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성자 : 임두빈 | 작성일 : 2014-01-27 18:17:11 | 조회수 : 1,966 |
국가 : 브라질 | 언어 : 한국어 | |
지난 25일 올 해 들어 처음 브라질에서 전국 규모의 시위가 벌어졌다. 지난 해 버스요금 인상에 반발하는 시위에서 불붙어 "NO 월드컵"를 외치던 목소리가 다시 돌아왔다. 월드컵을 유치하기 위해 들인 공이나 노력을 감안하고 통상적으로 축구를 위해 존재하는 나라로 알려진 브라질 사회가 왜 이런 모습을 보이는 걸까?
그 이유는 월드컵 개최 예산이 당초 예상액의 285%나 넘어서 이미 남아공이나 독일 월드컵을 치른 예산 규모를 훨씬 벗어났다고 알려졌기 때문이다. 그것도 모자라서 UN에까지 거금을 원조받는 정부의 모습에 시민들이 화가 났다.
그렇다면 일반적으로 볼때 정부가 월드컵 개최 수익을 통해 투자금을 회수할 수 있다는 믿음이라도 국민들에게 줘야 할 법한데... 대회준비가 미흡하다보니 눈치가 보여서 FIFA가 거두는 수익금에 세액을 면제하는 법안까지 통과시켰으니 기가 막혔을 것이다.
물론 브라질 정부의 입장이 사면초가라는 사실은 이해가 된다. 주최국으로 선정될 당시 국민들의 혈세가 아닌 민간자본 유치를 통해 대회를 치르겠다고 했는데 기업들의 비협조적인 태도 혹은 정부 길들이기로 난항을 겪으면서 결국을 정부 돈을 풀 수 밖에 없었고 그와중에 개최 준비가 부실한 것으로 드러나자 FIFA를 달래기 위해 세액 면제까지 국회에서 승인하는 악수까지 두게 된 것이다. 이렇듯 문제는 여전히 국민들 눈치를 안 보는 정치인들의 행태인데...
지난 10년간 브라질의 중산층 규모는 제법 투툼해졌다. 이전 엘리트 정권의 "물고기 잡는 법" 먼저 가르치기가 매번 공염불로 끝났던 반면에, 룰라정부는 "일단 배부터 불려주는" 정책을 기본적인 생존, 즉 존재의 문제를 넘어 "어떻게 존재하는가"에 대한 고민을 하는 단계에 접어든 사람들이 많아졌다. 실제로 높아진 최저임금뿐만 아니라 대학 진학률도 이를 반증한다. 이제는 예전에 살인적인 인플레 아래서 살았던 하루살이 삶이 아닌 나의 미래의 자녀의 미래를 계획하고 실행하려는 의지가 높아진 계층이 두툼해졌지만 그만큼 정치인들의 인식이 과거의 행태를 답습하고 있다.
역사적으로 부정부패의 고리가 끊이지 않았던 만큼 돈이 풀리는 곳을 바라보는 브라질 국민들의 시각은 기본적으로 냉소적이다. 예를 들어, 집 짓는데 정부가 100만원 든다고 하면 사람들은 20만원 정도 들 것이라고 생각한다. 나머지 80만원은 여기 저기의 높으신 분들이 다 가져가는 것으로 안다. 그래서 브라질 국민들은 길에 나와 얘기하는 것이다. "월드컵 개최에 들어가는 돈(옆으로 다 새어나가는)으로 우리 국민들이 필요로 하는 양질의 공공서비스, 특히 교육과 의료 부문에 투자하라"고.
이제 더 이상 축구와 삼바로 기억되는 나라의 국민으로만 남기 싫다는 브라질 국민들의 의지를 천명하는 것이다. 엎친데 덮친 격으로 아르헨티나 경제위기로 말미암아 브라질 경제 전망도 갈수록 위험신호가 켜진다.
브라질 증시에 대한 참고 블로그 http://iluvmagic.tistory.com/817?top3
불행히도 이번 시위에서 경찰의 총격으로 시위대가 사망하는 일까지 일어났다. 작년에 시작된 시위 초기에도 경찰의 과잉진압으로 시위대 규모가 커진 바 있다. 과연 "축구의 나라"에서 요구되는 이같은 변화의 목소리가 지구촌의 축제라고 불리는 월드컵 개최 산황과 어떤 조화를 이루어 나갈 것인지 귀추가 주목된다. 올해 10월 대선을 앞둔 지우마 대통령과 노동당의 해법도 궁금해진다.
어쨌든 브라질 사회가 변화가 있다는 사실은 분명해 보인다. 예전처럼 Top-down이 아닌 Bottom-up으로 가는 길이 어렴풋이나마 가시적으로 나타나는 수준으로 접어들었다. 작년부터 줄이은 변화의 움직임안에는 가정부 법의 개정을 위시해서 숨어 있고 묻혀 있던 악습과 구습에 대한 제도의 변화가 다양하게 묻어 나온다. 이번 수요일부터 기업의 뇌물공여죄를 강력하게 묻는 법안도 고시된다. 이제 브라질 국민들도 나라의 주인이 되기로 결심한 것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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