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성자 : 라키스 | 작성일 : 2014-05-09 16:09:07 | 조회수 : 1,357 |
국가 : 파나마 | 언어 : 한국어 | |
구분 : 중남미 대선특집 | ||
중남미대선 특별기획(4) 2014 파나마 대선 결과: 中道로 가는 라틴아메리카
재미있게도 올 봄에는 파나마 옆의 또 다른 소국, 코스타리카에서도 대선이 있었다. 코스타리카 역시 대략 인구 400만의 국가, 이 정도의 국가 크기에서는 온 국민이 한 두 다리 건너면 서로 아는 사이가 된다. 코스타리카 국민들은 스스로를 “티코(tico)”인이라고 부른다. 공교롭게도 지금은 단종이 된 우리나라 차종과 이름이 같다. 하여튼 지난 4월에 끝난 코스타리카의 대선도 우리 국민의 별반 관심을 끌지는 못하였다. 그런데 이 소국들의 대선 선거 내용을 살펴보면 거기에는 다소 우리에게 흥미를 끌만한 요소가 있다. 두 나라 모두 야당이 집권당을 물리치고 대통령 당선자를 내었다는 것이다. 물론 이번, 4, 5월의 대선에서 좌파 성향의, 즉 사회주의 성향의 정치인이 권력을 잡은 것은 아니다. 코스타리카의 대선 내용을 살펴보면, 코스타리카 최초의 여성 대통령 라우라 친치야(Laura Chinchilla Miranda)를 내놓은 바가 있는 집권당이 3번에 걸쳐 장기 집권에 기대를 걸었고 이에 맞서는 야권의 유력한 후보자는 확대전선당(Partido Frente Amplio)의 호세 마리아 비얄타(José María Villalta )후보였다. 그러나 막상 선거함의 뚜껑을 열자 승리한 사람은 3위권으로 밀려나 있던 시민 행동당 (Partido Acción Ciudadana)의 루이스 기예르모 솔리스 리베라(Luis Guillermo Solís Rivera)였다. 이와 유사하게도 파나마 선거전의 경우도 집권당인 민주변화당(Partido Cambio Democrático)과 야권 쪽의 민주 혁명당(Partido Revolucionario Democrático)의 후보들이 박빙의 대결을 벌였고, 파나마주의당(Partido Panameñista)의 후안 까를로스 바렐라(Juan Carlos Varela) 후보가 그 뒤를 쫒으며 치열한 각축전으로 온갖 설전과 흑색선전이 오갔다.
파나마대통령 당선자 바렐라 (출처: 위키피디아)
그러나 선거 막판에 빅 3를 제외한 군소 후보들을 지원하던 지지자들이 현 당선자인 바렐라 후보에게 몰리면서 막판 뒤집기가 성공한 것으로 보인다. 예상 밖으로 바렐라 후보가 다른 두 후보를 7%이상의 압도적인 표차이로 이김에 따라 선거 당일 몇몇 젊은 유권자가 투표를 하지 못한데 대하여 이의를 제기한 것 외에는 일부 언론의 우려와 달리 압도적인 표 차이 앞에서 민주 혁명당(RPD)의 후보는 물론 괴뢰 후보를 내세워 장기집권을 꿈꾼다고 비판을 받았던 리까르도 알베르또 마르띠넬리(Ricardo Alberto Martinelli Berrocal) 현 대통령도 바렐라 후보의 당선을 인정 했다. 일부 언론들이 제2의 마누엘 노리에가를 꿈꾼다고 비꼬았던 마르띠넬리 현 대통령은 파나마의 대형 수퍼마켓 체인점을 소유하고 있는 인물로 재임 기간 중 강력한 개발 정책을 펴서 파나마 해협 확장 공사를 기획하고 중앙아메리카 최초로 지하철을 놓으려 했으며 연간 경제 성장률을 8%로 끌어올렸다. 그가 헌법을 바꿔서라도 재선을 하려고 했던 것은 이러한 자신의 치적에 대한 확신 때문이었다. 그러나 일부 국민들은 그의 장점을 바로 단점으로 보았다. 행정부, 사법부, 입법부와 언론을 장악하려는 강력한 대통령의 꿈은 마누엘 노리에가의 전철을 보는 듯 한 두려움을 국민들에게 불려 일으켰다. 사실 바렐라 당선자가 마르띠넬리 정부에서 부통령과 총리를 맡았다는 것은 초기에 마르띠넬리 대통령과 바렐라 당선자 사이의 정치 노선이 크게 다르지 않음을 확인할 수 있는 대목이다. 바렐라 당선자는 파나마에서 내로라하는 기업가 가문이자 정치가문으로 주류 사업과 여러 개의 라디오 방송사 주식을 소유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따라서 그의 정치 노선도 보수에 가깝다. 비록 그의 가문 사람들이 일찌감치 파나마 군부독재에 반대한 것으로 알려져 있지만, 그가 경제적으로 자유 시장 경제를 추구한다는 점에서 마르띠넬리 현 대통령과 크게 다르지 않다. 엘리트 가문에서 태어나서 미국에서 교육을 받았으며, 이미 청년기에 가족들의 권유로 정치활동에도 참여했던 그는 파나마 소수 엘리트 지배층의 일원이었다. 따라서 2006년에 파나마 민족주의 당을 이끌던 그가 2009년에 마르띠넬리와 손을 잡고 부대통령직을 받아들인 것은 이상할 것이 없다. 그러나 마르띠넬리 대통령이 사법부와 입법부까지 자신의 손안에 넣고 재선내지, 대통령 퇴임 후에도 막후 세력으로 남으려는 의도가 명백해지자 역시 정치적으로 야심이 적지 않았던 바렐라 당선자 사이에 충돌은 불가피했다. 현직 대통령과 부통령의 대립은 극한까지 이어져, 철회는 되었지만, 현직 대통령이 현직 부통령을 국가에 손해를 끼쳤다는 이유로 고발을 하는 사태까지 이르렀다. 둘 사이가 갈 때까지 간 것이다. 승리를 축하하는 바렐라 당선자 (출처:www.elcomercio.com)
덕분에 선거전은 애당초부터 난타전이 될 수밖에 없었고, 여권의 분열로 인해 야당의 대통령 후보 후안 까를로스 나바로(Juan Carlos Navarro)가 선거 초반 유리한 듯도 보였다. 그러나 사실 나바로 후보가 몸담고 있는 민주혁명당(RPD)은 마누엘 노리에가 시절 군부 독재를 뒷받침했던 전신을 갖고 있기에 당의 표어가 “민중주의”를 내세우나 사회주의하고는 거리가 있다. 물론 마르띠넬리 현 정부가 베네수엘라의 차베스와 외교관계를 끊었다면, 나바로 후보는 이에 반하는 정치적 입장을 취하였다. 따라서 여당은 끈질기게 민주혁명당(RPD)을 마누엘 노리에가의 추종자들이며, 베네수엘라의 막후 지원을 받는 무리로서 비판하였고, 결국, 파나마 국민은 좌도 우도 아닌 절충적 선택을 한 것으로 보인다. 즉, 현 집권정부의 경제 성장 정책을 지지하면서도 현 정부에 의해 소외된 빈곤층을 보살피고, 집권당의 장기집권에 의한 독재화와 권력의 남용을 경계한 것이다. 따라서 미세하게 따지면 차이가 나지만, 파나마 국민은 이웃나라 코스타리카 국민이 행한 선택과 그다지 다르지 않는 선택을 했다. 여당도 야당도 아닌, 좌도 우도 아닌 중도의 길을 택한 것이다. 그리고 거기에는 사회 정의 실현에 대한 열망이 함께 하고 있다. 또 두 당선자가 정치적으로 가야할 험로도 비슷하다. 집권은 하였지만, 양국 대통령 당선자 모두 원내 소수세력으로 현재의 다수 여당과 야당을 아우르든, 설득을 하든 이들과 함께 해야 한다. 이번 선거에 패배한 파나마 대통령 마르띠넬리는 선거 결과에 승복하지만, 바렐라 당선자가 새로운 잘못된 정책을 펴면 몽둥이찜질을 할 것임을 다짐하고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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