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성자 : Latin America | 작성일 : 2017-03-10 09:48:35 | 조회수 : 3,061 | ||||||||||||||||
국가 : 중남미 | ||||||||||||||||||
김우중(대구 가톨릭대학교)
동물 종류와 개체수가 많은 지역이 곳곳에 산재해있다. 이런 면에서 중남미 뿐 아니라 세계적으로 생태관광의 선진 모범국가는 파나마 북쪽에 인접한 코스타리카다. 남한 면적의 반밖에 안되고, 한 나절에 태평양과 대서양을 다 다녀올 수 있을 정도로 작은 나라이지만 전 세계 동·식물종의 4%가 서식하고 있고, 1만㎢당 종별 수치가 615로 세계 1위이다. 곤충이 3만5천종이고, 3천 종 이상의 나무를 포함한 식물종이 1만5천에, 나비 한 가지만도 1천종이 넘는다고 한다. 따라서 이 나라는 환경 보호에 온 정성을 쏟고 있으며, 전 국토의 25%가 국립공원 및 생태보전지역이다. 이 나라엔 어딜 가나 새를 관찰하기 위해 망원경을 들고다니는 관광객을 많이 볼 수 있다. 그 종류가 850종에, 저 멀리 알래스카나 호주에서 날아오는 철새만도 200종이 넘는다니 새 관찰에는 가히 세계에서 으뜸가는 최적지다. 이 지역은 300만년전에 바다가 상승하여 형성된 곳으로 남미와 북미를 연결하는 가교 역할을 하면서 양 대륙의 생태계가 혼합되었고, 열대우림, 조밀한 삼림, 강줄기와 늪같은 갖가지 습생지가 밀집하여 잘 발달되었기 때문이다.
페루는 마추피추로 대표되는 잉카제국의 이미지가 강해서 보통 안데스 산악국가로 알려져있지만, 실은 아마존 유역이 전 국토의 60%를 차지할 정도로 또 다른 생태계의 보고다. 게다가 한류와 난류가 만나는 태평양과 건조한 사막지대까지 끼고 있으니 다양한 동식물의 서식지로는 그만이다. 숨쉬기 어려울 정도로 높은 볼리비아 안데스 지역엔 라마나 알파카 같은 털많은 짐승만 있을 것 같은데, 간간이 고지대 소금호수에는 붉은빛이 고운 플라밍고가 눈에 띈다. 쉽진 않으나 때를 잘 맞추어 가면 홍학의 군무를 볼 수 있다.
해안 도시인 리마로 내려와 버스를 타고 남쪽으로 가면 피스코라는 작은 도시가 나온다. 여기서 보트를 타고 1시간 가면 바예스타 섬이 나타난다. 에콰도르의 갈라파고스 섬까지 비용 문제로 갈 수 없는 여행객에게 '작은 갈라파고스'로서 대리 만족할 수 있는 곳이다. 여기저기 기암괴석 한 켠에 무리지어 쉬고있는 바다표범이나 훔볼트 펭귄, 수직 다이빙하는 펠리칸도 볼 만하지만 수십만 마리는 됨직한 가마우지 같은 바닷새들의 비상(飛上)은 정말 장관이다. 그 수많은 새들이 하늘을 뒤덮고, 먹이를 찾아 바다 표면과 평행으로 수㎞는 됨직한 행렬을 이루어 날아가는 옆으로 모터보트를 타고 함께 내달릴 때 느끼는 짜릿함은 다른 어디서도 맛볼 수 없는 경험이다. 세계에서 가장 풍부한 물과 나무가 있다는 아마존은 '생태계의 보물창고'답게 지구에서 가장
오래된 동물, 제일 큰 파충류와 곤충이 전부 여기에 있다. 아마존 탐방은 브라질이나 페루 뿐 아니라 에콰도르 동부, 콜롬비아
남부, 볼리비아 북부 지역을 기점으로 해서도 출발할 수 있는데 볼거리는 열대 숲과 야자열매, 원숭이, 악어, 독거미, 앵무새,
열대어 등 타잔 영화에 나오는 그런 종류로 대체로 비슷비슷하다. 밤낮없이 출몰하는 모기가 성가시긴 하지만, 한 밤중에 가이드를
따라 숲속길을 거닐 때 마주치는 야행성
동물의 반짝이는 눈빛은 나의 마음을 꿰뚫어보는 것 같다. 숲속 행진을 마친 후, 그물 침대에 누워 밤하늘의 쏟아지는 별빛에
젖노라면 인간의 다툼이 왜 부질없는 것인지를 절실히 깨닫게 된다. 그곳을 벗어나면 다시 덧없는 탐욕이 생기니 문제이긴 하지만….
아마존을 벗어나 다시 비행기에 오른다. 창밖을 보니 하늘이 땅 같고, 저 아래 아마존 밀림이 구름같다. 그래서 영어로
'구름숲(Cloud Forest)'이란 말을 쓰나보다. 눈 덮인 안데스 고봉 위를 날아 넘어가다보니 산줄기는 점점 약해지고 어느덧
끝없는 초원이 펼쳐진다. 버스로 갈아타고 아르헨티나
남쪽으로 이틀밤을 달려도 황량한 스텝이 이어진다. 바람세고, 건조한 이 곳엔 양 떼 이외에는 아무도 살 것 같지 않건만, 대서양
쪽으로 조그맣게 달려있는 발데스 반도 인근 마을에 당도하니 단체 관광 안내 간판이 빼곡하다. 푸에르토 마드린이라는 조그만 도시로
유네스코의 세계인류 자연유산 목록에도 올라있는 세계적인 해양동물 서식지인 발데스 반도로 가는 전진 기지이다.
투어버스를 타고 반도 안에 들어서니 구아나코 사슴 무리가 눈에 띈다. 투어 보트에 올라 고래 관찰에 나선다. 멕시코의 바하캘리포니아에서도 같은 유형의 투어를 한 적이 있으나, 때를 잘 맞춘 탓인지 이곳엔 유달리 고래가 많다. 점프하는 녀석, 잠수하며 멋진 꼬리를 자랑하는 녀석, 새끼를 옆에 끼고 유영하는 엄마 고래 등 원 없이 고래 구경을 한다.
해안 도로를 따라 점점이 있는
전망대에선 바다표범이 무리지어 쉬고 있는 모습을 잘 볼 수 있다. 마젤란 펭귄은 10월부터는 추위를 피해 북쪽으로 갔던 놈들이
남하하여 이 일대에 수만 마리씩 진을 친다. 최남단 비글 해협이나, 칠레 남쪽에서도 이런 무리를 볼 수 있다. 멕시코 미초아칸 주에 서식하는 모나르카 나비 관광은 고생길이다. 나비의 생태 보호를 위해 포장을 하지 않은 산길을 버스가 아닌 트럭 적재함에 올라서서 한참 올라가는데다, 주차장에 내려 2시간은 흙먼지 길을 누비며 나비 구경을 해야 하기 때문이다. 마스크를 써도 들어오는 먼지에 목이 칼칼하다. 하지만 물먹으러 전나무숲에서 땅으로 내려오는 나비 무리를 보노라면 그런 정도의 고생은 쉽게 잊어진다. 이 지역은 나무숲이 아니라 나비숲이라 해야 맞다. 1억마리나 된다는 나비 무게를 못이겨 나뭇가지가 휘어지고 부러지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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