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성자 : 라키스 | 작성일 : 2014-06-30 10:53:55 | 조회수 : 2,409 |
국가 : 멕시코 | 언어 : 한국어 | 자료 : 경제 |
발행일 : 2014.06.28 | ||
현장 리포트: 2014 멕시코 실물 경제
박호진 부산외대 중남미지역원 HK연구교수 2014년 6월 2일자 『한국 경제 신문』을 보면 “발톱 세운 아즈텍 호랑이…멕시코 경제 쾌속질주” 라는 제목아래 밝은 멕시코 경제의 앞날을 내다보고 있다. 기고 담당 기자는 그 이유로서 엔리께 뻬냐 니에또(Enrique Peña Nieto) 대통령의 강력한 경제 개혁, 무디스의 멕시코 신용 등급 상향, BMW의 15억弗 멕시코 車공장 설립 계획 등을 멕시코 경제의 청신호로 보고 있다.
담당 기자는 멕시코의 밝은 미래를 약속하는데 방아쇠를 당긴 것이 에너지 개혁법이라고 보고 있다. 75년간 국유화되어 있던 석유 공사 뻬멕스(PEMEX)를 민영화시킴으로써 국유화로 인한 방만한 경영이 사라지고 글로벌 기업들이 투자에 뛰어들어 멕시코 경제의 근간을 개혁시켜 놓았다는 것이다. 또 지난해 10월 31일에 통과시킨 조세 개혁 법안을 통해 국가재정 확보를 꾀하고 동시에 국민 건강을 해치는 청량음료에 세금을 부치는 이른바 “비만세”를 통해 멕시코 국민 건강도 확보한다는 것이다.
이와 함께 담당기자는 멕시코의 자동차 수출이 작년에 293만대의 생산량을 기록하면서 대미 수출량에서는 일본과 선두 다툼을 하고 있다고 전하고 있다. 이외에도 멕시코 인들이 실질임금이 중국과 엇비슷하게 되었기 때문에 해외 기업들이 투자하기에는 좋은 조건을 형성하고 있다는 등의 긍정적인 전망을 내놓고 있다.
사실 이 기사 말고도 국내의 대외경제정책연구원이나 기타 기업 연구소나 여러 언론들이 멕시코 경제의 장미 빛 전망에 동조하는 듯하다. 이 긍정적인 전망에서 빠지지 않는 클리셰는 같은 중남미의 신흥 경제 강국인 브라질이 정치적 혼란으로 경기침체가 우려되는 가운데 멕시코 경제는 유망하다는 것이다.
그러나 인터넷을 통해 국내외의 멕시코 경제의 전망에 대한 기사들을 찾아보면 부정적인 기사들도 적지 않다. 멕시코 경제의 근간인 석유 산업을 민영화한 것이 장기적인 시각에서 국부를 해외로 유출시키는 망국적인 발상이라는 시각에서부터 조세개혁으로 인한 소비자들과 중소기업들의 과세 부담으로 소비심리가 위축되어 멕시코 경제가 허덕댈 거라는 멕시코 유명 일간지 라 호르나다(La Jornada)의 보도까지 멕시코 경제를 어둡게 바라보는 시각도 다양하게 있다.
물론 객관적인 경제지표를 살펴본다면 1995년 NAFTA 협정 이래 멕시코 경제는 지난 20여 년간 양적으로 성장하고 있다. 그러나 멕시코 보다 조금 뒤늦게 IMF를 겪은 우리도 경제지표로만 본다면 의심할 나위 없이 IMF를 극복하고 숫자상으로 훌륭한 성적표를 내고 있다. 그러나 우리 국민에게 지난 20년간 자신의 삶이 나아졌냐고 묻는다면 몇 명이 긍정적인 대답을 할까? 경제학자들이 스스로 자인하는 혹세무민하는 가장 큰 기술 중의 하나는 각종 경제 지표를 국민들에게 보여주는 것이다. 경제학자들이 거짓말을 한다는 것이 아니라 각종 경제 지표와 국민들이 체감하는 실물 경제 사이에는 상당한 온도차가 있다는 것이다.
필자는 올 초에 멕시코의 한국 불교를 연구하기 위해 멕시코에 20일간 체류했다. 거의 7년 만에 가보는 것이지만 떠날 때부터 나아진 멕시코 경제를 목도하리라는 기대는 아예 하지 않았다. 그것은 TV에 나오는 멕시코 관련 기사라고는 멕시코 갱들의 활극에 관한 보도만 봐왔고, 지난 1997년 멕시코에 유학을 간이래 2007년까지 거의 매년 멕시코를 가봤지만, 멕시코의 나아지는 경제지표가 보여주는 실물 경제의 모습을 피부로 느낀 적이 없었기 때문이다.
우리 국민들이 경제학을 몰라도 피부로 경기가 어떠한지 알고 있듯이 멕시코 국민들도 경제지표보다는 자신이 피부로 체감하는 경제를 믿고 있다. 지난 1997년 이래로 양국을 오가면서 양국 국민들에게 좀 사는 게 나아졌냐고 물으면 양국 국민 모두 십중팔구는 죽겠다는 것이다. 그것은 엄살이라고도 볼 수 있지만, 실제로 멕시코나 우리나라나 IMF이후에 양극화로 상당수의 국민들이 생활고를 겪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이들 중에서 한국과 인연이 있는 멕시코 인들은 IT 강국으로 부를 이루고 있는 한국으로의 이민을 꿈꾸고 또 일부 우리 국민들도 멕시코 시장의 문을 두드려 본다.
상대방의 떡이 크게 보이는 것 일게다. 그래서 양 국민들은 한국이나 멕시코에서 이주하여 자리를 잡지만 서로 이민을 해서 팔자를 고치기보다는 대부분이 한국에서 식당을 했으면 멕시코에서도 식당을 하는 것이고 멕시코에서 허드렛일을 했으면 한국에서도 허드렛일을 할 뿐이다. 다만 일부가 돈을 좀 벌고 또 다른 일부는 짐 싸서 자기 나라로 돌아간다.
멕시코 교민이 체감하는 멕시코 경제도 한인 몇 명 만나 물어보면 경제학자들이 제공하는 경제지표보다 훨씬 더 와 닿는 경제상황을 알 수 있다. 여전히 폐쇄적이고 좁은 교민 사회에서 소문이 빠른 까닭이다. 멕시코 시티 바르소비아(Varsovia)거리에서 민박을 하는 한인 아줌마에게 교민들 상황을 물으니 교민 상대로 진료를 하는 한인 의사만 돈을 벌었다 한다.
물론, 삼성, 현대, LG 등 대기업 상사직원들의 주머니 사정은 예나 지금이나 좋고 삼성, 포스코를 포함하는 대기업들의 멕시코 진출 성적도 좋은 편이다. 필자가 만나려고 한 것도 아닌데 멕시코 시내에서 우연히 현대 멕시코 지부 지사장 정 유석 씨를 만났다. 정 유석 씨는 현대 아토스를 크라이슬러와 제휴을 맺어 멕시코 자동차 시장에 들여온 인물이다. 그의 승진 및 지사장 발탁은 멕시코의 자동차 산업의 발전과 맥을 같이하고 있다.
우리나라도 그렇지만 멕시코에서 실물 경제를 잘 알 수 있는 방법 중의 하나는 멕시코 택시를 타는 것이다. 우리도 그렇지만 멕시코에서 택시기사는 멕시코 사회의 기층부를 형성하고 이들과의 대화를 통해 멕시코 서민 및 전반적인 멕시코 경제 상황을 한 눈에 짚을 수 있다.
20년이나 지금이나 멕시코 택시기사들에게 행복하냐고 물으면 대부분은 행복하다 대답한다. 우리의 택시기사들하고는 정반대의 대답을 하는 셈이다. 그러나 돈벌이가 어떠냐 하는데 대한 대답은 지난 20여 년간 한국 및 멕시코 택시기사들 대부분 모두 똑같다. 즉 어렵다, 간신히 살아간다고 대답한다. 한 달에 6,7십만 원 버는 것도 적은데 외국인에게 불쌍하게 보이고 싶어서인지 한 달에 3,4십만 원 번다고 엄살까지 피운다.
필자는 20일 체류하면서 치안에 대한 두려움 때문에 계속 택시만 타고 다녔다. 그리고 이 택시 기사들이 20여 년간 똑 같은 대답을 하고 2014년에도 똑같은 대답을 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그 대답을 하는 태도, 뉘앙스에서 꼬집어서 말 할 수는 없지만, 뭔가 나아졌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었다. 그건 오랜 친구가 "요즘 어떻게 지내지?" 물었을 때 같은 “그저 그래”라는 답을 할지라도 거기서 뉘앙스의 차이를 느낄 수 있는 것처럼 말이다.
필자가 착각하는 것일까?
시각적으로 멕시코시티 택시는 달라졌다. 7년전 만에도 조그만 소형 폭스바겐이나 간혹 아토스가 주력 택시였는데 멕시코시티에서 필자에게는 오래된 추억이자 멕시코시티의 명물로 생각되었던 폭스바겐 소형 택시가 사라졌다. 멕시코시티에서 낡은 차량들이 사라졌다. 그리고 멕시코시티 서민들의 옷차림이 많이 나아졌다. 물론 여전히 멕시코시티를 돌아다니는 유난스런 우리 한국 여성들이나 외국 관광객들의 수준하고는 비교 안 되지만 7년 전에 비하면 비약적인 발전이다. 그리고 상당수의 시민들이 스마트 폰을 꿰차고 있다.
그림 1 한때 멕시코 거리를 메웠던 폭스바겐 물론 이런 외관상의 변화가 반드시 멕시코 실물 경제가 나아졌다는 것을 입증할 수는 없다. 지금은 연락처를 잃었지만 필자에게는 오랜 멕시코 친구가 있었다. 1997년에 만난 치아빠스(Chiapas) 주 출신의 친구로서 멕시코 국립대 물리학과를 나온 친구였는데 그 당시 밥을 굶는 일을 다반사로 하는 친구였다. 2007년에 만났을 때 이 친구가 놀랍게도 등에는 노트북과 허리에는 핸드폰을 장착하고 있어 멕시코 경제의 회복이 이 친구에게도 혜택으로 돌아왔구나 했다. 그러나 그 친구는 2007년에도 여전히 밥을 굶고 있었다.
그림 2 2014년 멕시코시티를 메우고 있는 택시들
2014년 초에 20여일 있으면서 멕시코 실물경제가 조금 나아지고 있다는 조심스러운 인상을 갖고 필자는 한국으로 돌아왔다. 그것은 필자의 한 줌도 안 되는 친구들에게 약간의 변화가 있었기 때문이다. 한명은 멕시코 석유공사 뻬멕스에서 해고되었고 또 한명은 석유관련 사업을 지금 막 벌이고 있기 때문이다. 엔리께 뻬냐 니에또대통령의 에너지 정책이 20여년 만에 필자의 멕시코 친구들에게도 영향을 미치고 있는 것이다.
그 외의 대다수 친구들은 예나 지금이나 똑같아 보인다. 교사하던 친구는 계속 교사하고 아크릴 사무용품 제조하는 친구는 전에는 죽겠다고 나에게 매달리더니 올해는 별 말이 없다. 출판사 편집장하다 해고되어 이일 저일 하던 친구는 어떡하다가가 한국까지 흘러왔다가 다시 멕시코로 돌아가 여전히 이일 저일 하는 듯하다.
한 친구가 한국 돌아가면 한국 녹차를 보내달라고 부탁한다. 1997년에 홍삼차와 백삼차의 차이도 모르던 멕시코 인들이 이제 차 맛을 안다. 청량음료 없이는 식사를 못하는 멕시코 인들의 식단에 변화가 오는 것일까?
올 5월에 부산외대에 라틴아메리카 학회 관련 국제 학술행사가 있었다. 거기에 한 멕시코 교수가 참석했는데 그가 우리의 보리차 맛에 감탄한다. 필자는 그렇게 좋으면 멕시코로 수출해 보라고 농을 하였다. 물론 농담이었지만, 어쩌면 국내나 멕시코 기업들이 이미 멕시코 시장 진출을 시도하고 있는지도 모른다. 왜냐하면 1, 2년 전에 필자는 동서식품 관계자를 만난 적이 있다. 필자는 그에게 커피 말고 중남미 음료나 차 수입을 권한바 있다. 그 관계자는 동서식품은 그럴 여력이 없다고 말하였는데 얼마 전에 쇼핑몰에 가보니 동서식품 상호아래 떡하니 어떤 중남미 음료명이 붙어 있다. 필자는 필자의 조언과 이 중남미 음료의 시판이 관계가 있는지 없는지 알 수는 없다. 그러나 청량음료에 비만세를 붙이는 것이 법으로 통과된 것은 멕시코 국민들이 이제는 어느 정도 삶의 질을 생각하고 있다는 것이다.
물론 여전히 멕시코 마약 마피아는 밤의 세계를 주름잡고 있고 해골을 숭배하는 신흥종교도 필자가 그 종교를 연구했던 10여전보다 기하급수적으로 세가 불어나 있다. 기도서에 친구의 애인을 빼앗는 기도법이나 기타 적에게 복수하는 법을 적고 있는 이 신흥종교가 멕시코 경제의 부정적인 측면이라는 말은 하지 않겠다. 필자가 그런 말을 하기가 두려울 정도로 이 종교는 멕시코 사회에서 이미 자리 잡은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그림3 멕시코시티에 해골로 상징되는 죽음의 신을 숭배하는 사람들
끝으로 필자가 개인적으로 생각하는 멕시코 실물 경제에 대한 사색이 멕시코 경제를 객관적으로 판단하는 학문적, 과학적 근거가 될 수는 없다. 하지만, 국내 기업 및 정부기관이 끊임없이 쏟아내는 멕시코 경제지표와 전망이 중남미에 그다지 관심 없는 일반 국민에게 쉽사리 와 닿지 않을 것 같아 현장 리포트의 형식으로 사견을 올리는 것일 뿐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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