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성자 : 라키스 작성일 : 2018-02-28 15:26:44 조회수 : 598
국가 : 베네수엘라 언어 : 한국어 자료 : 경제
출처 : 경향신문
발행일 : 2018-02-26
원문링크 : http://news.khan.co.kr/kh_news/khan_art_view.html?artid=201802261533001&code=970201

콜롬비아로 이주한 베네수엘라 이민자 리처드 세고비아가 22일(현지시간) 콜롬비아 쿠쿠타의 자신의 좌판에서 베네수엘라 지폐 볼리바르화로 만든 핸드백을 들고 있다. 쿠쿠타|AP연합뉴스

콜롬비아로 이주한 베네수엘라 이민자 리처드 세고비아가 22일(현지시간) 콜롬비아 쿠쿠타의 자신의 좌판에서 베네수엘라 지폐 볼리바르화로 만든 핸드백을 들고 있다. 쿠쿠타|AP연합뉴스

 

초인플레이션으로 가치가 폭락한 베네수엘라 화폐가 종이접기 재료로 전락했다. 역설적인 것은 종이접기 작품의 가치가 화폐 가치보다 훨씬 크다는 것이다.  

AP통신은 26일(현지시간) 콜롬비아 쿠쿠타 지역에서 종이접기 공예 제품을 만들어 파는 베네수엘라 이민자 리처드 세고비아(24)의 사연을 소개했다. 두 달 전 베네수엘라 카라카스에서 쿠쿠타로 이주한 세고비아는 매일 버스정류장 앞에서 좌판을 벌이고 종이접기 공예를 한다. 작은 장신구부터 종이 지갑, 핸드백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공예품을 만드는 재료는 베네수엘라의 지폐 볼리바르화다. 

주로 사용되는 지폐는 50볼리바르권과 100볼리바르권이다. 제품 하나당 800장에서 1000장의 지폐가 들어간다. 100볼리바르권 1000장으로 만든 제품의 경우 10만 볼리바르가 들어간 셈이다. 이처럼 ‘돈다발’로 만든 공예품의 가격은 개당 10달러에서 15달러다. 최근 10만 볼리바르의 가치는 50센트 정도에 불과하다. 화폐로 만든 작품의 가치가 화폐 가치보다 수십배 높은 셈이다. 

사상 최악의 경제 위기를 겪고 있는 베네수엘라의 인플레이션은 지난해 2784%에 달했다. 올해는 1만3000%까지 치솟을 것으로 국제통화기금(IMF)은 전망했다. 가치가 폭락한 볼리바르화는 사실상 거래 수단으로서의 기능을 상실했다. 세고비아는 “카라카스로 잠시 돌아갔을 때 우린 돈(볼리바르화)을 많이 가지고 있었지만, 아무 것도 살 수 없었다”며 이후 볼리바르화로 종이접기 공예를 할 생각을 했다고 했다.  

종이접기 공예 재료가 된 베네수엘라 지폐 ‘볼리바르’화. 쿠쿠타|AP연합뉴스

종이접기 공예 재료가 된 베네수엘라 지폐 ‘볼리바르’화. 쿠쿠타|AP연합뉴스

요즘 그는 잘 팔리는 날이면 20개 정도가 판매된다고 했다. 최근에는 지역 방송에서 소식을 접한 한 양품점 주인이 대량 구매를 주문하기도 했다. 그는 고국에 남은 가족에게 여유가 될 때마다 15달러 씩을 보내고 있다. “많은 돈은 아니지만 아침 식사를 해결할 정도는 된다”고 했다. 세고비아가 베네수엘라에서 있었을 당시, 그의 한달 수입은 2.5달러 정도의 수준에 불과했다. 최근 한 조사 결과에 따르면 베네수엘라인 4분 1가량이 하루 1끼나 2끼로 버티고 있으며, 이 때문에 지난해 체중이 평균 11㎏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22일, 콜롬비아 쿠쿠타의 한 버스 정류장 옆에 차려진 세고비아의 좌판 옆에 볼리바르화 다발이 벽돌더미처럼 쌓여있다. 쿠쿠타|AP연합뉴스

22일, 콜롬비아 쿠쿠타의 한 버스 정류장 옆에 차려진 세고비아의 좌판 옆에 볼리바르화 다발이 벽돌더미처럼 쌓여있다. 쿠쿠타|AP연합뉴스



세고비아는 공예에 쓰이는 볼리바르화 다발을 베네수엘라 암시장에 1센트짜리 동전 몇개를 들고가서 구해오곤 한다. 그렇게 수집된 볼리바르화 돈다발을 그는 좌판 옆에 벽돌더미처럼 쌓아둔다. 도둑맞을 걱정도 하지 않는다. 그는 쌓여있는 볼리바르화 다발을 두고 “(아무도 탐하지 않을 테니)절대 재료가 부족할 일은 없을 것”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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