보였다.

현지의 유력 여론조사업체 다타폴랴가 '브라질 헌정 사상 가장 성공한 대통령'을 묻는 말로 벌인 조사에서 룰라는 한때 71%를 얻었으나 최근 조사에서는 37%로 떨어졌다. 2018년 대선 출마를 전제로 한 예상득표율 조사에서 룰라는 22%를 얻는 데 그치며 야권의 유력 후보에 거의 10%포인트 뒤졌다.

그러나 정치 전문가들은 연방경찰의 강제구인이 룰라에게 반전의 기회를 줄 수 있다고 분석했다.

상파울루 시에 있는 민간 연구기관 제툴리우 바르가스 재단(FGV)의 안토니우 카르발류 테이셰이라 교수(정치학)는 "'언터처블(untouchable) 룰라' 이미지가 약화하는 반면 '박해받는 룰라' 이미지가 견고해지는 기회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동안 누구도 건드릴 수 없는 정치권의 실력자로 인식됐던 룰라가 연방경찰에 강제구인되는 수모를 겪었고, '눈물의 연설'을 통해 자신이 엘리트 기득권층과 미디어로부터 공격을 받는다고 호소하는 장면이 지지층의 결속을 다지는 효과를 낼 것이라는 분석이다.

연방경찰이 4일(현지시간) 룰라 전 대통령을 강제구인하자 룰라 지지자와 룰라 처벌을 촉구하는 시위대가 충돌했다.(출처:브라질 일간지 폴랴 지 상파울루)

 

룰라가 실제로 2018년 대선 출마를 공식화하더라도 행보가 순탄치는 않을 전망이다.

자신이 집권했던 2003∼2010년과 지금은 상황이 많이 다르다. 브라질 경제는 사상 최악의 침체에 빠져 있고, 실업자 증가와 물가 상승을 막을 비책은 보이지 않는다.

탄핵 위기에 몰린 호세프 대통령을 지켜내면서 자신을 겨냥한 사법 당국의 계속되는 부패 수사를 비켜가야 하는 것도 문제다.

야권은 룰라에 대한 처벌과 함께 호세프 대통령에 대해서는 "탄핵을 당하기 전에 자진해서 사퇴하라"며 압박을 가하고 있다.

룰라는 북동부 지역의 빈민가에서 태어나 공장 노동자 출신으로 노동운동을 이끌다 대통령의 자리에 오르는 신화를 창조했다. 룰라는 2003년부터 2010년까지 8년간 집권했고, 정치적 후계자로 점찍은 호세프가 2010년과 2014년 대선에서 승리하는 데도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룰라가 자신은 물론 2003년부터 14년째 계속되는 노동자당 정권의 위기를 특유의 정치력으로 돌파할지, 아니면 부패 스캔들 파문으로 주저앉고 말 것인지 주목된다.

fidelis21c@yna.co.kr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2016/03/06 04:19 송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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