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성자 : Latin America 작성일 : 2017-03-10 09:35:21 조회수 : 2,065
국가 : 브라질


 

백진원 (KBS 기자)

  

  불경의 열반경(涅槃經)에는 군맹무상(群盲撫象)이라는 말이 나온다. 여러 명의 장님이 코끼리를 만진다는 뜻이다. 장님들은 각자 상아(象牙)나 머리, 코나 꼬리를 만지고 코끼리의 모양을 말하지만 코끼리의 전부를 제대로 설명하지는 못한다. 이처럼 부분만 보고 전체를 본 것으로 착각하는 경우를 빗대어 ‘장님이 코끼리 만지기 식’이라고 말한다. 혹은 식견(識見)이 좁아 자기 주관대로만 사물을 판단하는 경우를 비유한 고사로 널리 알려져 있다.

  브라질의 경우가 그렇다. 사람들은 흔히 브라질이 일년 내내 덥고 가난한 나라인줄 안다. 그리고 사람들은 피부색이 검고 아마존의 정글에서 열대 과일을 먹거나, 삼바카니발을 즐기며 축구를 잘하는 정도로 알고 있는 경우가 많다. 그러나 이야말로 브라질을 ‘장님이 만지는 코끼리 같은 나라’로 만드는 생각이다.

  브라질은 코끼리만큼이나 큰 나라이다. 브라질에도 봄, 여름, 가을, 겨울이 있다. 우리나라와는 지구 정반대에 위치하다 보니 사계절과 밤낮이 반대로 나타난다. 시차도 정확히 12시간 차이가 난다. 경제와 문화도 발달됐다. 브라질은 면적이 세계에서 5번째로 크고, 인구도 2억 명으로 세계 5위다. 경제규모는 세계 10위권을 유지해 2000년대 초 미국 골드만삭스 보고서에서 만든 ‘브릭스[BRICs: 브라질(Brazil), 러시아(Russia), 인도(India), 중국(China)]의 머리글자를 차지하고 있다. 최근 경제상황이 좋지 않지만, 여전히 석유와 철광석, 망간과 석면 등 막대한 양의 천연자원과 커피, 사탕수수, 대두 같은 농산물은 물론 쇠고기와 닭고기 등 축산물 수출이 세계 1,2위를 다투는 세계의 식량창고이기도 하다.

  

리우 데 자네이루(Rio de Janeiro)

  

  이런 브라질의 옛 수도 ‘리우 데 자네이루(현지 발음은 히우 지 자네이루)’에서 오는 8월 6일부터 남미 최초로 올림픽이 열린다. 세계 3대 미항(美港) 가운데 하나인 ‘리우’가 있는 해안지역은 연평균 25도로 여름이 계속된다. 대서양 해안지역은 습도가 높아서 한국처럼 덥지만 그늘은 시원하다. ‘리우 데 자네이루(Rio de Janeiro: 1월의 강)’는 1502년 포르투갈 선단이 1월에 도착했을 때 과나바라 만의 바다를 강으로 착각해 지은 이름이다. 브라질의 첫 수도인 북부지방의 흑인 도시 ‘살바도르’에 이어 ‘리우’는 두 번째 수도였다. 이후 1960년 현재의 수도인 ‘브라질리아’로 옮기기 전까지 유럽의 정취를 간직한 품격 있는 도시였다. 그러나 북부지방의 흑인들이 유입하면서 도시는 슬럼화되고 마약과 범죄가 범람하게 됐다.

  리우의 중심인 ‘꼬르꼬바도(Corcovado)’언덕에는 해발 700미터 위에 브라질의 상징 같은 예수상이 서있다. 1931년에 세워진 거대한 예수상은 높이가 30미터에 달하며 언덕 꼭대기까지는 자동차와 등산열차를 타고 오를 수 있다. 양팔을 벌린 예수상은 리우 시내 어느 골목을 돌아 다녀도 보이는 곳에 자리잡고 있어서 이정표 역할을 한다.

  

빵 지 아수까르( Pão de Açúcar)

  007 영화가 촬영되기도 한 ‘빵 지 아수까르(Pão de Açúcar: 설탕빵)’는 두 개의 바위 산봉우리가 마치 설탕빵을 뒤집어 놓은 것처럼 보인다 해서 지어진 이름이다. 우리말로 그대로 발음되는 몇 안 되는 포르투갈어 “빵”이 익숙하게 여겨진다. 케이블카를 타고 정상을 오르면 리우의 아름다움을 한 눈에 감상할 수 있다.

  빵 산에서 내려오면 유명한 ‘꼬빠까바나(Copacabana)’해변이 나온다. 해변은 넓고 브라질 사람들이 넘쳐나지만 사실 그렇게 낭만적인 해변은 아니다. 바다가 푸르거나 깨끗하지도 않다. 한국의 동해안이 훨씬 낫다. 넓은 백사장에서 축구를 하거나 수영을 즐기는 사람들이 많은데 밤에는 치안이 좋지 않아 조심해야 한다. 이곳을 아는 브라질 사람들은 조금 더 들어간 ‘이빠네바(Ipaneva)’해안을 찾는다.

  남부지방은 온대성 기후로 사계절이 뚜렷하다. 한겨울에는 새벽녘 이불 속에서도 뼈를 파고드는 추위가 느껴진다. 난방이 발달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어지간해선 영하로 내려가지 않지만 최근에는 눈이 내리는 일도 간간히 발생한다. 한국인이 많이 살고 있는 ‘상파울루 (São Paulo)’는 남동부 지역에 위치한다. 해발 800미터에 자리잡고 있어서 사람이 살기에 쾌적한 환경이다. 아침, 저녁으로 선선한 날씨가 이어지고 한여름에도 습도가 낮아서 햇볕을 피하면 덥지 않다. 한겨울에도 섭씨 5도 이하로 내려가는 일이 거의 없다.

  

상파울루(São Paulo) 시내와 이비라뿌에라(Ibirapuera) 공원

  

  상파울루는 남미 최대의 도시이자 경제와 금융의 중심지이다. 브라질의 심장부 역할을 하며 인구는 약 천 백 만 명이다. 매일 100만 명 이상이 왕래하며 국내외 유명 대기업들과 은행, 컨벤션 센터, 극장과 박물관, 백화점과 축구장, 각국 공관 들이 몰려있다. 한국동포들 대부분도 이 도시에 산다. 특히 상파울루의 ‘빠울리스타 거리(Avenida Paulista)’는 우리나라의 종로라고 할 수 있는 중심거리다. 공공기관과 금융기관, 기업과 사무실이 몰려 있고 우리나라 영사관과 KBS를 비롯한 공공기관의 사무실도 이 거리에 있다. 그렇다 보니 하루 종일 인파가 넘치고 거리는 시민과 샐러리맨, 상인과 관광객들로 북적댄다.

  상파울루에서 비행기로 약 2시간 거리에는 그 유명한 ‘이구아수(Iguaçu)’폭포가 있다. ‘거대한 물’이라는 뜻의 인디언 말에서 유래됐다. 영화 ‘미션’의 주된 배경으로 소개돼 더욱 유명한 이구아수는 그야말로 ‘죽기 전에 꼭 봐야 할 명소’다. “세상은 이구아수를 본 사람과 보지 못한 사람으로 나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전체 폭이 약 5km에 이르고 275개의 폭포들이 쏟아내는 거대한 물보라는 사람을 압도하는 장관을 연출한다. 이 거대한 이구아수 폭포를 본 미국의 루즈벨트 대통령의 부인이 “초라한 나이아가라여!(Poor Niagara!)”라고 말했다는 일화는 유명하다. 브라질과 아르헨티나, 파라과이 3국에 걸쳐있는 이구아수는 세 나라를 차로 오가면서 감상하거나 헬리콥터와 고무보트를 이용해서도 볼 수 있으며 대개 1박 2일이 걸린다. 이구아수의 백미는 아르헨티나쪽으로 들어가야 볼 수 있는 ‘악마의 목구멍(Garganta de Diablo)’인데 그 앞에 서면 쏟아져 들어가는 물살과 피어 오르는 물안개 때문에 정신이 혼미해지고 눈이 빠져들게 된다. 실제로 해마다 한, 두 명은 악마의 목구멍 속으로 뛰어든다는데 아직까지 시신이 발견된 적은 없다는 믿기 어려운 얘기가 전해진다.

  

이구아수(Iguaçu) 폭포

  

  이구아수 폭포 근처에는 9년 동안 공사해 1984년에 건설된 세계 최대의 수력발전소 ‘이따이뿌(Itaipú)’가 있다. 댐의 총 길이는 8km에 높이 185m, 저수량이 2,010억 입방미터로 이구아수 폭포의 배수량보다 30배나 많다. 파라과이와 합작으로 건설된 이 발전소는 발전량이 12,600MW인데 해마다 전력생산 신기록을 갈아치우곤 한다.

  

이따이뿌(Itaipú) 댐

  

  브라질 사람들은 사는 지역에 따라 성격과 생활방식이 다르다. 그래서 지역별로 사람들을 부르는 호칭이 따로 있을 정도다. 먼저 히우 지 자네이루에 사는 사람들은 ‘까리오까(Carioca)’라고 부른다. 대게 성격이 느긋하며 유머가 많고 농담하기를 즐긴다. 해변에서 쉬는 것을 즐기다 보니 삶의 여유를 누린다. 중부지방인 미나스 제라이스주에 거주하는 사람들은 ‘미네이루(Mineiro)’라고 부르는데 말 수가 적은 편이고 좀처럼 속마음을 드러내지 않는다. 내륙지방에 살아서 그런지 시골분위기가 나고 구두쇠 소리를 들을 정도로 절약정신이 투철하다. 브라질 남동부의 상파울루주 사람들은 별명이 ‘빠울리스따(Paulista)’이다. 남미 최대의 경제도시를 중심으로 활동하다 보니 일에 목숨을 걸고 산다. 항상 바쁘게 지내며 돈을 벌기 위해 힘쓴다. 상대적으로 여유가 부족하고 제대로 즐기는 것에서도 뒤쳐진다. 그리고 남부지방인 ‘산타까따리나(Santa Catarina)’주와 히우 그란지 두 술주에 사는 사람들은 ‘가우슈(Gaucho)’라고 부른다. 목축업이 발달해 목동이 많고, 고기를 마음껏 먹을 수 있는 요리인 ‘슈하스꼬(Churrasco)’ 숯불구이 요리와 ‘쉬마항(Chimarrao)’이라는 차를 즐긴다. 이 지역 사람들은 대부분 독일과 이탈리아 등 유럽 이민자의 후손이 많이 살고 있다. 경제적으로 아주 부유하며 유럽 못지않게 유럽다운 곳이다. 이 곳에서 해마다 맥주축제가 열리는 도시 ‘블루메나우’는 독일 자치공화국 같은 착각을 하게 만들 정도다.

  기후와 토양조건이 좋은 브라질은 땅이 비옥하고 기름지다. 전국 어디를 가나 꽃이 만발하고 나무가 울창한 숲을 이룬다. 곡식은 잘 자라고 과일과 채소가 풍성하다. 식물의 생장속도가 한국보다 3배 정도 빠르다. 1년에 3모작이 가능하다. 지구상에 브라질만큼 풍요로운 땅과 자연의 혜택을 누릴 수 있는 곳이 과연 있을까 싶을 정도다. 브라질은 자연환경에 관한 한 천국과 다름없다. 그 속에서 백인과 흑인, 중동인과 동양인이 축구와 삼바를 즐기며 잘 어울려 사는 나라이다. 그래서 브라질을 제대로 아는 사람은 ‘신이 축복한 나라’라고 말하는 것일까.

  

  

<참고사항>

백진원: KBS 디지털 에디터(현재), KBS 전 상파울루 특파원, KBS WORLD 앵커 등.‘올라 브라질: 한국특파원 최초의 브라질 보고서’ 저자

올라 브라질:
기자협회 http://www.journalist.or.kr/news/article.html?no=31993
독서신문 http://www.readersnews.com/news/articleView.html?idxno=43566
세계일보 http://www.segye.com/content/html/2013/09/09/20130909004520.html
이투데이 http://www.etoday.co.kr/news/section/newsview.php?idxno=7891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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