멕시코시티는 왜 지진에 취약한가...지진파 증폭시키는 '젤리지형'
작성자 : Latin America 작성일 : 2017-09-22 13:00:56 조회수 : 101
국가 : 멕시코 언어 : 한국어 자료 : 사회
출처 : 경향신문
발행일 : 2017/09/21
원문링크 : http://news.khan.co.kr/kh_news/khan_art_view.html?artid=201709211446001&code=970201

19일(현지시간) 멕시코를 강타한 규모 7.1 지진은 수도 멕시코시티 남쪽 모렐로스주 인근에서 시작됐지만 피해는 멕시코시티가 가장 컸다.  

2100만 인구가 밀집한 대도시인 탓도 있지만 멕시코시티의 지형은 특히 지진에 취약하다. 멕시코시티는 고대에 텍스코코 호수였던 곳에 세워진 분지 도시다. 1325년 아즈텍인들은 호수 서쪽 섬에 테노치티틀란이라는 도시를 건설하고 수도로 삼았다. 아즈텍을 정복한 스페인은 이곳의 물을 빼고 대도시를 건설했다. 지금의 멕시코시티다. 이 때문에 멕시코시티를 받치고 있는 지형은 습하고 부드럽다. 일종의 ‘젤리’같은 형태다. 스미스소니언매거진은 “멕시코시티의 지형은 지진 재난에 퍼펙트스톰을 만든다”고 표현했다.  

지진파가 단단한 바위를 치면 바위는 크게 흔들리지만 이런 부드러운 퇴적 지형에 닿으면 진파가 갇히게 된다. 하지만 에너지는 그대로이기 때문에 느리지만 큰 진동을 일으키는 ‘증폭효과’가 나타난다. 미국 지질조사국(USGS)의 지진학자 수전 허프는 20일(현지시간) 스미스소니언매거진에 이를 “이건 마치 욕조와 같아서 진파가 앞뒤로 출렁거리게 된다”고 표현했다. 전문가들은 멕시코시티의 호수바닥 지형의 역학을 ‘젤리가 담긴 그릇(bowl of Jello)’에 비유하기도 한다. 또 다른 지진학자 루시 존스는 미국 공영 PBS에 “미국의 바닷가 도시 로스앤젤레스가 증폭의 정도가 2~3이라면 멕시코시티는 100정도 된다”고 설명했다.  

아즈텍인들이 텍스코코 호수 섬에 세웠던 수도 테노치티틀란의 모습. 스페인의 정복 후 멕시코시티가 됐다. www.latinamericanstudies.org

아즈텍인들이 텍스코코 호수 섬에 세웠던 수도 테노치티틀란의 모습. 스페인의 정복 후 멕시코시티가 됐다. www.latinamericanstudies.org 

‘젤리 지형’이 지진파를 증폭시킨다는 것은 잘 알려져 있었다. 하지만 그 파괴적 결과를 제대로 실감하게 한 것은 멕시코시티를 초토화시키고 1만명의 목숨을 앗아 간 규모 8.2 지진이었다. 당시 멕시코시티와 달리 진원에 가까운 곳들은 큰 피해를 입지 않았다. 멕시코시티 건물을 무너뜨린 진파는 도시 외곽 지역 진파보다 5배가 컸던 것으로 관측됐다.  

또 존스는 “1985년 때는 진원이 멕시코시티로부터 350㎞ 가량 떨어져 있었다. 진파가 멕시코시티까지 닿았을 때는 속도는 매우 느리지만 진파가 그만큼 증폭됐기 때문에 매우 큰 건물들이 붕괴되고 작은 건물은 반응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하지만 이번에는 강도는 32년전 지진보다 약했지만 진원이 120㎞로 훨씬 가까워 작은 빌딩들도 많이 피해를 입었다는 분석이다.
 

1985년 멕시코 수도 멕시코시티를 초토화시킨 규모 8.2 지진 당시 모습. 멕시코뉴스네트워크

1985년 멕시코 수도 멕시코시티를 초토화시킨 규모 8.2 지진 당시 모습. 멕시코뉴스네트워크

여기에 대비하는 방법은 내진설계를 갖춘 견고한 건물을 짓는 것이다. 하지만 막대한 돈과 시간이 드는 내진설계를 도시 전체에 한꺼번에 적용하기란 쉽지 않다. 증폭된 진파 앞에 오래된 낡은 건물들은 속절없이 붕괴될 수 밖에 없다. 멕시코시티는 그나마 사정이 낫지만 지난 7일 지진 피해가 집중된 치아파스주나 와하카주는 대도시보다 경제사정이 좋지 않고 낙후돼 있다. 

대신 멕시코는 1985년 대지진을 교훈으로 1991년 조기경보시스템(SASMEX)을 구축했다. 북미판과 코코스판의 경계인 멕시코의 태평양 해안을 따라 지진 활동이 있는 곳에 97개 센서가 있다. 지각판의 움직임을 관측하고 분석해 지진파가 감지되면 정보를 별도 주파수를 가진 국영 라디오 채널로 보내 경보가 가동된다. 

경보가 붕괴를 막아주지는 않지만 시민들에게 최악의 상황을 피할 귀중한 시간을 벌어준다. 이번 지진 때도 진파가 오기 직전 최소 20초 넘게 경보 사이렌이 울린 것으로 알려졌다. 애틀랜틱의 도시전문 매체 시티랩에 따르면 지난 7일 남부 해안에 규모 8.2 지진이 왔을 때도 지진에 임박해 경보가 울리면서 멕시코시티 시민들은 진파를 피할 시간 92초가 주어졌다. 2분이 안되는 짧은 시간이지만 테이블 아래로 몸을 숨기거나 건물을 탈출할 수 있는 시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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