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와 오늘3』은 20세기민중생활사연구단의 연구자들이 조사한 이 시대의 증인, 한국민중 42인의 이야기와 구술자 소장 옛 사진 그리고 구술자 현재 사진으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경인, 호남, 영남 등 각지의 민중을 고루 조사하였고 바이올린 연주자, 언론인, 공무원, 구두수공사, 우체국장, 옹기장, 광부, 농부, 경찰 등 구술자들의 직업이 매우 다양하여 가까운 옛날을 살아온 한국민중의 여러 삶을 엿볼 수 있습니다. 또 그들이 간직하고 있는 옛날 앨범 사진을 통한 과거의 모습을 수록하고, 세 사진가 신기선, 전미숙, 황인모가 구술자의 현재 모습과 삶을 이루고 있는 공간까지 사진으로 담아냄으로써 구체적인 ‘삶’의 모습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이번 책에는 한국과 일본의 두 사진가를 초대하여 그들의 직품을 집중 수록하였습니다. 한국측 작가 엄상빈은 실향민들이 모여 사는 강원도 속초시의 청호동, ‘아바이마을’을 26년간 찍어 왔습니다. 시대의 폭풍 속에 삶을 이어 오면서 고통과 좌절 그리고 체념만 간직한 그들의 모습과 삶을 조심스럽게 박아 낸 작가는 분단조국의 한 단면이나마 기록할 수 있는 기회를 가졌다는 것이 다행스럽다며 전쟁 이후 세대로서 오늘의 분단현실을 조국에 진 부채로 여기며 청호동 작업을 오늘도 내일도 이어갈 것이라고 이야기합니다.
일본인 사진가 이이다 테츠는 1970년대 말부터 1980년대에 걸친 동경 시내의 조그만 공장 노동자들을 찍은 작업을 선보이고 있습니다. 작가는 도시 생활자로서 조금씩 변해 가는 도시의 모습을 인지하고 그 변화에 주목했습니다. 이러한 그의 작업은 ‘기록’이라는 측면에서 그 중요성이 매우 크다 하겠습니다. 또한 일제 식민 시대를 거친 우리에게 1970-1980년대의 일본의 모습은 이질적이지만 낯설지 않은 오묘한 느낌으로 다가옵니다.
20세기민중생활사연구단의 박현수 단장은 서문에 오늘의 우리를 이해하자면 가까운 과거의 역사 그리고 가까운 이웃의 역사를 아는 것이 필요한데 가까운 이웃들의 가까운 일과 삶이 나날이 그 자취를 거두어 가고 있다는 말로 가까운 옛날의 한국민중을 기록한 이 작업의 중요성을 역설합니다. 박현수 단장의 말대로 세계적으로 한국처럼 과거의 자취를 찾아보기 힘든 나라는 없습니다. 또 한국만큼 지난 과거의 자취를 깡그리 지워 버리는 나라는 없습니다. 사라져 가는 한국의 어제와 오늘을 이야기하고 있기에 이 책은 시간이 지날수록 더욱 빛날 것입니다. 한국민중의 한(恨)과 눈물이 어린 사진 한 장 한 장과 그들의 구술 증언을 한데 엮어 만든 이 책은 20세기 민중의 타임캡슐이라 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