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성자 : 라키스 작성일 : 2018-05-09 15:58:35 조회수 : 484
국가 : 코스타리카 언어 : 한국어 자료 : 사회
원문링크 : http://www.hani.co.kr/arti/international/america/843586.html
외국인들 거주 허가증 때문에 수십만원 받고 결혼 직후 이혼
마피아 연계 조직이 여성 신분 도용해 결혼 서류 꾸미기도
북미 지역 정착 위해 코스타리카 입국해 대기 행렬
코스타리카 수도 산호세에 있는 차이나타운. <비비시> 방송 누리집 갈무리
코스타리카 수도 산호세에 있는 차이나타운. <비비시> 방송 누리집 갈무리
“돈 벌고 싶다면 중국 남성과 결혼해볼래요?”

 

코스타리카 수도 산호세의 빈민가에 사는 마리아(가명·46)는 몇년 전 모르는 여성한테 이런 제안을 받았다. 서명 한 번이면 돈을 벌 수 있다는 솔깃한 이야기였다. 가족을 먹여 살리느라 팍팍한 삶을 살던 마리아는 승낙했다. 신혼집이나 살림을 준비할 필요도 없었다. 며칠 뒤 가능한 한 빨리 이혼하는 조건으로 10만콜론(약 21만원)을 받고 혼인신고서에 서명했다. 위장 결혼이었다.

 

마리아는 6일 <비비시>(BBC) 방송에 “중국 남자 사진을 보여주며 ‘이 남자와 결혼한다’고 했다. 그게 다였다”고 말했다. 얼마 뒤 마리아는 이혼 서류에도 서명했다. 다른 중국인 남성과도 결혼과 이혼을 반복했다. 마리아의 딸과 동료도 같은 방법으로 돈을 벌었다.

 

마리아에게 일어난 일이 코스타리카에선 드물지 않다고 <비비시> 방송은 전했다. 변호사나 중개인이 돈이 필요한 여성들을 찾아와 외국인과 결혼하도록 설득한다. 한 시민은 “그들(중개인)은 먹이를 찾아다닌다. 필요한 것이 많은 이곳 사람들은 아주 작은 보상만 있어도, 두 번 생각하지 않고 받아들인다”고 했다.

 

코스타리카 정부는 위장 결혼이 얼마나 빈번한지 파악하기조차 어렵다고 밝혔다. 1000건 이상의 위장 결혼 사건을 수사하는 기예르모 페르난데스 검사는 “(알려진 것은) 빙산의 일각에 불과하다”고 했다. 코스타리카 이민 담당 국장인 히셀라 요크첸도 “범죄조직이 운영하는 위장 결혼 ‘암시장’이 있다”며 “마피아와 연관돼 있는 범죄조직들은 신분을 도용해 결혼 서류를 꾸미기도 한다”고 했다. 피해자들은 어떤 동의나 안내도 없이, 자신의 지위가 ‘미혼’에서 ‘기혼’으로 바뀐 것을 뒤늦게 알아차린다. 위장 결혼을 한 외국인 배우자가 도망치는 바람에 법률상 기혼자로 살아가야 하는 경우도 있다.

 

코스타리카 정부는 2010년 이민법을 강화했지만 실효성이 부족하다. 위장 결혼에 가담자는 최고 징역 5년을 받도록 처벌 수위를 강화했고, 결혼 후 자동으로 받던 거주 허가도 1년으로 제한했다. 부부가 동거한다는 증거와 각종 보증을 받은 뒤에야 1년씩 연장해준다. 부부 상태로 3년이 지나야 외국인 배우자 스스로 영주권 신청이 가능하다.

 

1855년 농장에서 일하기 위해 남부 광둥성 출신 중국인 77명이 처음으로 코스타리카 땅을 밟았다. 알론소 로드리게스 원격교육대 연구원은 “코스타리카로 이주하는 중국인 대부분이 여전히 광둥성 출신”이라며 “비교적 이민 친화적인 데다 치안이 안정적이라는 이유로 코스타리카를 찾는다”고 말했다.

 

그러나 중국인들에게 코스타리카는 관문일 뿐이다. 로드리게스는 “그들의 최종 목적지는 미국”이라며, 북미 지역 정착 허가를 받으려고 임시로 머무는 이들이 대부분이라고 밝혔다. 북미와 남미를 잇는 다리 역할을 하는 코스타리카는 ‘아메리칸 드림’을 좇는 남미 출신 불법 이주자들의 경로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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