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대학신문] '포스트HK' 두고 인문학 내부 갈등 "독식이냐 선도냐" 교육부 "소수 인문랩은 포스트HK와 별개 … 의견 청취할 것"
작성자 : 임두빈 작성일 : 2015-10-07 10:54:36 조회수 : 1,633
  
▲ 포스트 인문한국(HK) 지원사업이 인문학계를 달구고 있다. 교육부와 한국연구재단이 5일 서울 서초구 한국연구재단 서울청사에서 개최한 인문학 진흥 방안 모색을 위한 심포지엄에서 참가자들은 포스트 HK사업의 방향과 성격을 놓고 열띤 논의를 펼쳤다. (사진=이재 기자)

[한국대학신문 이재·이재익 기자] 2007년 시작된 인문한국(HK) 지원사업의 후속사업 여부를 두고 인문학계의 관심이 고조되고 있다. 전국 29개 대학 43개 HK연구소를 중심으로 후속사업의 계속지원 요구가 높은 가운데 일부 인문학자들은 HK사업에 쏠린 인문학 지원금을 다른 연구자들에게도 지원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4일 교육부와 한국연구재단이 서울 서초구 연구재단 서울청사에서 개최한 ‘인문학 진흥 방안 모색을 위한 심포지엄’에서는 3시간에 거쳐 인문학의 위기를 진단하고 △포스트HK사업 △인문학진흥법안 제정 △인문학 확산 방안 등을 점검했다.

HK사업은 지난 2007년 대학연구소에 10년간 매년 최대 15억원을 지원하는 대규모 장기프로젝트로 시행됐다. 시간강사를 전전하는 인문학 후속연구세대에게 안정적인 일자리를 제공하고 그간 개인연구단위에 머물렀던 인문학 연구를 연구소를 중심으로 중흥시킨다는 취지다. 대학과의 협정서를 통해 HK교수의 인건비를 10년간 국가가 지원하고 지원이 종료되면 대학이 이들을 직접 고용하도록 했다. 이를 지키지 않을 경우 사업비 전액이 회수된다. 최대 150억원에 달하는 금액이다.

한동안 이를 두고 잡음이 심했다. 승계를 인정하지 못하거나 승계 시 기존 HK교수를 해임하고 다른 교수를 채용하려는 시도도 있었다. 그러나 연구재단의 경고조치와 HK교수들의 저항으로 제도도입은 성공적이라는 평가다. 한 HK교수는 “잡음이 완전히 가시진 않았지만 제도적으로는 어느 정도 안착했다. 다만 이를 수용하는 대학문화의 보수성으로 인해 갈등소지는 여전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문제는 다른 곳에 있다. 10년간 한 연구소에 150억원을 지원하는 대규모 지원사업 탓에 다른 연구지원이 위축됐다는 지적들이다. 특히 HK교수들의 처우보장을 위해 지원됐던 인건비 150억원은 더 이상 지원할 필요가 없다는 주장이 나온다. 이 비용을 다른 연구지원으로 돌려 HK사업의 혜택을 보지 못한 다른 인문학 박사학위 소지자들의 연구를 지원해야 한다는 것이다.

현재 인문학 관련 박사학위 소지자는 약 3만여명 이상으로 추산된다. HK사업을 통해 HK교수나 연구교수로 임용된 수는 470여명이다. 정년보장이 되는 HK교수는 274명으로 극히 일부다. 이 때문에 HK사업비가 일부 교수들에게만 특혜를 제공하고 있다는 비판이 나오는 것이다.

교육부의 2015년 업무보고에서 언급된 ‘소수 인문랩(Lab)' 중심의 인문학 지원방안도 이 같은 논의를 부추겼다. 지난해 대통령 소속 문화융성위원회가 포스트HK사업을 언급하며 ’소규모 인문랩‘ 지원을 강화해야 한다는 지적을 내놓은데 이어 교육부도 지난달 22일 업무보고에서 3~5명 규모의 인문랩을 지원해 인문학 연구후속세대를 지원하겠다는 방침을 밝혔다.

이 같은 계획의 기본 골격은 아직 크게 드러난 바가 없다. 최은옥 교육부 학술장학지원관은 “연구소보다 더 작은 단위의 소규모 인문연구실을 지원하도록 하자는 방침은 논의되고 있다. 그러나 구체적인 형태는 아직 설계되지 않았다”고 전했다.

소수 인문랩 지원 취지는 정부의 인문학 연구지원비를 다양한 학자들에게 분배하기 위해서다. HK사업이 연구비를 독식한다는 일부 인문학자들의 비판과 비슷한 맥락이다. 특히 대학구조조정 등으로 대학내 인문학이 지속적으로 위기에 처하면서 지원의 폭을 넓혀야 한다는 것이다.

반면 HK교수들은 컨소시엄 형태의 후속사업 모델을 중점적으로 논의하고 있다. 지역연구를 큰 틀로 삼아 특정 지역을 입체적으로 분석할 수 있는 다양한 단위의 연구소들이 이에 동참하는 연구컨소시엄을 구성해 사업비를 지원하자는 것이다. 연구소는 1기 HK연구소 중 일정 기준을 충족한 연구소를 심사를 통해 진입할 수 있도록 하고 그 핵심기준으로 HK교수의 대학 승계를 내걸자는 방안이다. 1기 HK연구소의 협약서 이행을 촉구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분산된 HK연구소들의 연구성과를 집약할 수 있는 장점이 있다.

한국연구재단은 소수 인문랩 연구지원과 컨소시엄 형태의 포스트HK사업을 아우르는 지원방안을 찾기 위해 고심하고 있다. 김진 한국연구재단 인문학단장은 “컨소시엄을 중심으로 놓고 외곽에 다양한 소수 인문랩들이 인력과 연구소재를 보조하는 인문학 연구생태계를 구상하고 있다”고 밝혔다.

문제는 예산이다. 국내 R&D예산은 올해 18조 9000억원이다. 이 가운데 교육부의 인문학연구지원 규모는 2230억규모다. 계속지원사업 등을 고려하면 포스트HK사업액 증액이 현실적으로 쉽지 않다. 이 가운데 소수 인문랩을 별도로 지원할 수 있냐는 의구심이 인문학자들 사이에서 나온다. 현재 교육부는 포스트HK사업과 소수 인문랩 지원을 별개로 보고있어 예산확보는 더욱 중요한 상황이다. 최은옥 지원관은 “2007년 시작한 사업으로 올해가 포스트HK를 논의할 적기다. 다양한 인문학계의 의견을 청취해 효과적인 대안을 내놓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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