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성자 : 라키스 작성일 : 2014-04-14 13:53:36 조회수 : 1,632
국가 : 코스타리카 언어 : 한국어
구분 : 중남미 대선특집
출처 : 부산외대 중남미지역원

2014, 코스타리카의 선택

- 50년 만에 양당체제를 무너뜨린 정치 신예 루이스 기예르모 솔리스 리베라 -

 

노용석(부산외대 중남미지역원 HK연구교수)

 

중미에 위치한 코스타리카는 군사쿠데타와 독재정권의 얼룩져 있는 중남미 국가 가운데서 꾸준히 자유선거에 의한 평화적인 정권 교체로 발전된 민주국가로서의 위상을 보여준 국가이다. 여기에는 다양한 원인이 있겠지만, 국민의 대부분이 스페인계 백인으로 구성되어 있으면서 강한 친미적 성향을 유지하고 있다는 것이 상당히 중요한 영향을 미쳤다고 볼 수 있다.

 

이처럼 오랫동안 ‘중남미의 스위스’로 알려져 있던 코스타리카에서, 2014년 대선을 앞두고 여러 언론사와 대선 관측 기관들은 집권여당인 민족해방당(Partido Liberación Nacional)의 호니 아라야 몬헤 후보(Johnny Araya Monge, 56세)가 승리할 것이라는 예측이 많았다. 위와 같은 관측대로 코스타리카 대선이 흘러갔다면, 집권 민족해방당은 2006년 오스카르 아리아스(Óscar Rafael de Jesús Arias Sánchez)와 2010년 코스타리카 역사상 최초로 여성대통령에 선출된 라우라 친치야(Laura Chinchilla Miranda, 56세)의 당선에 이어 2014년에도 세 번 연속 대선 승리의 축배를 들 가능성이 상당히 높았다. 하지만 코스타리카 대통령 선거는 이러한 예상을 비웃기라도 하듯, 상당히 파격적인 반전으로 흘러갔다.

 

2010년 중미와 코스타리카 역사상 최초로 여성 대통령에 당선된 라우라 친치야는 대통령 선거 당시 약 49%의 높은 지지율을 보이며 당선되었고, 집권 여당인 민족해방당과 함께 코스타리카의 약진을 이끌 것으로 보였다. 하지만 라우라 친치야 정권은 집권 기간 동안 권력 내 부패 스캔들이 연이어 터지며 정치에 대한 국민들의 불신을 가중시켰고, 보건의료 시스템과 사회보장제도의 실패로 인한 국가 채무 증가, 그리고 대통령직 수행에 과도한 경비가 지출되는 모습을 보이는 등 잇따른 악재가 계속되며 지지율은 한없이 추락하게 되었다. 결국 2010년 대선은 그동안 지속적인 지지를 받아오던 민족해방당에 대한 코스타리카 국민들의 실망감과 이에 대한 심판이 가장 큰 변수로 작용할 가능성을 품고 있었다. 이에 민족해방당의 아라야 후보는 이러한 정세를 파악하고 선거운동 기간 내내 친치야 현 정부와 자신의 차별성을 강조하며 지지를 호소하였다.

 

하지만 이러한 아라야의 노력에도 불구하고, 2014년 2월 2일 실시된 1차 투표에서 아라야는 총 29.59%의 득표를 올림으로써 2위에 머물렀으며, 또한 아라야와 함께 차기 대선의 유력한 주자였던 확대전선당의 호세 마리아 비얄타(José María Villalta Florez-Estrada, 38세) 역시 17.14%로 3위에 그치고 말았다. 이번 대선에서 정작 1위를 차지한 것은 선거 이전까지 누구도 예상하지 못했던 시민행동당(Partido Acción Ciudadana)의 루이스 기예르모 솔리스 리베라(Luis Guillermo Solis Rivera, 55세)였다. 루이스 기예모르 후보는 1차 투표에서 총 30.8%를 득표함으로써 친치야 정부를 비롯한 현 집권세력을 심판하고자 했던 코스타리카 국민의 정서를 적나라하게 보여주었다. 루이스 기예모르는 코스타리카 산호세 출신으로써 코스타리카 대학에서 역사학을 전공한 후 미국 뉴올리언스 주 투레인 대학에서 정치학 석사학위를 받았다. 그는 1980년대 중반 코스타리카 외교부에서 근무하며 오스카르 아리아스 산체스 전 대통령이 1987년 노벨평화상을 받는데 기여하였으며, 2000년대 초반에는 민족해방당에서 사무총장을 역임하였으나 정치적 부패 등을 비판하며 2005년 탈당하였다. 이처럼 루이스 기예모르는 전형적인 정치인의 길을 걸어온 것이 아니라 많은 시간을 학자와 관료로 지냈다. 또한 그가 속한 시민행동당은 창당한지 13년에 밖에 되지 않으며, 50여 년 이상 민족해방당과 사회기독당의 양당체제가 확립된 코스타리카에서는 상당히 신생 정당이라 할 수 있다.

코스타리카 헌법에서는 1차 투표 결과 40% 이상의 득표자가 없을 시 결선투표제를 명시하고 있으므로, 코스타리카 대선의 최종 결과는 4월 6일 실시하게 될 아라야와 루이스 기예모르의 결선투표로 넘어가게 되었다. 하지만 결선투표에 나서게 될 아라야는 3월 6일 이미 승부가 기울었음을 감지하고 후보직을 사퇴하였고, 맥이 빠진 결선투표에서 루이스 기예모르는 총 78%의 압도적인 지지를 받으며 차기 대통령에 당선되었다. 이로써 코스타리카 역사에서 민족해방당과 사회기독당 등 양대 정당 출신이 아닌 제3정당 출신이 50년 만에 대통령에 선출되었다.

 

루이스 기예모르는 선거 운동 당시 정부의 투명성 강화, 고용증대, 극빈층 감소라는 3가지 핵심 공약을 중심으로, 정보 공개를 바탕으로 한 공개입찰제도 실시와 주민의견을 반영한 상향식 도시 인프라 구축, 사회보장제도의 재정건전성 확보와 의료서비스 질 향상, IT기반 교육 인프라 구축, 친환경 기업 지원, 부패를 척결할 수 있는 투명한 정부 등을 세부 공약으로 제시하였다. 위와 같은 공약은 전통적으로 코스타리카에서 강조해오던 친환경산업과 IT산업 등 을 중장기적으로 발전시키고, 경제적 발전과 동시에 평등과 정의를 실현하겠다는 의지를 담고 있다. 위의 공약들이 구체적인 정책으로 전환된다면 향후 IT산업 분야에서 코스타리카와 한국과의 교류 증대를 기대해 볼 수도 있다.

 

이번 대선에서 루이스 기예모르가 당선된 것은 기존 집권세력의 부패 척결과 불평등 문제 해결을 슬로건으로 내세운 것이 국민들의 공감을 얻은 것이라 할 수 있다. 하지만 차기 정부가 대선 승리에 도취해 있을 시간은 그리 길지 않을 것 같다. 루이스 기예모르 차기 정부는 지금부터 향후 코스타리카의 발전을 위해 산적해 있는 많은 문제들을 해결해 나가야 한다. 가장 먼저 현재 코스타리카에서 대두되고 있는 국가 부채 문제의 해결은 그들이 맞닥치게 될 첫 번째 장애물이 될 가능성이 높다. 실제 코스타리카의 국가 부채는 국내총생산(GDP)의 60%를 차지하고 있다. 차기 루이스 기예모르 정부는 이러한 경제적 문제를 해결함과 동시에 부패한 정치체제를 함께 개혁해야 하는 험난한 여정의 출발점에 서 있는 것이다. 하지만 차기 정부가 처한 정치적 상황은 그렇게 호락호락하지 않다. 이번 대선과 동시에 실시된 국회의원 선거에서 총 57석의 의석 중 차기 여당인 시민행동당은 13석 밖에 차지하지 못하면서 의회 내부에서 불가피하게 연합 전술을 사용할 수밖에 없을 것으로 보인다.(민족해방당(PLN, 여당) 18석, 시민행동당(PAC) 13석, 확대전선당(FA) 9석, 기독사회통합당(PUSC) 8석, 자유운동당(ML) 4석, 코스타리카혁신당(RC) 2석, 국가부흥당(RN) 1석, 배제없는접근당(PASE) 1석, 카르타고민주연맹(ADC) 1석)

 

코스타리카는 중남미 전체 국가 중에서 상당히 규모가 작은 나라에 불과하지만 여타 중미 국가와 달리 민주주의와 경제적 발전에 있어서 귀감이 되어 온 국가이다. 2014년 코스타리카 국민들은 그들만의 파격적인 선택을 하였으며, 이 선택이 향후 어떠한 시나리오로 등장할지는 5월 8일 루이스 기예모르의 취임식 이후부터 본격화 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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