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성자 : Latin America 작성일 : 2017-03-10 09:29:53 조회수 : 653
국가 : 콜롬비아


 

김언주(부산외국어대학교 글로벌 대학원 석사과정)

  

   새해를 앞두고 미래의 목표를 세우고 다짐하는 일만큼이나 지나온 시간들을 정리해 보고 매듭짓는 것 또한 중요할 것이다. 2016년을 보내는 12월, 대학원 첫 학기를 마무리하면서 콜롬비아 여행기를 써보는 일은 나에게 무척이나 의미 있었다. 물론 2012년 5월부터 1년간의 콜롬비아 여정을 지금 새롭게 기억해 내는 것은 쉽지 않았다. 하지만 콜롬비아는 인생 첫 직장이었고, 남미에서 처음으로 장기간 머문 나라였기에 스스로에겐 여러 부분에서 특별했다. 게다가 그 이후로 볼리비아에서 2년간의 활동과 중남미 지역학 석사과정 진학이라는 여정이 펼쳐졌기에 콜롬비아의 기억들을 한번쯤 정리해 보고 싶었다.

   콜롬비아를 여행하는 사람들이 가장 많이 받는 질문 중 하나가 “위험하지 않느냐?” 일 것이다. 나의 경우에는 이런 질문을 받으면 콜롬비아가 왜 좋았는 지를 먼저 말하는 편이다. “커피의 나라, 카리브와 태평양 바다가 함께 있는 나라, 열대 우림과 사막, 고산이 공존하는 곳, 축제의 도시, 역사의 도시, 꽃의 도시, 예술의 도시” 등 너무나 다양한 수식어로 그 색깔들을 표현 할 수 있을 만큼, 나에게 콜롬비아는 다채로운 무지개 색의 나라였고 늘 호기심과 설레임이 가득한 곳이다. 그래서 콜롬비아 여행자는 쉽게 지루할 수도, 또 한 두 곳을 여행한다고 콜롬비아를 이해했다고 말할 수 없다. 해외에서 시작한 첫 직장 생활이 수월한 것만은 아니었기에, 수도 보고타에서 일년간 지내면서 틈틈이 다니는 여행으로 위로를 얻곤 했다. 그리고 이렇게 1년이라는 길지 않은 시간 중에 15곳이 넘는 곳을 여행하고 어떤 장소는 2,3번 찾아갔음을 얘기한다면, 이 또한 콜롬비아가 위험하지 않다는 또 다른 설명이지 않을까 했다.

   이번 콜롬비아 여행기를 적으면서 어떤 지역을 다룰지 어떻게 구성할지 고민이 있었다. 오래된 기억을 더듬어 글을 써야 했음으로 이동 방법이나 세부적인 지역설명을 담는 것은 역부족이었다. 그렇다고 여러 지역을 모두 소개하는 것 또한 지루한 이야기가 될 듯싶었다. 아마 소개하는 지역 선정이 오로지 나만의 이야기에서 비롯되고, 그 당시 감정들을 적절히 묘사해 담아낼 수 있다면 조금은 흥미롭고 특별한 이야기가 될 수 있지 않을까 예상해 본다.

  

수도, 보고타

   수도 보고타에서 손꼽고 싶은 세 가지라 하면 볼리바르 광장 (Plaza de Bolívar), 몬세라떼(Monserrate)언덕, 그리고 시클로 비아(Ciclovía)라 할 수 있다. 볼리바르 광장 (Plaza de Bolívar)은 스페인 지배의 역사를 가진 중남미 모든 나라에서 쉽게 볼 수 있는 중앙 광장 중에 하나이긴 하다. 하지만 콜롬비아의 넓은 볼리바르 광장 주변으로는 웅장한 대성당을 비롯해 시청과 국회, 법원 청사가 있어 여러 신, 고전 건축 양식을 함께 둘러 볼 수 있어 상당히 이색적이다. 더욱이 광장에서 콜롬비아 대표 화가인 보테로 미술관(Museo de Botero), 루이스 앙헬 아랑고 도서관(Biblioteca de Luis Angel Arango), 화폐 박물관(Casa de La Maneda), 국립 박물관이 인접해 있어 볼거리가 다양하고 콜롬비아의 역사를 이해하기 좋다.

  

  

   하지만 이보다 더 보고타에서 기억에 남는 곳이 몬세라떼 언덕인데, 보고타 전경을 한눈에 볼 수 있는 곳으로 방문객이 케이블카를 이용해 쉽게 올라갈 수도 있고 산책로를 활용해 주변 자연환경을 즐기며 찾아 올 수도 있다. 보고타에 도착한지 얼마 되지 않았을 무렵에는 몬세라떼가 그저 방문객에게 소개하고 케이블카를 타고 이동하는 관광명소 중 하나였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주말에 등산을 하고 싶거나 오랫동안 산책을 하고 싶을 때면 오르는 곳이 되었다. 몬세라떼 언덕 정상의 흰색 교회는 도시 어느 곳에서도 고개를 들면 볼 수 있는데, 마치 보고타의 랜드 마크와도 같았다.

  

  

   콜롬비아에는 시클로 비아(Ciclovía)가 있다. 일요일과 휴일에는 오전 7시부터 오후 2시까지 보고타, 칼리, 메데인 등의 도시에서 주요 도로에 자동차 통행을 차단하고 차 없는 거리를 만든다. 시민들은 산책을 하거나 조깅 혹은 자전거를 타며 여유를 즐기고, 가족이나 지인들과 편안한 휴일을 보낸다. 보고타는 여느 대도시처럼 교통체증과 매연이 상당한 곳이지만, 어김없이 주말 오전이면 차 없는 도로를 맘껏 즐길 수 있다. 주말이면 종종 집에서 3시간 정도 겅거나 자전거를 대여해 먼 곳까지 가보기도 했다. 콜롬비아의 여러 도시를 여행하는 것도 좋았고 기억에 남지만, 아직도 잊혀지지 않는 것이 이러한 평범한 일상이다. 주말이나 휴일이면 매연 없는 쾌적한 환경을 누리고 편안히 산책을 즐기고, 좋은 사람과 시간을 보내는 시민들을 쳐다보며 나 또한 그 여유로움에 빠져 행복했던 그 순간이 오래도록 기억에 남는다.

  

  

  

구아따비따 호수(Lago de Guatavita)

   “엘도라도” 황금의 도시 전설에서 묘사되는 곳이 바로 ‘구아따비따 호수’ 라고 한다. 보고타 시내에서 한 시간 정도 차로 이동하면 도착할 수 있는데, 해발 2700미터 언덕 위에 원형의 이 구아따비따 호수에서 ‘엘도라도’ 전설이 나왔다. 이곳에 거주했던 칩자족의 추장이 주기적으로 몸에 금칠을 하고 호수로 들어가 몸을 씻었으며 그 후엔 금으로 된 보물들을 호수에 수장 시켰다는 전설이 있다. 그리고 이 전설을 쫓아 스페인 정복자들의 탐욕스런 금 찾기가 계속 이어졌던 것이다.

   하지만 아직까지 유난히 구아따 비따 호수가 기억에 남는 이유는 넓은 호수의 규모나 신비한 전설 이야기 때문이 아니다. 복잡한 보고타 시내를 한 시간만 벗어나면 닿을 수 있는 곳에 펼쳐진 구아따 비따 주변의 아름다운 자연 경관 때문이다. 유난히 푸른 들판에 소와 집들이 한적하게 펼쳐진 풍경은 콜롬비아가 아닌 다른 나라로 잠시 떠난 듯한 착각마저 불러 일으킨다. 강을 끼고 있고 고산에 위치한 특성상 높은 고도와 습기로 인해 날씨를 예측하기 어렵다. 보고타에 머물면서 5번을 찾아갔는데 언제나 멋진 자연경관과 변덕스러운 날씨로 어김없이 맞아 주었다.

  

  

  

산 힐(San Gil)

   보고타 생활이 6개월 즈음 지났을 무렵, 패러 글라이딩, 레프팅, 번지점프, 동굴 탐험 등의 다양한 레포츠를 즐길 수 있는 ‘레포츠의 천국’ 혹은 ‘어드벤처 스포츠의 도시’ 이런 수식어로 불리는 도시 산 힐을 알게 됐다. 평소에 과격한 운동을 즐기지 않았던 편이지만, 고산지대에 조금 지친 상태에서 산 힐의 340m낮은 해발고도가 마음에 들었다. 그리고 평소에 하지 못했던 레포츠를 즐기는 경험도 흥미로울 듯 했다. 게다가 무엇보다 더욱 매력적인 부분이 산 힐에 있는 국립 공원이었는데, 특히 세계의 가장 긴 협곡 중 하나인 치카모차(Chicamocha) 협곡의 그랜드 캐넌을 내려다 보며 즐기는 패러 글라이딩이 기대됐다.

   하지만 항상 ‘예외’는 있는 법이다. 여행 이전에는 제대로 알지 못했던 자신에 대해 새롭게 발견 한 것이 있는데, 그것은 엄청난 고소 공포증이었다. 보고타에서 7시간 동안 밤 버스를 타고 험준한 길을 쉼없이 달려 산 힐에 도착해 한 시간 가량 패러 글라이딩을 즐길 수 있는 프로그램을 신청 했다. 지상에서 발을 띄우고 5분이 지나자 치카모차 협곡을 내려 다 볼 수 있었는데 아름다운 풍경도 잠시, 엄청난 높이에 두려움과 발이 지상에서 떨어진 순간부터 찾아온 멀미로 채 10분도 버티지 못하고 구조를 요청해야 했다. 땅에 발이 닿자 마자 계속 구토를 했고 하루 종일 울렁거리는 속을 달래느라, 그 뒤로는 차마 어떤 레포츠도 시도하지 못한 채 마을을 산책하는 것으로 여행을 마무리해야 했다. 짧은 순간이었지만 감탄을 금치 못했던 경치와 몰랐던 나의 ‘공포증’을 알게 된 덕분에 오래도록 기억에 남는 여행이 되었다.

  

  

  

메데인(Medellin)

   메데인하면 여전히 마약 카르텔의 도시로 기억하는 사람이 많다. 70~80년대 마약 왕 파블로 에스코바르가 메데인에서 활동하면서 마약 갱단의 각종 범죄와 넘쳐나는 산비탈의 빈민가로 악명이 높았기 때문이다. 하지만 2004년부터 빈민가와 도심 곳곳에 케이블카가 연결되면서 메데인의 아름다움과 안정을 되찾고 있다.

   그래서 메데인은 현재 콜롬비아 제 2의 도시이자, 세계적인 작가 보테로의 고장이고, 케이블카의 도시이며, 주요 커피 생산지, 주요 공업 도시, 그리고 봄의 도시 꽃의 도시라 불린다. 나 에게도 메데인의 1500미터 해발 고도는 사람이 지내기에 적당했고, 쾌적한 날씨 덕분에 도심 곳곳에 공원이 많고 꽃과 녹지가 잘 조성돼 있어 여행하는 내내 기분이 참 좋아지는 곳이었다.

   메데인의 온화한 날씨에 여유로이 산책을 할 때면 시내 어느 곳에서도 케이블카를 볼 수 있어 이색적인 풍경을 볼 수 있다. 게다가 콜롬비아 대표 음식인 반데하 데 파이사(Bandeja de Paisa)의 고장이기도 한 덕분에 시내 곳곳에서 저렴하게 음식을 즐길 수 있다. 해 질 무렵 케이블카를 타면 노을과 도시 야경도 볼 수 있고 도심 곳곳에 아기자기한 카페가 있어 여행자에게 즐거운 기억을 만들어준다. 더욱이 중앙광장에서는 보테로 작품의 동상을 감상할 수 있고 박물관에서는 미술작품도 볼 수 있다. 그래서 메데인은 개인적으로 굉장히 따뜻하고 예뻤다.

  

  

  

네이바(Neiva)

   네이바(Neiva)는 흔히 알려진 여행지는 아니다. 보고타에서 찾아가기도 수월하지는도 않고 흔히 상상할 수 있는 사막도 아니며, 독특한 토양의 성질과 자연 풍화와 건조한 기후로 인해 만들어진 지역이다. 네이바는 모래가 없는 사막의 풍경과 척박한 땅에서 자란 억센 풀들을 먹는 들소 때와 선인장을 보며 오아시스 온천욕도 즐길 수 있는 특별한 곳이다. 이곳으로 여행하기로 마음 먹은 이유는 우연히 한 사진 책에 실린 네이바 사막 위에서 쏟아지는 은하수를 실제로 보고 싶어 졌기 때문이다. 별이 잘 관찰되는 지역인지 네이바 사막 가운데 천문대가 있고, 야영지도 마련되어 있어 캠핑을 하며 밤하늘의 은하수를 즐길 수 있다. 콜롬비아의 또 다른 모습이다.

  

  

  

콜롬비아 여정을 정리하며

   콜롬비아는 처음 설명한데로 다채로운 색이 어우러진 나라이다. 세계적으로 악명높은 마약 카르텔, 커피, 축제, 애메랄드 빛 카리브 바다와 같은 수식어 말고도 너무 다양한 표현으로 설명될 수 있는 곳이다. 그래서 이번 콜롬비아 여정을 정리하면서 여러 지역들이 머릿속에 떠올랐다. 대도시 보고타는 물론, 높은 고도에 몸이 힘들 때면 주말에 휴양 차 다녀왔던 한 두시간 거리의 저지대 지역 멜가르(Melgar)도 생각났다. 보고타 외각지역에는 구아따비타 호수 말고도 씨빠끼라(Zipaquirá) 소금 성당처럼 유명한 관광지가 있기도 하다. 커피 재배 지역으로 유명한 마니 살레스(Manizales)와 페레이라(Pereira)도 있고, 16세기 식민지 풍의 건축물과 도로들을 그대로 보존해 예술가들에게도 영감을 주고 있다는 비야데 레이바(Villa de Leyva) 마을도 아름답다. 물론 당연히 카리브 바다와 인접한 바랑끼야 (Baranquilla), 산타 마르타(Santa Marta), 마지막으로 가브리엘 가르시아 마르께스의 집필지 혹은 세계적으로 아름다운 해안 도시로 유명한 까르따 헤나(Cartagena)도 빼놓을 순 없었다. 하지만 콜롬비아의 유명한 지역들의 멋진 사진과 풍부한 정보로 가득한 여행기보다는 새로운 도약을 앞두고 중남미로 첫발을 내딛었던 콜롬비아의 시작을 기억해 보고 싶었다. 그렇게 나만의 특별한 이야기속의 콜롬비아를 오랜만에 꺼내 정리해 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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