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성자 : Latin America | 작성일 : 2017-03-07 16:19:16 | 조회수 : 3,564 |
국가 : 우루과이 | ||
이유주(부산외대 글로벌지역대학원 석사 수료)
(출처: http://exame.abril.com.br/mundo/noticias/patrimonio-de-jose-mujica-cresceu-73-5-em-2-anos) 인간은 길을 걸어가는데 있어 확고한 신념과 철학을 필연적으로 추구하는 존재이다. 개개인들은 그 믿음을 토대로 타인과 관계를 맺고 인생을 설계하며 꿈을 좇는다. 때로는 우리들의 신념과 철학이 쉽게 떨칠 수 없는 욕망과 합일되어 일생의 전부를 거는 과정에서 어느새 삶이 가리키는 소중한 좌표들을 놓치며 방황하기도 한다. 더욱 무서운 현실은 이 같은 믿음이 타인의 삶을 침해할 수 있음에도 그것이 마치 모든 것을 관통하는 보편적인 진리인 것처럼 스스로를 기만하는 순간에서부터 시작된다. 선의에서 출발한 모든 신념들이 명예, 권력, 돈이라는 유혹에 함몰되어 세상 앞에 자신의 동상을 세우려고 할 때 이름 모를 누군가의 희생이 수반될 수밖에 없는 역설적 현장이 만들어지는 것이다. 세상을 바꾸겠다는 지도자들의 거창한 강령으로 시작된 천국건설이 모두를 위한 천국이 아닌 그들만의 천국으로 변절되는 진부한 현실을 지켜보는 것은 더 이상 놀랍지 않다. 인류의 역사는 그 여느 때처럼 수많은 이데올로기들을 거치며 성장해왔지만 불변의 수레바퀴 속에서 그렇게 돌고 돈다. 그럼에도 인간에게 남은 희망이 있다면 우리를 둘러싸고 있는 사회의 부조리함을 끊임없는 감시와 비판을 통해 인식하고 저항함으로써 그들의 호소에 동참하지 않는데 있는 것이 아니다. 인류의 진정한 미래는 감시와 비판을 통해 그들을 변화시키고 민중들의 운명에 동참하도록 이끄는데 있다. 신념과 철학이 있어야만 살아갈 수 있는 존재가 인간이라면 그들의 숭고한 믿음이 타락하지 않도록 고뇌하고 갈등하도록 만드는 것, 그래서 그 끝없는 우월감과 오만함에서 벗어나 개개인의 사상이 보호받을 수 있는 공동의 사회를 함께 건설하는 것. 그 출발점은 변질될 구호로 세상을 호령할 지배자의 통치가 아닌 삶의 소중한 좌표들을 하나하나 실천해나갈 수 있는 지도자의 자기성찰과 반성 그리고 실천적 삶에 있다.‘인간이 추구해야 할 것은 바로 자유와 행복’이라고 말하는 전 우루과이 대통령, 호세 무히카의 인생철학은 이 사회의 미래가 결코 어둡지 않다는 것을 시사해주는 한편 그와 우리가 영원히 풀어야 할 숙제를 안겨준다. 호세 알베르토 무히카 코르다노(José Alberto Mujica Cordano)는 1935년 5월 20일 우루과이의 수도 몬테비데오(Montevideo) 서쪽에 자리잡은 근교(Paso de la Arena)에서 태어났다. 평범한 그의 유년시절에 특별한 점을 찾자면 일찍부터 정치에 뛰어든 집안의 피를 이어받았다는데 있다. 특히 외조부는 시의원에 봉직하면서 50년 동안 장기집권을 한 우루과이 국민당의 루이스 알베르도 데 에레라(Luis Alberto de Herrera)의 친구였다. 조그마한 농장의 주인이었던 무히카의 아버지는 농장이 파산한 뒤 그가 여섯 살이 되던 해에 사망한다. 무히카는 고향에서 초중등교육을 받았고 청소년 시절에는 자전거 대표선수로 활약한다. 외숙부 안헬 코르다노(Ángel Cordano)는 국민당 지지자였는데 정치에 대한 그의 관심이 청년인 무히까에게까지 영향을 미친다. 1956년 국민당 의원인 엔리께 에로(Enrique Erro)를 알게 되면서 국민당의 일원으로 활동한다. 1962년 그들은 국민당을 탈당한 후 인민연합(Unión Popular)을 형성하지만 낮은 지지율에 그친다. 출생의 여부와는 상관없이 서 있는 자리에서 더욱 더 높은 곳을 열망하는 법이 인간의 본성이라 했던가. 하지만 그는 일반적인 정치인들과는 다른 전철을 밟는다. 1967년 오스카르 헤스티도 대통령이 심장병으로 사망하고 호르헤 파체코 아레코(Jorge Pacheco Areco)가 계승한다. 그는 90년대 중반부터 시작되었던 경제난에 불만을 분출하는 학생들과 농민 그리고 노동자들의 시위를 진압하기 위해 비상사태를 선포, 모든 좌익 정당을 불법화한다. 결국 분노에 찬 농민들과 몬테비데오의 게릴라집단인 투파마로스(Tupamaros)는 군부정권에 대항하는 작전을 펼치는데 이때 무히카는 빈곤과 억압에 맞서는 그들의 활동에 가담한다. 1971년 체포되어 무기징역을 선고 받고 독방생활을 하며 갖은 고문과 독서마저 금지된 가혹한 옥살이를 겪는다. 우루과이에 민주화가 이루어지자 1985년 5월 약 14년간의 투옥 끝에 마침내 풀려난다. 석방 후 그는 무기를 버리고 정치세계에 뛰어드는데 민중참여운동(MPP: Movimiento de Participacion Popular)에서 당원으로 활동하다가 2004년 중도 좌파 계열인 확대전선(FA: Frente Amplio)의 대통령 후보, 타바레 바스케스(Tabaré Vásquez)가 대선에서 승리하자 행정부의 농목수산부 장관으로 역임한다. 무히카의 국민을 위한 정치철학은 확대전선의 방향과 일치하는 면모를 보인다. 확대전선이 정권을 잡은 2005년 우루과이의 경제실정은 참담했다. 1999년 브라질의 외환위기로 실업률이 12%에 달하였으며 2002년 아르헨티나 외환위기의 여파로 인플레이션은 12%를 넘으며 수출은 급격히 감소하고 실업률은 16%로 증가하여 일자리를 잃은 국민들이 약 70만명에 달하였다. 초기에 반제국주의와 반과두제 투쟁을 내걸며 토지 및 은행의 국유화를 주장했던 확대전선은 정책적 혁신와 다른 정당과의 제휴를 모색하는 움직임을 보인다. 바스케스가 확대전선의 시장으로 당선되면서 우루과이 사회의 빈곤과 불평등을 제거하기 위해 국가의 역할만을 중시하는 정책을 지양하고 시장의 중요성을 인정하면서 경제성장과 분배정책을 동시에 제시하는 실용주의적 노선을 펼친 것이다. 허황된 낙원의 건설을 약속하기 보다 전 국민이 처한 위기 앞에서 진정으로 필요한 것이 무엇인가를 신중하게 고민한 확대연합의 고뇌가 엿보이는 대목이었으며 우루과이 역사에서 실용주의 좌파의 등장은 정권들의 정책에 대한 국민들의 염원이 사실상 정치인들의 이데올로기와는 무관하다는 것을 보여준다. 2009년 10월 25일 우루과이 전체국민의 90%에 달하는 국민에게서 52%의 득표율을 얻으며 대통령으로 취임한 호세 무히카는 확대전선의 경제정책을 잇는 동시에 사회적 약자와 소수자를 위한 진보적 정책에 적극적으로 돌입한다. 동성애자의 결혼과 낙태법을 관철시키고 마리화나의 재배 및 판매, 사용을 합법화하는 첫 번째 국가가 되면서 국내외적으로 큰 반향을 불러일으킨다. 그는 타바레 바스케스의 긴급구호정책을 계승하여 은행 대출이 불가능한 극빈층을 위해 무허가 주택 공급사업(Plan Juntos)을 실시하면서 열악한 판자촌에 사는 가난한 이들을 구제하는 정책을 펼친다. 이에 국제사회의 찬사를 받으며 노벨 평화상 후보에까지 오른 반면 국내에서는 대선에서 국민을 대상으로 펼쳤던 공략들이 실질적으로 지켜지지 못했다는 비판의 화살을 피해가지 못한다. 집권 시기에 대통령으로서의 무히카에 대한 국민들의 지지도가 하락한 수치를 봤을 때 그가 한 나라를 통치하는 수장으로서 적합한 인물인가에 대해서 일부 사람들이 회의적인 태도를 보일 수밖에 없다. 대통령 봉급의 90%를 사회에 환원하고 약 130만원에 해당하는 월급으로 아내와 검소하게 살아가는 무히카의 의연한 태도와 정직한 삶의 방식이 퇴임 전 65%라는 상승된 지지율이 의미하는 가치를 과연 실현하고 있는 것일까. 법과 질서 아래에서 삶을 유영하는 인간이라는 전제는 이 세상을 다스리는 통치자의 역할에 대한 의문을 반드시 제기한다. 정치는 무엇인가를 다시 개념화하기 앞서 다양한 스펙트럼을 지닌 사회가 개체의 자유를 존중하면서 공동의 이익으로 나아가는 것은 하나의 유토피아적 발상일 뿐이다라는 비판을 피할 수가 없는 것이다. 정치가 어려운 이유는 바로 여기에 있다. 권력에의 욕망에서 벗어나 소박하고 청빈한 삶을 택하여 민중들의 운명에 참여하는 행동이 소수를 희생하지 않는 사회의 출현은 희박하다는 현실성을 토대로 거대한 국가를 다스리는 지도자의 역할보다 낫다고 할 수 있는가. 대통령 관저를 노숙자들의 쉼터로 내주고 허름한 농장에서 밭을 매며 가진 재산이라고는 몇 안 되는 농기구와 트랙터 그리고 30년이 지난 폭스바겐 비틀을 타고 다니는 전 대통령 무히카의 선택을 과연 아름답게만 바라보아야 하는지에 대한 의심을 떨쳐버릴 수가 없다. 그러나 뒤집어 생각해보면‘정치는 어렵다’는 정당성은 또 어디에서 비롯되는가. 약속이나 한 듯 번복되는 다짐의 절반조차도 지키지 못하면서 합리화하는 존재가 정치인이라면, 특출난 개인의 신념과 이념이 사실 민중들이 스스로 자신의 삶을 꾸릴 수 있는 기회를 박탈하는 현시욕일 뿐이라면 그리고 그들이 주장하는 오만한 낙원의 건설이 미리 예정되어 있는 당신들의 천국이라면 소시민들의 삶이 타자화되고 주변화되는 것을 막기 위해 그들의 공동체로 직접 걸어 들어가는 지도자의 발걸음에서 우리들의 천국이 도래할 가능성을 발견할 수 있는 것이 아닐까. 진정한 천국이란‘그 설계나 내용이 얼마나 행복해 보이느냐 보다는 그것을 누리고자 하는 사람들의 선택 여부와 내일의 변화에 대한 희망이 어느 정도까지 허용될 수 있느냐.’에 달려있는 것이다. 2) 라는 날카로운 김현의 해설에서 우리들의 천국은 지배자가 일방적으로 만들어내는 공간이 아니라 그들을 끊임없이 비판하고 견제하며 사회의 변화를 만들어내는 우리들의 몫이 포함되어 있을 때 가능하다는 명제가 성립된다. 자생적 운명을 함께 하려는『당신들의 천국』의 조백헌 원장과 라틴아메리카 우루과이 전 대통령, 호세 무히카의 공통점은“흙과 돌맹이보다는 사람의 마음이 먼저 이어져야 합니다.”라는 조백헌 원장의 의미심장하지만 명백한 발언과 2012년 브라질에서 개최된 리우 정상회담에서 보여주었던 무히카의 연설과 일맥상통한다. 바로 이 연설에서 그리고 퇴임식을 치루고 대통령 직에서 물러난 후 앞으로의 그의 행보에서, 영웅적 일대기에서 그치지 않는 지도자로서의 무히카의 삶의 성패가 좌우되는 것이다. “사람들이 나를 세상에서 가장 가난한 대통령이라고 말하지만, 나는 내가 가난하다고 전혀 생각하지 않습니다. 가난한 사람은 조금 가진 사람이 아니라 욕망이 끝이 없으며 아무리 많이 소유해도 만족이 없는 사람입니다. 반성해야 할 것은 우리들의 생활방식입니다. 개발은 행복, 지구에 대한 사랑, 인간관계, 아이 돌봄, 친구 사귀기 등 우리가 가진 기본적인 욕구를 충족시켜줘야 합니다. 우리가 가진 가장 소중한 자산은 바로 행복이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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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당신들의 천국』(1976), 이청준: 소록도를 배경으로 펼쳐지는 나환자들과 일반인 조병헌 원장의
득량만 간척사업에서 일어나는 지배와 피지배의 관계를 다루고 있는 작품. 필자는 호세 무히카의 생애와 업적을 종속적 관점에서 바라보았다. 작품이
쓰였던 당시 한국의 시대상과 소록도라는 공간적 배경이 우루과이 사회와 비교하는데 어려움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한 국가의 통치자로서의 호세 무히카를
분석하는데 부족함이 없을 것이라 판단하였다. 평등한 사회는 지배자들이 개별적 존재의 특수성과 자유를 억압하는 자기도취와 횡포에서 벗어나
피지배자들이 자신의 삶을 스스로 개척할 수 있는 힘을 제공하고 그들의 자생적 운명에 동참했을 때만이 모두를 위한 천국을 만들 수 있다는 이청준의
정치학이 호세 무히카의 인생관과 닮았다고 생각하였다. 또한 라틴아메리카뿐만 아니라 모든 소외되고 억압된 사회에서 일어나는 대안사회운동이 추구하는
목적과 매우 흡사하다고 여겼기에 필자는 본 시각에 힘입어 위 문학작품에 등장하는 개념을 차용하여 호세 무히카의 일대기를
전개한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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