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성자 : 안태환 작성일 : 2012-05-09 14:31:08 조회수 : 1,708
국가 : 베네수엘라

차베스의 건강과 베네수엘라 대선전망(2)

 

 

                                                                                                                                         안태환(부산외대 중남미지역원 HK연구교수)

 

 차베스의 건강이 베네수엘라 정치에 아주 중요한 이슈가 된 데는 차베스 정부의 비밀주의도 중요한 맥락이 된다. 2011년 중반에 차베스가 여러 나라를 순방하고 쿠바에 들른 이후아무 말이 없이 귀국하지 않았기 때문에 반차베스 진영에서 다양한 루머를 퍼트릴 수 있었던 것이다. 그건 그렇고 현재까지도 차베스의 건강이 베네수엘라 정치에 매우 중요한 이유는 보통의 의회민주주의 시스템 즉 자유주의적 제도화로 베네수엘라를 이해할 수 없고 대중과 지도자의 직접적 만남이라는 포퓰리즘의 시각에서 베네수엘라를 이해하여야 하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차베스라는 지도자의 건강이 매우 중요하다. 하지만 올해 10월의 베네수엘라 대선을 전망하기 위해서는 차베스의 건강 이외에 당연히 베네수엘라의 기본적인 정치지형에 대한 이해가 더 중요하다. 차베스가 1999년 집권한 이후 베네수엘라는 친차베스 진영과 반차베스 진영이 격렬하게 대립하고 있다, 그럴 수밖에 없는 것이 대자본가들의 기득권을 현실적으로 무너뜨리고 있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대지주의 경우 유휴농지를 유상으로 국유화한 후 소농들에게 분배하였고 최근 2012년 5월 새로운 노동법으로 장기간의 출산휴가를 여성에게만 주는 것이 아니라 남성에게도 주는 등 자본가들이 싫어할 조치를 계속 취하기 때문이다. 다만 폭력적으로 싸우지 않을 뿐이다. 반차베스 진영은 대 기업가, 과거 정당의 지도부, 과거 노조의 지도부, 민영언론, 일부 지식인과 중간계급 등이다. 특히 민영언론과 정부를 지지하는 친차베스 언론사이의 담론 투쟁은 격렬하다. 이런 격렬한 담론투쟁은 차베스 정부가 일부러 의도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왜냐하면 담론 투쟁을 통해 사회관계의 변화가 실제로 이루어지기 때문이다. 차베스 혁명은 20세기 소련 및 동구에서 있었던 정통 사회주의의 성격을 갖지 않고 오히려 유럽의 사회민주주의 혁명을 닮았다. 왜냐하면 경제전반이 사유재산제도를 중심으로 돌아가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베네수엘라 경제에 압도적인 영향을 끼치는 석유, 전기, 알미늄 등 전략 산업은 국유화되어있다. 이것도 유럽의 사회민주주의를 닮았다. 그러나 유럽의 좌파 정부들과 다른 가장 큰 차이는 의회민주주의를 우회하고 있는 주민평의회와 다양한 미션사업과 조합운동의 독창성 때문이다. 다시 말해 엘리트가 아닌 일반 대중이 강력하게 권력을 가지고 정치와 행정, 경제의 과정에 실제로 적극적으로 개입하는 실험을 하고 있는데 이런 실험은 역사상 최초의 일이기 때문이다. 여하간 총자본과 총노동의 대립에서 전자에게 유리한 신자유주의 노선을 깨트리고 있는 것은 분명하다. 특히 1992년 실패한 쿠데타에서부터 시작하여 차베스를 가난한 대중이 존경, 아니 거의 숭배(?)하기까지 하는 [차베스 현상]이 친차베스 진영의 가장 큰 무기이고 군부가 차베스를 지지하는 것도 차베스 정부가 헤게모니를 가지는 가장 큰 이유이다. 반차베스 진영은 이에 대해 거의 제대로 대응을 하지 못하다가 작년부터 공격적으로 나오고 있는 정도이다. 그러니 여론조사에서 현재 차베스가 대선에서 유리하게 나오는 것은 당연하다. 현재 반차베스 진영의 요구는 건강이 악화된 차베스 대신에 부통령인 엘리아스 하우아에게 대통령직을 넘기라는 것이다. 이것은 위에서 언급한 베네수엘라의 포퓰리즘의 정치지형을 뿌리에서부터 흔들려는 것이다. 대중에 대한 압도적 영향력을 가지는 차베스를 이기기가 힘들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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