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성자 : 임두빈 작성일 : 2016-03-23 23:34:36 조회수 : 2,882
국가 : 포르투갈

서명: 눈먼 자들의 도시

저자: 주제 사라마구

역자: 정영목

출판사: 해냄

해제자: 임두빈

 

 

해제문

 

어느 평범한 하루, 자동차 운전석에 앉아 신호가 바뀌기를 기다리던 남자가 갑자기 눈이 먼다. 한 남자로부터 시작된 갑자기 눈앞이 하얗게 보이는 원인불명의 실명은 마치 전염병처럼 한 도시에 삽시간에 퍼져버린다. 그 첫 번째 희생자는 눈이 멀자마자 자신을 돕던 남자로부터 강도를 당하는 봉변을 당하게 되고, 실명의 원인을 찾으려 안과 의사에게 가봤지만, 의사 역시 눈이 멀어버린다. 그리고 원인불명의 실명은 전염병처럼 사회 전체로 퍼져나가면서 우리가 일상이라고 생각하던 환경을 완전히 뒤흔들어 놓게 된다. 이 실명의 특징은 앞이 까맣게 보이는 것이 아니라 하얗게 보인다는 것이었다. 정부 당국은 이 정체불명의 전염을 차단하기 위해 눈먼 자들을 모아 이전에 정신병원으로 쓰이던 건물에 강제로 수용해 놓고 무장한 군인들에게 감시할 것을 명령하며, ‘눈뜬 자들의 사회를 지키기 위해 수용소를 탈출하려는 눈먼 사회에 있는 자들에게 사살명령까지 내리게 된다. 아무 일 없이 오늘과 같은 내일이 올 것으로 믿어 의심치 않고 살아가던 사람들에게 상상만으로 가능했던 불가능의 세계가 상상 불가능한 현실로 다가온 것이다. 정상적인 세상에서 본다는 것은 식별한다는 것이고, 이것은 곧 이성을 바탕으로 한 행위이다. 눈이 먼 사람들의 세상이란 바로 이런 이성의 상실을 뜻하며 사람들이 소유해온 거의 모든 것을 잃어버린 다는 사실을 암시한다. 그런 아수라장 사이에서 유일하게 눈이 멀지 않은 안과의사의 아내는 남편 곁에 있기 위해 실명을 가장하고 함께 수용소에 격리된다. 그녀는 홀로 익명의 도시가 아수라로 변해가는 과정을 직접 눈으로 목격하면서 이성적으로 이해가 가지 않는 상황에 맞서 스스로의 존귀함을 지켜내는 강인한 모습을 보여준다. 눈이 안 보인다는 극단적인 상황에서 드러나는 인간의 본성으로 인해 눈먼 사람들이 굶주림 때문에 강간, 약탈 등 폭력에 순응하고, 다시 강간 같은 범죄와 폭력에 대항하기 위해 목숨을 건 싸움에 나서게 된다. 수용소에 화재가 발생해 구사일생으로 밖으로 탈출한 사람들은 수용소 밖 역시 같은 상황이라는 사실을 알게 된다. 이 모든 악몽의 유일한 목격자이자 수용소로 가야 하는 남편을 보호하기 위해 눈이 먼 것처럼 위장했던 안과의사의 아내는 황량한 도시로 탈출하기까지 자신과 함께 수용소에 맨 처음 들어갔던 눈먼 사람들을 인도하게 된다. 아비규환 같은 현실에서 그녀는 남편, 맨 처음 눈먼 남자와 그의 아내, 검은 안대를 한 노인, 검은 색안경을 썼던 여자, 엄마 없는 소년 등으로 구성된 눈먼 사람들의 무리를 안내하고 보호한다. 이들에게 이런 연대의식이야말로 인간성이 말살된 사회에서 존재하는 유일한 수단이었다. 그녀는 폭력이 난무하고 이기주의가 만연한 혼란스러움 속에서 많은 사람들이 자신에게 의존할 때 이를 책임감으로 받아들이며, 교육자적인 태도를 바탕으로 희생과 헌신을 한다. 뜻하지 않은 재난으로 말미암아 극단적인 상황에 노출되어야 했던 눈먼 사람들이 서로 간에 진정한 인간미를 느끼며 타인과 자신을 위해 사는 법을 깨닫게 되었을 때, 즉 연대의식을 느꼈을 때, 작가는 이 눈먼 자들을 다시 눈뜨게 하며 인간의 휴머니즘에 희망을 주면서 이 책은 막을 내린다. 이 작품은 단 한 명을 제외한 세상 모든 사람들이 눈멀어 버리면 어떻게 될까 라는 단순한 실험정신에서 쓰인 작품은 아니라 인간이 당연하게 가지고 있다고 여기고 이성의 바탕이 된다고 여기는 시력을, 그것도 대다수가 상실함으로써 발생할 수 있는 사건들을 통해 우리가 당연시하며 가졌던 얼마나 많은 것을 잃을 수 있는가 하는 끔찍한 사실뿐만 아니라, 안과의사의 아내처럼 눈을 감는다는 것과 전염병에 걸려 눈이 먼다는 것의 미묘한 차이, 한 개체로서 인간 본성에 대한 고민, 집단으로서의 인간의 문제, 우리가 살아가는 사회는 과연 어떻게 유지되고 있는가, 그리고 다수에 의해 지배되고 이끌어지는 위험사회에 대한 경고를 읽을 수 있다. ‘오직 나만이 볼 수 있다의 주인공인 안과의사의 아내는 마음만 먹으면 눈이 보이지 않는 자들 사이에서 절대적인 능력을 행사할 수 있지만 자기 주변 소수 사람들의 생존과 안정을 위해 그 노력을 희생만 한다. 그래서, 결국 모두가 다시 시력을 되찾았을 때 직감적으로 이제 자신만이 눈이 멀 것을 예상하고 받아들이며, 혼자 목격해 온 눈먼 사회와 인간의 죄악을 한 몸에 품으며 소설은 끝을 맺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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